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우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손석구 / 사진 : CJ ENM 제공
배우 전종서는 인터뷰 중 배우 손석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우리와의 싱크로율은 120%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마지막 촬영 날, 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손편지를 써오셨거든요. '너랑 이런 게 좋았고, 이런 건 미안했다' 이런 식의 내용인데요. 정말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진 분이신 것 같아요. 그게 정말 귀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손석구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박우리 역을 맡았다. 박우리는 잡지사에서 성 관련 칼럼을 쓰게 됐고, 함자영(전종서)과 만나며 그는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은 성과 관련된 행동이 아니더라도, 함께하는 이야기와 정서적 교감을 통해 마음을 열어간다. 이것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손석구와 전종서가 완성해낸 '말맛'이었다.
"정가영 감독님을 많이 관찰했어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생각될 때 감독님을 보면서 답을 찾아요.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맞춰야 만족하시는지 보여요. 평소 농담도 잘하시는 분이라서요. '연애 빠진 로맨스'가 감독님만의 세계인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가끔 같이 리딩도 해주셨어요. 박우리 대사도 읽어주시고, 함자영 대사도 읽어주시면 감이 빨리 왔죠."
손석구는 성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여성이 주체적인 작품에 끌렸다. 그리고 손석구는 박우리 역을 맡아 때로는 로맨틱했고, 때로는 코믹스러운 온도를 완성해냈다. 'D.P.' 등의 작품에서 까칠한 모습을 보였기에 사랑스러운 '손석구'가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평소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뭐야, 박먹다가 연기했네?'라고 하실 거예요"라며 자신과 박우리가 닮아있다고 했다.
"제가 중점을 둔 건 두 가지 같아요. 일단 우리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건, 기본적으로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랑에 서툰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다. 이 두 가지였어요. 그래야 관객분들이 좀 더 애타는 마음으로 기대 반, 우려 반 불안 불안해하시며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았어요."
잡지사의 강요로 시작된 칼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하게 됐다. 손석구는 그런 우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찌면 자의 반 타의 반이죠. 감독님께 현장에서 제안했었어요. 회식 자리에서 나온 다음에 편집장님에게 '이제 이런 거 그만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할 때만이라도 좀 적극적으로 편집장님에게 '안된다'고 하고 싶다고요. 최종본에서는 편집됐어요. 그건 우리 캐릭터를 확실하게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휘둘리는 캐릭터임을 표현하기 위해서요. 우리끼리도 '이게 납득이 될까?'라며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었어요."
전종서와의 케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손석구는 "느낌인 거죠"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전종서가 가진 에너지가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개그 코드도 잘 맞을 것 같고, 말도 빨리 놓을 것 같았고요. 추구하는 연기 방향도 비슷할 거 같았고요. 편하니까 그렇게 느낀 거죠."
사실 손편지는 매 작품 쓰는 편이다. 손석구에게 손편지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는 "매번 손편지를 써요. 박우리도 왠지 그랬을 것 같아요"라며 손편지에 대한 대답을 이어갔다.
"함께해준 것에 고마운 마음이죠. 그 마음을 전하는 방식에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그중 저는 편지를 선택한 거죠.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하면 저에게도 좋아요. 이왕 쓰는 거,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져서 돌아보며 정리도 돼요. 기억에 남는 건, 손편지를 돌리던 날이 마지막 촬영 날이었는데요. 손편지를 돌리다 보니 마음이 울컥해지더라고요. 진정이 안 됐어요. 그래서 막상 촬영 때, 여러 번 촬영한 기억이 납니다." (웃음)
손석구는 지난 2017년 드라마 '센스8' 시즌 2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멜로가 체질',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작품에 채워 넣고 있다. 과연 늦은 나이에 데뷔한 그의 시작은 어땠을까.
"연기는 우연한 기회에 심심해서 인터넷에 연기 학원을 검색했어요. 첫 번째 뜨는 액팅 스쿨에 찾아갔는데요. 그 당시 다운된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됐어요.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뒤늦은 진로 변경이었죠. 그 전까지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고, 그걸 찾으려는 마음도 간절하지 않았어요. 그냥 허송세월 보내다 20대 후반이 되어 찾은 거죠."
'D.P' 제작발표회 당시에는 군대 시절 상사의 집에 찾아갈 정도로 캐릭터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박우리 캐릭터를 맡아 자신을 돌아봤다. 손석구는 작품에 임할 때 "발가벗겨진 걸 두려워하지 말자"라는 태도로 임했다.
"저는 굳이 제가 아닌 캐릭터가 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냥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계속 변하잖아요. 변하는 만큼 보여주자, 과하지 않게. 내가 나오는만큼, 내 모습만큼, 보여주자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어떻게 보면 저의 강점이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손석구는 "배우가 체질"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그에게 허락받은 공간 안에서 자유를 주기에 재미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자유"라는 대답을 말한다.
"계속하면서 바뀌긴 해요. 지금은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기억되기보다, 그냥 저라는 사람이 특정 방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릴 때 자유로운 삶을 원했거든요. 그런데 학교생활도 있고, 책임감도 있으니 그걸 가질 수는 없잖아요. 똑똑하게 자유로워야 하는데 나이 들면서 지금도 알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너 연기 자유스러운 것 같아'라는 말이요.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판타지나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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