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고용노동부,경찰 관계자들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압수수색을 집행하고 있다/연합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원인이 부실시공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가운데 수사당국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부는 부실시공이 사고 원인으로 규명될 경우 현대산업개발의 건설업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처분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11일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외벽·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실종됐으나 최근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1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광주지방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광주고용노동지청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용산구 소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 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과 고용부는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의 설계 변경 가능성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정되는 사고 원인은 하부층 동바리(지지대) 미설치, 콘크리트 양생 불량 등이다.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지난 17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주에서 두 번이나 대형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법규와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장관은 "그동안 사고가 있어도 소위 '꼬리 자르기' 식으로 현장 공사 감독 책임자만 처벌되고 원도급 발주자는 피해감으로써 문제 해결이 안 됐다"며 "조사에 따른 원인을 확인하고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사고가 발생한 만큼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의 부실공사가 드러나면 현재 적용 가능한 법을 동원해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현대산업개발에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참사에 이은 두 번째 대형 사고의 책임자"라며 "분명하고도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며 피해 보상과 함께 법적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시당은 "광주시와 서구청 등 행정당국은 조속한 사고 수습과 함께 주위 건물의 안전진단과 피해복구 지원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도 논평을 내고 "이번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는 부실시공에 의한 건설사고이며, 지자체와 시공사의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시공사는 공교롭게 지난해 학동 참사를 빚은 같은 회사"라며 "지자체는 철저히 붕괴 원인을 규명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 시공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사고로 지난 17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밝혔지만 여론이 악화되며 공공부터 민간까지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지역 내 '사업 배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 시장은 지난 13일 "광주시가 지역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일정 기간 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진행 중인 전체 건축건설 공사에 대해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지역 정비사업에서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광주에서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을 비롯해 ▲계림동 아이파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 3단지 재건축 등 4곳에서 총 7948가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5년 9월 GS건설, 한화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암 3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오는 3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조합원들은 현대산업개발의 재건축사업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하고 있다. 현재 이 단지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각각 200억원의 보증금을 내고 입찰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