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원동아 리모델링 조감도/현대건설 제공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그동안 틈새시장으로만 여겨졌던 리모델링 사업이 효자 노릇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1조원에 불과했던 리모델링 수주액은 1년새 5배가량 증가했다.
건설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부진한 해외 수주를 대신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건설사의 리모델링 누적 수주액은 6조388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수주액이 최대 9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건설업계는 전망했다. 지난해 리모델링 수주액이 1조3500억원임을 감안하면 6배가 넘는 수치다.
현재 리모델링 수주액이 1조원이 넘는 건설사는 현대건설·포스코건설·DL이앤씨 등 3곳이다.
지난해 12월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구성해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현대건설은 올해 1월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한데 이어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서초구 반포MV아파트, 서초구 잠원동아아파트까지 올해 총 1조2159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군포 산본 개나리13단지, 수원 영통 신명∙동보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 입찰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으로 단독 참여해 이달 중 50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 확보를 앞두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서울 가락동 쌍용 1차(2085억원), 수원 영통 삼성태영(2858억원), 용인 수지 동부(1778억원), 광교 상현마을 현대(1927억원) 등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해 누적 수주액 1조626억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는 경기 군포 산본 우륵(3225억원), 수원 영통 신성신안쌍용진흥(2159억원), 산본 율곡(4951억원) 등의 리모델링을 수주, 현재까지 1조335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이 규제를 받는 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공사 기간이 짧은 리모델링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며 "리모델링 전담조직 신설이나 전문 인력 충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실적은 크게 줄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올해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액은 243억달러로 전년대비(308억달러) 21% 급감했다. 이는 2006년 165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수주건수도 418건으로 지난해(510건)와 비교해 18% 줄었다.
업체별로 삼성물산이 44억5001만달로 1위를 차지해 코로나 여파에도 선방했고 삼성엔지니어링(35억6101만달러), 현대건설(28억5934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선 내년도 해외수주 실적 회복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생기는 내년부터는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 수주 영업력이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도 약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