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팔도도시락 시설 둘러보는 홍남기 부총리/뉴스1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수출 통제 등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팔도·오리온·롯데제과 등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원재료 수급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루블화 급락에 따른 환차손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현재 팔도·오리온·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 등이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팔도의 도시락은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현지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팔도는 지분 49%를 투자해 지난 1986년 '도시락'을 출범시킨 후 적극적인 현지화에 힘입어 러시아 '국민 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에 생산 2곳을 가지고 있는 팔도는 도시락만으로 연 1300억원 이상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생산·판매를 하고 있고 현지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당장의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팔도 관계자는 "원재료를 러시아 안에서 생산되는 밀을 100% 사용하고 있고 금융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며 "국제 정세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법인을 둔 오리온도 장기화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오리온은 현재 생산과 판매에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화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초코파이의 원재료 3개월 치를 미리 확보하고 오리온 중국 법인을 통해 원재료 수급을 검토 중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하며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오리온의 러시아 법인 매출은 2019년 772억원에서 2020년 89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117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제과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리온과 같이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롯데제과는 최근 러시아 현지 법인에 340억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라인과 창고를 증축했다. 상반기 중으로 한국의 대표 프리미엄 파이 '몽쉘'을 러시아 현지에서 생산·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러시아 법인에서 연간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러시아에 밀키스와 레쓰비 등 음료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칠성은 러시아에 밀키스 약 6360만캔을 판매했다. 밀키스 7종을 운영하며 현재 러시아 유성탄산음료 시장의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을 재투자하는 오리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러시아 진출 국내 식품기업은 루블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 하락에 대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다"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장기화되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리스크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진출 업체들이 직접적인 규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 제재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과 루블화 가치하락은 수익성 저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