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3일 태양광 셀·모듈(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중국 저가공세에 밀리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6월 30일자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노력했으나 물량 싸움이 치열하고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보다 저렴한 제품으로 태양광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시장 현실에서 더 이상의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은 LG전자가 최근 수년간 강화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에는 26년간 이어온 휴대폰 사업을 장기 적자 끝에 종료한 바 있다.
LG전자는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N 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 LG전자는 미국 위주로 태양광 사업을 운영해 왔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대였던 터라 LG전자의 사업 철수가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비중을 줄이는 국내 기업들의 위기 상황이 더욱 심화되는 현실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태양광 산업 구조는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잉곳→얇은 판인 웨이퍼→태양광 셀·모듈로 이어진다.
2015년께부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중소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그나마 버티던 대기업들까지 속속 손을 떼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웨이퍼를 생산해 온 웅진에너지는 중국에 밀리며 사업이 부진해지자 현재 관련 사업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태양광 산업 가치 사슬의 마지막 단계이자 핵심인 셀과 모듈에서까지 한국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철수함에 따라 중국 기업의 잠식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셀·모듈 제조 기업인 신성이엔지는 충북 증평공장을 지난해 말 매각했으며, 이번에 LG전자도 셀·모듈 사업을 종료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SKC는 2020년 4월 태양광 모듈을 보호하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사업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SKC 역시 당시 중국 주도의 경쟁 심화를 사업 철수 배경으로 꼽았다.
또 한국의 대표 태양광 기업인 OCI, 한화솔루션은 2020년 2월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제품이 워낙 저가이다 보니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할 수록 손해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실적 부진 상태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OCI의 경우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일부 라인을 반도체용 설비로 전환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유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분야별로 60∼97% 수준이다. 웨이퍼의 경우 중국 점유율이 97%에 달하고 셀과 모듈도 각각 71%, 79%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급등해 셀·모듈 업체들의 경영 부담이 늘어나고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폴리실리콘에서 철수하고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은 지난해 3천2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요금과 인건비, 자국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저가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의 태양광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로 국내에서 점점 커지는 태양광 수요를 중국 업체들이 흡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발전 단지에서 중국산 모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21.6%에서 2020년 35.8%, 지난해 상반기 기준 36.7%까지 늘었다.
반면 국산 모듈 비율은 2019년 78.4%에서 2020년 64.2%, 지난해 상반기 기준 63.2%로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면 중국 업체의 상황에 따라 국내 태양광 산업이 휘청일 수 있다. 앞서 2020년 초 코로나19로 중국 업체의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자 한화큐셀 등 국내 업체들의 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겨 생산이 일부 중단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한국 업체들이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생존을 위해선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며 "국내 태양광 생태계를 보호하는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