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카카오가 택시, 대리운전, 퀵배달 등 골목상권 침탈에 이어 주식 먹튀 논란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IT(정보기술) 선도기업에서 부도덕과 모럴해저드의 상징회사처럼 이미지가 땅바닥으로 실추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주식 ‘먹튀’ 논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지난해 자신이 보유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일부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남궁훈 전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카카오 신임 대표로 내정했지만 일각에서는 '돌려막기식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신뢰 회복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20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윤호영 카뱅 대표는 지난해 4분기에 자신이 보유한 스톡옵션 52만주 중 수만주를 차액보상형으로 행사했다. 차액보상형은 스톡옵션 행사 당시 시가와 행사가 차액을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윤 대표는 공시 의무가 없는 차액보상 방식의 스톡옵션을 지난해 행사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를 통해 윤 대표는 최소 수억원을 성과 보상금으로 챙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전에 공개되는 사업보고서에 기재될 예정이다.
윤 대표는 내년 3월까지인 임기 내 추가 스톡옵션 행사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류영준 대표 등의 먹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3일 주식 상장 후 계열 회사 임원은 1년까지, 최고경영자(CEO)는 2년까지 각각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는 임원 주식매도 규정을 마련했다.
앞서 류영준 대표는 지난해 11월 25일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지만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인 작년 12월 10일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469억원의 차익을 거두면서 먹튀 논란을 촉발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 논란에 이어 윤호영 카뱅 대표마저 스톡옵션 행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톡옵션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금융사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과 관련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 문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시장이나 일반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전제되지 않고 운영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
◆김범수 '복심' 남궁훈, 카카오 단독 대표 내정…회전문 인사도 논란
카카오는 이날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지난 10일 류 대표가 신임 공동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열흘 만이다. 남궁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남궁 센터장은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김범수 의장과 한게임 설립 때부터 동고동락해온 '창업 동지'로 김 의장의 '최측근'이다. 김 의장이 위기의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남궁 신임 대표를 내정했지만 연이은 논란을 잠재우고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논란으로 신뢰를 많이 잃었다"며 "카카오 새 수장을 선임했지만 회전문 인사로 현재의 문제 개선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김 의장이 탈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카카오의 모럴해저드 논란은 재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카카오-다음 합병과정에서 8000억원대 탈세를 했다는 혐의로 김 의장과 그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고발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8일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로 카카오 2대 주주다. 과거 김 의장의 두 자녀가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다. 김 의장이 두 자녀에게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증여해 경영권 승계 작업 의혹이 불거진 후, 두 자녀는 퇴사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생태계 파괴라고 논란이 되자 김범수 의장이 나서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마련해 생태계와 상생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택시요금 8800원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인상은 대표적인 골목상권 침해의 단상으로 비춰졌다. 처음에 티맵 등 경쟁사 보다 싸게, 오히려 택시기사들에게 혜택을 줘가면서 시장의 지배력을 키운 후 점유율을 높이고 나서 급격한 요금 인상을 했고, 택시기사들의 집단 집회까지 불러 일으키는 등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더해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시장 진출은 카카오 공동체의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난 여론에 불을 붙였다. 김범수 의장은 국내 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감에 3차례나 불려 나왔다. 김 의장은 "성장에 취해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 사내 게시물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류영준 대표)를 내정하고 지지와 응원의 글을 올린 지 불과 50여일만에 다시 뉴리더십에 대해 말씀드리게 돼 착잡한 마음"이라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메이슨(여민수 공동대표)은 카카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이에 새 리더십을 원점에서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계속된 잡음에 임직원을 향해 사과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최근 카카오는 오랫동안 쌓아오던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해 봤다. 카카오의 상생안, 임원 주식 매도 가이드라인 같은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카카오에게 기대하는 것, 미래지향적 혁신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신뢰 회복을 위한 첩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