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서있다/뉴스1
배달의민족의 '배민1' 수수료 부과 방식 변경에 대해 '독과점 횡포'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위기에서 독점적 위치를 악용해 과도한 이윤을 추구한다는 비판이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공정위에 "이윤 독점과 편중의 문제가 불거져 배달앱 독과점 기업이 노동자를 수탈하는 일이 생긴다"고 지적해왔다.
배달앱 1위인 배달의 민족이 지난달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배민1 주문이 들어올때마다 자영업자가 납부해야하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손해를 안보려면 배달비나 음식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정부가 나서 배달료를 관리하겠다고 공시제를 도입했으나 어설픈 법안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결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1일 만난 서울시 영등포구 한 자영업자는 "배달앱 정산 내역을 보면 코로나도 매장 영업이 힘든데 배달까지 배달의 민족이 횡포를 부리니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배달앱 업체들이 잇달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자영업자 카페에는 배달앱의 폭리를 규탄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2일 개편된 '배민1' 수수료를 수도권 지역에 첫 적용했다. 기존에는 중개수수료 1000원과 배달비 5000원만 적용했지만 프로모션을 종료하면서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기본형) ▲중개수수료 15%·주문 금액별 배달비 900~2900원(배달비 절약형) ▲중개수수료·배달비 통합 27%(통합형) 등으로 새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업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본형의 경우, 중개수수료 6.8%(부가세 포함 7.48%)에 배달비 6000원(부가세 포함 6600)으로 주문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커진다. 업주들은 새 방식을 적용하면서 건당 1000원 이상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등포구에서 도시락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1만원짜리 도시락 하나를 팔면 인건비와 재료비, 배달료 등을 빼면 2000~3000원 정도 남는다"며 "재료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배달료 1000원 인상은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배달의 민족 앱 갈무리
이처럼 오른 배달료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 자영업자는 "프로모션으로 자영업자들을 유혹하고 갑자기 중단한 것은 사실상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이라며 "적자를 안보려면 배달비를 소비자에게 전가 할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일식집을 운영중인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로 인해 그나마 배달 영업으로 희망을 끈을 잡고 있었는데 수수료 인상은 자영업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이다”며 “살기 위해선 배달의 민족의 노예와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을 떠넘기는 것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1인 가구라 평소 배민1을 주로 이용하는 40대 소비자 김모씨는 "3000원 짜리 김밥이나 6000원 짜장면을 시켜 먹는데 배달비 5000원이라니 소비자를 '봉'으로 인식하는 행태"라며 "최근 배민1앱을 보면서 정말 상술이라도 해도 너무하다, 정부가 독과점 합병을 허가해주고 이 같은 사태를 키웠기 때문에 180석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될 문제이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배달료를 관리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공시제를 들고 나왔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한달 기준으로 이뤄지는 공시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배달료를 낮추는 현실적인 대안이 못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자영업자들은 보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독일 자본이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고 수수료 인상에 나설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며 "배민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곡소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20년 말 성사된 '배달앱 빅딜'이었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허가로 통과됐다.
당시 공정위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딜리버리히어로의 국내 배달음식 중개 시장 점유율이 98% 이상 치솟는다는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공정위는 이들의 합병을 승인했지만 앞서 DH의 자회사였던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DH는 사실상 요기요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독과점 지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소상공인연합회는 “시장 점유율 100%에 육박하는 시장지배력은 구조적으로 시장 참가자인 소상공인, 배달 노동자 등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합병 이후 돈 벼락을 맞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당시 소상공인들과 만남에서 “소상공인들이 걱정하는 부분(수수료 인상)은 걱정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약속은 어김없이 깨졌고 또다시 새로운 배민1을 통해 소상공인과의 상생경영을 외친 것은 눈속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당시 박영선 중기벤처 장관을 증인으로 큰 소리쳤던 김봉진 대표의 배달의민족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지속해서 이 같은 횡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피해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일이고, 사기업의 인수합병 등 기득권 형성에 정부관계자가 나서 편을 들어주거나 하는 일은 큰 잘못"이라며 "180석의 의회를 독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나서 결자해지 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