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부시게','스타트업','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남주혁의 모습(왼쪽부터) / 사진 : 해당 드라마 스틸컷
"널 가져야겠어."
배우 김태리의 고백에 한 발 더 TV 앞으로 다가가게 된다. 배우 남주혁과 김태리는 그렇게 다른 그림체로 서로에게 한발 다가섰다. 잘하고 싶은데, 생각 같지 않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마음을 울린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도 떠오르지 않게 누군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마음은 점점 흐릿해지지 않고 선명해져 간다. 순정만화에 나올 것 같은 그림체의 인물 묘사에 이제는 한 명의 배우가 떠오른다. 배우 남주혁이다.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남주혁은 백이진을 그려낸다. 백이진은 부자집 도련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IMF라는 시대는 그의 가정을 무너뜨렸고, 그의 꿈을 무너뜨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신문 배달이라도 하던 그때, 아버지의 빚쟁이들이 집앞에 와서 멱살을 잡힌 채 "절대 행복하지 않을게요"라고 죄송하다는 표현을 할 수밖에 없던 그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는게 없을 것 같던 그때, 백이진(남주혁)은 나희도(김태리)를 만났다.
사진 :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캡처
그리고 나희도와 약속한다. 둘이 있을 때는 세상은 모르게 행복하기로. 그것이 둘만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계속된다. 지난 13일 방송분까지 열아홉살 여고생(나희도 나이)과 스물세살 남성(백이진 나이)의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지는 동안 서서히 선명해진다.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몰라, '무지개'라고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한 나희도의 말에 백이진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야.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나희도. 무지개는 필요 없어."
국민 첫사랑이라는 카테고리로 여러 명의 여자 배우들이 꼽혀왔지만, 남자 배우를 꼽자면 남주혁이 아닐까. 남주혁은 '첫사랑'의 얼굴을 그 누구보다 잘 표현해냈다. 달미(수지)가 도산(남주혁)이를 알아봤을 때에도(드라마 '스타트업'), 혜자(한지민)가 준하(남주혁)를 향해 마음이 기울 때에도(드라마 '눈이 부시게') 말이다.
남주혁이 국민 첫사랑의 얼굴을 해내는 데는 타고난 피지컬도 있겠지만,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결핍'이다. 성인이 되기 전, 미완성된 시기, 개발자로 꿈을 향해가지만 남들에게 무시만 당할 뿐인 '스타트업' 속 도산이도, 엄마는 어렸을 때 도망가고 일을 너무 많이해서 지문도 닳아버린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눈이 부시게' 속 준하도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남주혁은 캐릭터의 '결핍'을 통해 자신의 틈을 만든다. 여주인공 혹은 지켜보는 시쳥자가 메워줄 틈이다.
사진 :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캡처
백이진에게 '결핍'은 IMF라는 시대였다. 빨간 스포츠카를 사줄 정도로 부유했던 집은 어느 순간 말 그대로 폭삭 망했다.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약하며 "너의 성장통이 얼마나 아픈지 나는 압니다"라고 전교생을 위로했던 백이진은 한순간 그 아픔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결핍으로 인한 빈자리는 곧 채워진다. 나희도를 통해서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모습이 완성된다. 순정만화 같고, 코믹만화 같은 두 사람이 말이다.
남주혁은 백이진의 모습을 그 자체로 만들어낸다. 그가 표현하는 '첫사랑'은 고백보다 시선에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렇듯이 자신의 시선이 어느 순간 상대방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결핍'으로 공허한 눈동자에 나희도가 가득 찬 순간, 그의 얼굴에 번지는 웃음은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안방에까지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백이진을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나희도처럼, 백이진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남주혁이 만들어낸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이제 막 능선을 넘었다. 백이진은 자신의 마음을 전했고, 그 정도는 아니라던 나희도 역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가고 있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매주 주말 9시 10분 방송되는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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