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서면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DB, IHQ 제공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지는 3년 남짓이지만, 벌써 10년 차 배우다. 배우 김혜윤 얘기다. 그는 2012년 무렵부터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하다 이듬해 KBS 드라마 'TV소설 삼생이'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에도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던 그가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8년 'SKY 캐슬'부터다. 당시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강예서'를 연기한 김혜윤은 단숨에 대세 스타로 등극했고, 차기작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대표작을 서서히 갱신해오고 있는 그는 최근 첫 사극 '어사와 조이'를 무사히 마쳤다. 작품은 조선시대 이혼녀라는 신선한 소재에 어사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물까지, 그간 보던 퓨전 사극과는 다른 결의 작품이었다. 김혜윤은 특유의 발랄한 텐션과 그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었다.
처음으로 사극에 나선 김혜윤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작품을 끝마친 소감을 "한 권의 일기장을 마무리한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매일매일을 '어사와 조이'에 정성을 기울였고, 온 마음을 쏟았다는 뜻일 터.
특히, 극 중 그가 맡은 '김조이'는 조선시대 이혼 부인으로, 노름꾼에 마마보이인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재판을 불사하는 인물이다. 당대 유교적 여성상을 벗은 캐릭터로 재미를 더했다. 김혜윤도 그런 '조이'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조이의 대사 중에 "아닌 건 아닌 거야, 말할 건 말할 거야"라는 대사가 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그 대사를 보고 조이가 굉장히 주체적이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배역을 보자마자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라는 마음도 들었고요"
조이는 소녀와 아줌마를 오가는 매력을 한 번에 가진 인물이다. 때로는 억척스럽고, 때로는 순수했다. 두 모습이 잘 믹스된 캐릭터를 완성한 김혜윤은 사실 걱정도 있었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사극에서 이 설정을 '납득해 주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계속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이런 사람도 조선시대에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조이가 멋진 인물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당당하지만 못 돼 보이지 않게 하자'라는 고민을 계속 했었어요.
캐릭터를 구축하고 표현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김혜윤은 동료들 덕에 고민도 함께 해결해 갈 수 있었다. 특히, '조이언 커플'로 사랑받은 '라이언' 역의 옥택연은 가장 믿음직한 배우였다.
"옥택연 배우가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그래서 옥택연 배우에게 의지했던 부분이 많았고 연기 경험도 풍부하신 분이라 배운 점이 많아요"
극 후반부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으로 등장한 차학연과도 티키타카가 좋았다. 여기에 민진웅, 박강섭, 채원빈, 이상희 등 조이-라이언 측근들까지, 작품 속에서도 이들의 찐 케미가 느껴졌다.
"'어사와 조이'의 장점이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에요. 한 번은 제 대사가 끝나고 ‘파이팅’을 외치고 촬영 장을 나간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옥택연 배우와 여러 선배님들이 "김혜윤 이리와~"하면서 일부러 화난 척하셨어요. 그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이런 부분은 메이킹 영상에서도 잘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차학연 배우는 소꿉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했어요. 촬영이 아닐 때도 일부러 서로 질투하는 척하면서 장난도 치고 즐거웠어요"
조이는 환향녀 엄마를 둔 딸이기도 하다. 청나라에서 돌아온 후 거친 행보를 살아가는 조이 엄마 역은 배종옥이 소화했다. 김혜윤은 대선배 배종옥과의 호흡 그 자체가 영광이라고 했다.
"선배님과 작품을 했다는 것이 정말 영광이에요. 선배님에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히 컸고 정말 '멋있는 배우다'라고 생각했어요"
김혜윤에게 '어사와 조이'는 사람을 얻은 작품이었다. 지난 한 해 '어사와 조이' 뿐만 아니라 '설강화' 등 다수의 작품을 촬영한 그다. 김혜윤은 지난 2021년을 돌아보며 "1년 동안 연기만 했어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했지만,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벌써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소감을 묻는 말에도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겸손해 한 그다. "10년이라는 숫자로 보면 '시간이 꽤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작품으로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했던 건 많지 않아요.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들이 많아요. 어떤 배역을 맡든 열심히 노력해서 잘 소화하고 싶어요. 차기작도 천천히 검토해 보려고요"
이제 좀 쉴 틈이 생겼다. 김혜윤은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침대에 찰싹 붙어서 '진짜 완벽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시 달려갈 동력을 얻을 때다.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물었다.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전 작품보다 성숙한 모습의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저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