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랑' 신현빈 인터뷰 / 사진: 유본컴퍼니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 선생으로 주가를 올린 신현빈이 '너를 닮은 사람'으로 더 깊어진 감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벌써 데뷔 12년 차, 차도녀 이미지 덕에 이지적인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온 그는, '너를 닮은 사람'의 구해원을 만나 깊고 깊다 못해 억눌러야 했던 감정의 늪을 표현했다.
'너를 닮은 사람'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 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신현빈은 희주(고현정)의 딸이 다니는 중학교 기간제 미술교사 '구해원'으로 분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아끼는 언니 희주에게 빼앗긴 인물. 작품을 마친 신현빈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간 연기한 작품 중 가장 딥한 감성을 보여줘야 했다. 외적으로도 건조함과 피폐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 신현빈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구해원으로 변한 신현빈을 어떻게 봐줬을까.
"다들 재밌게 봐준 것 같아요. 은진 배우도 바쁠 텐데 쉬는 날이라고 드라마를 보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이거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냐' 하면서 톡도 오고 전화도 해줬어요. 바쁜데 봐주는 게 너무 고맙죠. 그러면 은진 배우가 '언니가 나와서 보는 것도 있지만, 진짜 재밌어서 보는 거다'라고 해줬어요. (최)희서도 최대한 본방사수해 주고 '저 장면 연기 좋네' 해주기도 했어요. 또, (한)효주랑 막방을 같이 봤는데 헛헛함이 들었는데 친구랑 봐서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 점들이 고마웠던 것 같아요"
소재적으로도 불륜을 내세운 '너를 닮은 사람'이다. 그 속에서 해원은 피해자다. 아끼는 언니에게 사랑하는 연인을 빼앗겼다. 복수를 위해 달려왔지만 결국 제대로 된 복수보다, 해선 안될 일을 벌이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
"저는 대본 자체가 주는 이야기가 가진 힘이나 어떤 대사들, 캐릭터들의 면면이 재밌게 느껴졌어요. 단순하게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감정들이라서 그런 것들에 끌렸던 것 같아요. 누구 한 사람도 완벽한 피해자도 아니고 완벽한 가해자도 아닌, 다들 어느 정도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해버렸잖아요. 그 결과로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다른 드라마와 다른 면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해원은 시청자에게도 연민과 질색을 함께 불러오는 인물이다. 수개월 동안 해원으로 살아온 신현빈은 그녀를 '아픈 손가락'이라고 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좀 해원이한테 정말 힘이 되어주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어요. 할아버지가 계셨지만 맹목적인 사랑만 주시는 거였고, 엄마는 어떻게 보면 친구이자 딸 같은 상황이잖아요. 사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느낀 건 해원이가 주영이와 있을 때 자기 삶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사람이 해원이에게도 있었다면 자기 삶을 빨리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해원이와 달라서 차라리 분리가 더 쉽게 됐던 것 같아요. 해원이는 메마른 사람이고 어찌 보면 늘 화가 난 것 같잖아요. 그런 것들이 어찌 보면 마음이 너무 망가지고 황폐해져서 그런 거거든요"
작품 전체를 보면 해원에게 유독 가혹했던 전개였다. 해원은 억울함과 증오,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 시기를 다 거쳐 눈물과 감정마저도 마를 만큼 말라버린 인물이다. 감정을 제대로 토해낼 수 없었던 신현빈은 촬영하며 늘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수호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보면 그 내용이 되게 해원이 이야기 같았어요. 작가님이 이야기를 잘 찾으셨구나 했어요. 저도 찍으면서 너무 울어서 호수 아역 배우가 '왜 이렇게 우세요' 했을 정도였어요"
"모든 게 다 정리되고 우재 작업실에서 울 때는 정말 마음껏 울어야 했어요. 그런데 우는 것도 기운이 있어야 하잖아요. 감정신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보니까 여러 번 찍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때는 그냥 많이 울게 되더라고요"
작품 속 신현빈은 고현정, 김재영과는 대립하는 인물이다. 관계성 속에서 서로를 옭아매지만, 현장에서만큼은 서로를 다독이고 배려하며 응원의 꽃을 피웠다.
"준비하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선배님과 많이 만나고 했어요. 현정 선배라서 있었던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제가 제 것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도 선배에게 의지가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재영이는 워낙 장난기도 많고 재밌는 친구라서요. 우재라는 캐릭터가 쉽지 않은 캐릭터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치는 그 변화가 많은 캐릭터라 고민도 많고 그런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후반에 우재가 기억을 되찾고 하면서 재영이랑 '쟤가 저런 애였나. 어떻게 해원이에게 저러냐'라고 하면서 찍었어요. 서로 신 찍을 때 도움을 많이 주려고 했고 그게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벌써 데뷔 12년 차를 맞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이후 차기작까지 줄지어 전하고 있는 그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벌써 그렇게 됐나 싶어요. 일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지금보다 예전에 훨씬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십 년 정도 연기했으니 그런 데에서 오는 고민이나 생각이 적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내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다른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안 하는 것 같아요. 안 해본 캐릭터가 훨씬 많으니까요. 친구들이랑 그런 이야기는 해요. '우리들끼리 하면 재밌겠다. 그러면 좋을 텐데'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