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신세계 제공
올해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택배대란이 일어나는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세에 불을 지폈다.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이베이 연합 등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또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비록해 M&A 등을 통한 몸집 키우기와 신사업 투자, '적과의 동침'도 돋보였던 한해였다. 아울러 그동안의 순혈주의 관행을 타파하고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하는 등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2021년을 마무리하면서 유통업계에서 다사다난 했던 10가지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유통가 M&A 시장 '후끈'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유독 굵직한 인수합병(M&A)이 많았다. ‘뉴노멀’ 소비 트렌드에 따라 시장이 재편되면서 유통가는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경쟁력 있는 업체를 과감히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해 업계에서 '빅딜'로 꼽히는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신세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선도적 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신세계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SSG닷컴 3%와 이베이코리아 12%를 합쳐 15%에 육박한다. 이로써 네이버 쇼핑(17%), 쿠팡(13%) 등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국내 1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와 한샘을 인수했다. 전략적 투자자로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인수 과정에 참여해 2995억원을 출자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하고 2400억원을 들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서 요기요 지분을 인수했다.
/SSG닷컴 제공
◇ 유통업계 배송 전쟁 2막 본격화…퀵커머스 시장 경쟁 가속
유통업계 배송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도심 외곽 대형 물류센터에 재고를 쌓아 놓고 전날 주문받은 제품을 다음 날 아침까지 배송하는 쿠팡식 ‘새벽 배송’을 넘어 반나절 배송, 2~3시간 이내로 배달하는 '바로 배송'까지 등장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전국 이마트 매장에 PP(Picking & Packing)센터를 구축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전국 150여 개 마트 중 110여 곳에 온라인 물류 처리가 가능한 ‘PP센터’를 설치했다. PP센터는 온라인 주문이 오면 해당 PP센터에서 물건을 받고 포장해 소비자에게 당일 배송한다.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은 신선식품 2시간 배송 서비스(바로배송)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온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주문자 인근의 롯데슈퍼나 롯데마트에서 제품을 소싱해 소비자에게 1~2시간 이내에 배달한다.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부산, 제주, 광주광역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내년 말까지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전국권 당일 배송 확대에 나섰다. 당일 배송 예약 마감을 기존 오후 2시에서 오후 7시로 늦춰 자정까지 배달하는 곳을 올해 안에 전국 22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GS리테일은 '우리동네딜리버리'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GS25와 GS수퍼마켓을 비롯해 GS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1만60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주축으로 생필품을 빠르게 배달한다.
◇ "뭉쳐야 산다"…유통가 합종연횡 '활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유통가에선 합종연횡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쿠팡에 대항해 신세계와 CJ대한통운, 네이버가 결성한 삼각동맹이 대표적이다. 그간 신선식품이 약했던 네이버의 상품 부문은 이마트가, 전국 물류 유통망은 CJ대한통운이 담당하는 등 네이버를 중심으로 물류와 상품을 결합하는 형태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각동맹은 작년 10월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약 6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올 3월 네이버가 신세계그룹과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면서 네이버를 중심으로 신세계와 CJ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동맹이 결성됐다.
롯데슈퍼도 SPC그룹 계열사인 섹터나인과 제휴를 맺고, SPC 앱인 해피오더 내 퀵커머스 서비스 ‘해피버틀러’를 통해 자사 상품을 공급한다.
이 제휴로 고객은 롯데슈퍼 신선ㆍ가공식품, 생활잡화는 물론 SPC 브랜드의 케이크, 아이스크림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주문한 제품은 이륜 배송서비스를 통해 15분~1시간 이내에 배송이 완료된다. 롯데슈퍼는 이 서비스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앞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쿠팡 제공
◇ 쿠팡, 미국 나스닥 상장…자본 시장 경쟁력 강화
쿠팡이 올해 3월 11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첫 거래일 기준 49.25달러에 마감해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886억5000만 달러, 우리 돈 100조원대로 단숨에 올랐다. 시총이 이처럼 불어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일순간에 앞질렀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계기로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가치 산정에 재평가도 이뤄졌다는 평가다.
쿠팡은 기업공개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 49억5000만 달러, 우리 돈 5조1000억원이 넘는다. 쿠팡의 더 강력해진 자금력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쿠팡은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 운영뿐 아니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 음식 배달 사업 '쿠팡이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 "직구족을 잡아라" 해외직구 공들이는 이커머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직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해외직구족'을 모시기 위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8월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아마존과 직접 협업해 공동으로 할인을 기획하고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온은 해외직구 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올 여름 조직 내에 '해외직구셀'을 새로 만들어 전문 인력을 충원했다. 해외직구셀을 총괄하는 이는 해외직구 분야에서 10여년 근무한 관련 전문가를 데려왔고, 내부 인력을 여럿 해외직구셀에 인력으로 넣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도 기존 1주 진행에서 2주 진행으로 기간을 늘렸다.
