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업체간 경쟁이 불꽃튀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1번가·롯데온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민 전략적 카드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모양새이다.
야심차게 추진한 인수합병 전쟁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뒤늦게 라이벌 회사 인재 영입 등의 강수를 두고 있지만 네이버·SSG닷컴·쿠팡의 3강 체제가 굳건한 만큼 시장에서 도태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 유통채널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두 번 다시 반등 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한 46억4470만 달러(약 5조4789억원)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SG닷컴 매출액은 38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성장했으며 네이버의 경우 커머스 부문 매출액이 380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3.2% 늘었다.
반면 11번가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2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고 영업손실 18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온은 3분기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폭이 180억원 가량 늘었다. 매출액 역시 14% 줄어든 240억원에 그치면서 사실상 꼴지 신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 선택이 새벽·바로배송 등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11번가의 익일배송 집중은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시장의 예측은 적중했다.
11번가는 '오늘주문 오늘도착' 서비스를 도입 5개월 만에 종료했다. 서비스 효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시작된 ‘오늘 주문 오늘 도착’은 매일 자정부터 정오까지 주문한 상품을 주문 당일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11번가 관계자는 "최근 '오늘 주문 오늘 도착'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익일배송 쪽으로 강화를 하면서 당일배송이 가능한 상품군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물류센터에서 당일배송이 효율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과의 제휴 효과가 미미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11번가는 지난 8월 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상품 수나 가격 등 해외직구족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이용자 증가가 더딘 모습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번가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월 947만여명에서 9월 991만명까지 늘다 10월 들어 다시 960만명으로 감소했다. 이용률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 이전 수준으로 줄어든 것. 신규 애플리케이션 설치 건수도 8월 27만명에서 9월 33만명으로 많아졌지만, 10월 다시 25만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내 7개 유통계열사를 통합해 출범한 롯데온은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이베이 출신의 나영호 대표가 부임한 뒤 '주문부터 배송까지 2시간 이내 소화할 수 있는 바로배송' 등을 도입했다.
롯데온은 내년 말까지 바로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를 50여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이마트가 전국 150여개 마트 중 110여 곳에 온라인 물류 처리가 가능한 'PP센터'를 구축하는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더욱이 상품·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오프라인 고객들의 로열티와 서비스 확대 등 여러 유인이 있을 수 있지만 상품MD·가격·배송 역량에서 경쟁사를 능가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비용이 증가하는 것만큼 시장 점유율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며 "쿠팡과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등 경쟁 업체에 맞서 어떻게 시장 점유율을 상승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롯데온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 최근 롯데쇼핑 수장으로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가 선임됐다. 롯데의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비(非) 롯데맨이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에 초강수를 둔 인사지만 희망퇴직에 이은 외부 인재 영입 등으로 내부 분위기가 역대 최대치로 침체됐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 수장으로 라이벌 회사의 인재가 영입된 것 자체가 구성원들에게는 패배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같이 의욕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오히려 적장을 영입해 토사구팽 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키운꼴"이라며 "특히 내부에선 당장 전략 부재로 인한 시장 도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