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화상 인터뷰 / 사진: 애플tv+ 제공
신예답지 않은 신예, 김민하가 글로벌 대작 '파친코'로 세계 시청자를 만난다. 2016년 웹드라마로 데뷔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간간이 얼굴을 비추던 그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파친코' 주연 자리를 꿰찬 것.
애플TV+ 오리지널 '파친코'는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극 중 김민하는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이자, 젊은 시절의 '선자'를 연기했다. 선자는 어느 날 '한수'를 만나면서 강렬한 사랑에 빠지고, 이로 인해 삶의 변화를 겪는다.
'파친코'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민하와 작품 공개 전 화상으로 만났다. 사실상 첫 주연에 나선 김민하는 미국 대형 OTT에서 제작하는 기대작이자 윤여정, 이민호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참여한 작품에서 기량을 펼쳤다. 생소한 현장인 만큼 부담감도 있었지만, 김민하는 부담감보다 배움의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다.
"부담감을 가장 크게 느꼈을 때는 촬영 초반 때였던 것 같아요.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감에 '어 나 그 정도로 잘 하지 않았는데, 실망시켜드리면 어떡하지'하는 막연한 시기, 흔들리는 시기가 있었어요. 계속 거기에 빠져들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했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사실 지금은 큰 부담감이 있는 상태는 아니에요"
김민하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4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소화했다. 그 치열한 경쟁 끝에 '선자' 역할을 따냈다. 신인에게 가혹한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김민하는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제작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월 수로 하면 4개월 정도 오디션을 봤어요. 길다면 긴 시간인데 체감상 짧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정신없이 후루룩 지나간 것 같아요. 오디션에서 연기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여태껏 접하지 못한 방식의 오디션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내가 이런 경험을 하네' 싶을 정도였어요"
"사실 오디션을 위해 따로 노력했던 건 없고, 매일 했던 건 명상이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마음을 비우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했죠.(웃음) 아이러니하지만 영혼을 갈아 넣었어도 욕심은 버리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뭘 더 하려고 하는 걸 없애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려는 마인드 셋을 했어요"
사진: '파친코' 예고 영상 캡처
'파친코'는 세 시점을 사는 선자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중에서 가장 격동의 삶을 겪는 인물이 젊은 시절의 선자다. 김민하는 소녀 시절부터 엄마가 되는 청년기의 선자를 연기했다. 게다가 한국인이자 이방인의 아픔까지 그려내야 했다.
"우선 선자의 상황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어려웠던 부분은 제가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는데, 엄마가 되고 출산을 하는 부분이었죠. 제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표현해 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젊은 선자가 옛 시대를 사는 인물이기 때문에 제 할머니에게 많이 여쭙고 배웠어요. 할머니가 귀찮아하실 만큼 많이 물어본 것 같아요.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고 어떤 걸 느끼셨는지 그런 감성을 많이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선자는 한수, 이삭과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현장에서 이민호, 노상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한수와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강렬해요. 선자에겐 살면서 처음 일어난 일이었고, 와일드하고 본능적이고 영원한 사랑이죠. 반면 이삭과의 사랑은 생존하는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는 부분에서도 많이 달랐지만, 두 배우와 공통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눴다는 건 같아요. 두 분 다 재미있고, 사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현장에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김민하가 현장에서 의지한 사람은 또 있다. 극 중 선자가 믿고 따르는 형님 '경희' 역의 정은채다.
"정말 신기했던 게, 은채 배우님이 스케줄상 일주일 동안 촬영을 하고 가셨어야 했어요. 그 일주일이 너무 긴 세월을 같이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서로 세트장 밖에서도 의지를 많이 하게 됐어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로 호흡할 수 있었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민하는 '파친코'가 마치 선물같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 속 젊은 선자가 김민하를 통해 새로 태어났듯이, 김민하도 '파친코'를 통해 새로움을 얻었다.
"'파친코'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소심하기도 하고 혼잣말도 많이 하고, 목소리도 작은데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어요. 아직 더 크게 내야 하지만(웃음), 스스로 저를 대변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정말 하루하루 촬영을 하면서 뭔가를 안 배우고 간 적이 없을 만큼, 너무 많이 배웠고, 스스로에게도 마음을 많이 열게끔 해준, 진짜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앞으로도 넓은 시야와 스펙트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