SSG닷컴은 지난해 3월 해외직구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해외직구 전문관을 통해 국가별 및 카테고리별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비 운영상품수(SKU)가 250만개 이상 늘었고, 지난해 대비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 공채 순혈주의 '옛말'...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통가의 외부 인재 수혈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유통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과감히 외부 인재를 등용하는 모습이다.
롯데는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롯데쇼핑 대표(부회장)로 영입했다.
김 부회장은 P&G, DFI에틸그룹 등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풍부한 마케팅, 이커머스 경험이 강점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대표를 지내면서 국내 유통시장 사정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최근 한섬 해외패션 부문에 경쟁사인 삼성물산 출신 박철규 사장을 영입했다. 박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신명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톰브라운, 아미 등을 발굴했다.
신세계는 신세계까사에 이베이코리아와 여기어때컴퍼니를 거친 최문석 대표를 영입했다.
앞서 신세계는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출신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마트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CEO로 업계 이목을 끌었다.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 외관 전경/갤러리아 제공
◇ 코로나에도 백화점 매출 '쑤욱'…"보복소비·해외 명품 덕"
코로나 장기화 속에서 명품 등 보복 소비가 몰리면서 올해 백화점 매출이 급등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매출 1조원이 넘는 백화점이 11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조 클럽 백화점이 5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넘는 곳은 롯데 명동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 강남점·센텀시티점, 현대 판교점 등 5개였다. 올해는 현대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신세계 대구점과 본점, 롯데 부산본점, 갤러리아 압구정 명품관 등 6개 점포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올해 백화점들의 매출이 급증한 데는 해외 명품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6.2% 늘었다. 이 가운데 33%는 명품 매출이다.
1990년 개관 이후 31년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갤러리아명품관은 올해 폭발적인 국내 명품 수요에 힘입어 11월말 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샤넬 등 명품 잡화는 49% 늘었다.
◇ 코로나 한파에 대형마트 폐점·구조조정 속출
유통업계는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오프라인 비중이 줄어들면서 폐점하는 극한 상황까지 내몰렸다.
롯데마트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인력과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작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구리점 등 총 12개 점포를 철수했다. 또 올해에만 2월과 11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10월 롯데백화점은 창사 42년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근속연수 20년 이산 직원을 대상으로 전체 직원 4700명 중 2000명이 그 대상이었다.
홈플러스는 대전탄방점과 대구스타디움점이 각각 올해 2월과 6월 영업을 종료했다.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도 개점 24년 만에 지난 24일 문을 닫았다.
이마트도 올해 인천공항점, 동광주점 등 2개 매장에 대한 폐점을 결정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이 지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지급된 국민지원금 사용처에 대형마트가 제외된 것이 이번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1위 이마트의 지난 3분기 별도기준 할인점 영업이익은 803억원으로 29% 감소했다. 롯데마트 영업이익 역시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 줄었다.
◇ 젠더 갈등에 휘말린 유통가
올해 편의점 GS25에서 시작된 젠더 갈등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숨은 메갈 찾기’가 확산되며 불매의 불씨가 커지자, 유통업계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수차례 점검하며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GS25는 지난 5월 배포한 캠핑용 식품과 관련된 홍보용 포스터에 남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손 이미지가 포함돼 비난을 받았다.
서울우유는 이번 달 공개한 우유 광고 영상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된 영상에는 한 남성이 몰래 여성을 촬영하는 모습과 여성들이 젖소로 변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광고는 비공개로 전환됐고 서울우유는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사과했다.
지난 9일에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웹툰이 문제가 됐다. 2014년 제작된 웹툰 ‘춘봉리 사람들’의 여성 캐릭터 밀키는 몸에 딱 붙는 짧은 얼룩무늬 원피스를 입고, 소의 목에 다는 방울 같은 목걸이를 하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도 비판 여론이 일자 11일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해당 웹툰을 내렸다.
/GS리테일 제공
◇ "단골고객 늘려라" 유통가 자체 간편결제 도입 확산
유통업체들이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간편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충성 고객을 지키는 '록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디지털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8월 'GS페이'를 출시했다. GS페이는 GS샵, 마켓포 등 GS리테일 온라인 채널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향후 더팝(GS리테일 모바일앱) 앱에 가입하면 GS25나 GS더프레시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엘페이앱 서비스를 지난 7월 종료하고 각자 운영해 온 엘포인트와 엘페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합했다. 기존 엘페이 가입자가 500만명에 불과했지만 엘포인트 고객을 끌어들이면서 단숨에 4000만명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지난 4월 'H.포인트페이'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등록, 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론칭한 신선식품 전문 몰 '투홈'에 간편 결제서비스 '현대백화점 페이'를 적용하고 사업성을 타진했다. 이랜드그룹도 올 하반기 중에 'E페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CJ그룹 헬스앤뷰티(H&B) 계열사 CJ올리브영은 내년 간편결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