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영유아 잇단 사망, 생명 담보로 한 재택치료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2.02.24 12:02

김종훈 보도국장.

국내에서 영유아와 어린이가 코로나19로 숨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영유아에 대한 방역 매뉴얼을 명확하게 마련해놓지 않고 확진자에 대해 일률적 자택 자가격리라는 탈출구 정책을 내놓으면서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소아전담 재택치료 상담센터는 전국에 11곳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영유아의 입원을 거부하는 사례는 진료거부행위로 보고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처음부터 영아들만이라도 확진 시 영아전담병실을 만들어 지켜보면서 치료하는 체계를 갖춰놨더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소중한 생명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누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

24일 경북 예천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7)양이 지난 22일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A양은 열이 심해 예천지역 한 병원에서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은 뒤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치료를 했다고 한다. 이틀 뒤인 지난 20일 오후 가슴 통증을 호소해 인근 영주의 한 병원으로 옮겼으나 상태가 위중해 다음 날 대구에 있는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하루 만에 숨졌다.

지난 22일도 경기도 수원시에서 코로나에 확진돼 재택 치료를 받던 생후 4개월 남자아이가 갑자기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생후 7개월 남자아이가 병원 이송 도중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수원시 장안구에서 코로나 확진자인 생후 7개월 B군을 이송했던 당시 구급대는 병원 10여 군데에 연락했지만 최근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 수원권 병원에는 병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때문에 B군은 안산의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심정지를 일으켜 숨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당국의 미흡한 준비로 병원들이 병동이 없다는 탓을 119구조대에 할 수밖에 없었고, 전담의사가 없다는 탓 등 여러 가지 혼선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확진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데 정부는 오히려 소상공인 핑계를 대면서 방역정책을 완화하고 나섰다.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성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소상공인에게 영업시간 1시간 늘려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소상공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면 바로 나오는 답변이다. 피해는 조건 없는 대출 연장, 지원금 등 정책으로 보상해줘야 할 문제이다.

일찍 풀어헤친 빗장으로 인해 밀고 들어오는 환자수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의료진도 아우성이다. 지금이라도 말 못하는 영아들을 최소 일주일이라도 시도별로 전담병동을 만들어 입원실에서 추적 관찰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가는 일이 없도록,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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