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해당 인터뷰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벌새'는 날아오르기 위해 1초에 90번 날개짓을 한다. 영화 '벌새'에서 14살 소녀 은희는 사랑받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날개짓을 한다. 은희를 그렸던 배우 박지후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를 그린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친구에게 조심스레 털어놓는 평범한 여고생이자, 친구가 좀비로 변해버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디디는 인물이다.
박지후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 오디션에서 온조와 나연(이유미)의 대본을 보며 연기했다. 이재규 감독은 그에게 '둘 중 어떤 캐릭터와 더 맞냐'고 물었고, 박지후는 망설임 없이 '온조'라고 했다. 박지후에게 온조는 "친구들을 챙기고, 잘 지내려고 하는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는 친구였다.
"고등학생이라 처음 겪는 상황에 다양한 반응이 나올 거로 생각했거든요. 온조는 감정적인 면도 크고, 주변인도 잃어본 경험이 있어서, 본인보다 주변을 더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온조의 성격이 마냥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게, 10대이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친구가 우선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 당시 박지후는 실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래서 함께 촬영한 배우들을 장난스레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모, 삼촌들은 동생인 박지후를 "아기천사"라고 불렀다. 실제 고등학생이었기에 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대본에도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센스있는 이모, 삼촌들과 함께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현장은 행복했다.
"현장에서 연기하다 보면 잘 안될 때도 있고, 마음에 안 들 때도 있거든요. 제가 그렇게 느끼고 현장에서 침울하게 있으면, 이모 삼촌들이 오셔서 토닥토닥해주시고,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라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그 조언에 힘을 얻어 다시 해보곤 했습니다."
영화 '벌새'에서 함께한 손상연과도 같은 반 학생으로 만났다. 박지후는 "이재규 감독님께서도 '벌새'를 재미있게 봐주셔서요. 현장에서 '은희랑 대훈이가 같이 있네'라고 하셨어요. 오빠 동생이 아닌 친구로 지내는 것이 재미있었고요. 은근히 의지도 많이 된 것 같아요. '벌새'에서 남매로 지냈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살아남기 위해 뭉쳐야 하니, 내적 친분감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라며 웃음 지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여러 인물 중에서도 가장 케미가 잘 맞았던 사람은 온조를 짝사랑하는 '청산' 역의 윤찬영이었다. 박지후는 "가장 많이 겹친 청산이와 케미가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도 친했고, (윤찬영) 오빠가 연기에 열정적인 분이셔서 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혼자 준비할 때보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감정이 더 도움이 되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준영(안승균)이 "집에 가자"라고 외치던 장면을 꼽았다. 박지후는 "현장에서는 좀비와 싸우느라 못 들었는데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는데, 준영이 울부짖으면서 '집에 가자'라고 외치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더불어 가장 많이 NG가 난 장면은 청산이에게 발차기를 하는 장면이라고.
온조는 수혁(로몬)을 짝사랑했고, 청산이는 온조를 오랜 시간 좋아했다. 좀비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상황 속에서도 청산이의 시선은 온조를 향해있었다. 앞서 공개된 코멘터리 영상에서 조이현은 로몬과의 키스신에서 17번이나 NG가 난 사실을 공개했다. 과연 박지후와 윤찬영의 키스신에서는 어땠을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일단 고백 장면은 그렇게 여러 번 촬영한 것 같진 않아요. 분위기에 휩쓸려 고백하는 거고, 예상치 못한 답에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걸 표현하는 장면이라 가볍게 찍은 것 같고요. 키스신은 촬영 전 리허설을 가볍게 하는데, 청산이 이름표를 보자마자 제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지금부터 울면 어떡하냐, 바로 슛 들어가자'라고 하시더라고요. 배우, 스태프 모두 눈물을 흘렸고요. 모두가 그 감정에 빠져서 촬영한 기억이 납니다. 17번까지 NG가 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웃음)"
앞선 인터뷰에서 이재규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시즌 2가 나온다면 "좀비의 생존기"가 될 거라고 예고했다. 살아남은 온조 역의 박지후도 기대하는 바가 있을까.
"청산이가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저도 당연히 가지고 있고요. 청산이가 살아있다면, 인간으로 살아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청산이와 온조의 또 다른 서사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청산이가 고백을 했는데, 온조의 답을 듣지는 못했잖아요. 그리고 남라(조이현)가 자기 같은 친구가 몇몇 더 있다고 얘기했잖아요. 생존자와 이뮨(남라 같은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 이모탈(귀남 같은 살아있는 좀비), 좀비의 대립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온조와 함께 살아남은 효산고 친구들이 한 번 사태를 겪었으니, 좀 더 좀비를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영화 '벌새'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박지후는 영화인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그 이후,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배우 박지후'로 각인됐다. 달라진 점이 있을까.
"마음가짐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벌새' 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고요. 지금도 변함없어요. '벌새'는 상영관도 적었고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전 세계 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서요. 그런 점에서 변화를 느낀 것 같습니다."
스무 살이 됐고,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22학번 새내기가 됐다. 한양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양대 아기 사자'라고 쓴 신입생 다운 귀여운 글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지후는 "저희 언니가 새내기 때 에타(에브라타임) 들어가서 자랑하던 게 기억나서 바로 가입했거든요. 하루 한 번씩 들어가는데, '온조야 보고있는 거 다 안다'는 글이 인기 글에 있어서 글을 쓰게 됐는데 많은 분이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너무 좋았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연극영화과에서 많은 걸 배워보고 싶어요. 연극도 해보고 싶고요. 제가 무대 위에 서는 게 아니더라도 스태프로라도 참여해보고 싶어요. 학식도 먹고, 과 잠바도 입고 싶고요. 그런 생활을 해보고 싶습니다."
'배우 박지후'로서의 욕심도 있을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저의 연기에는 50점 정도 주고 싶어요. 처음으로 긴 호흡을 해냈다는 점에서 50점 주고 싶고요. 50점 밖에 못 주는 이유는 그만큼 부족한 점이 많았고, 남은 50점을 채워서 다음에 연기할 때에는 꼭 좋은 점수로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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