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CJ ENM 제공
연애에 지친 29살 여성이 있다. 이름은 함자영(전종서). 얼마 전에 한 달 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피곤하게 살지 않기 위해 연애를 끊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을 수 없다. 주변에서 찾기도 하고, 동호회도 나가보지만 멀쩡한 사람이 없다. 자영이 데이팅 앱을 깔아 쓱쓱 넘겨보게 된 이유다.
연애를 바라봤던 33살의 남성이 있다. 마음을 준 직장 선배는 필요할 때만 와서 안기고, 쉽게도 떠나간다. 호구라 불리는 그의 이름은 박우리(손석구), 직업은 잡지사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과 관련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해당 분야에 전문인 친구는 선배에게 또 버림받고 와 술에 취한 그의 핸드폰에 데이팅 앱을 깔아준다.
함자영, 박우리. 이 두 남녀가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다. 피곤하게 만드는 연애는 빼고, 몸의 외로움을 채우려 한다. 그런데 한 번 만남이 두 번이 되고, 힘든 날 앞에 앉은 사람에게 토해내듯 내뱉는 이야기가 즐겁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성과 사랑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 영화 자체가 오랜만이다. 어찌 보면 '연애 빠진 로맨스'는 영화 '연애의 목적'(2005), '그날의 분위기'(2016) 등의 작품과 결을 같이한다. 하지만, 정가영 감독 특유의 말맛은 '연애 빠진 로맨스'를 가득 채운 비법 소스 같은 역할을 한다. 자영(전종서)은 전 남자친구(이학주)에게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머저리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헤어지고, 우리(손석구)가 자신을 필요할 때만 찾는 짝사랑 선배에게 같이 보러 가자고 건네지도 못한 공연 티켓에는 '비치 온 더 비치'라는 제목이 선명하다.
배우 전종서, 손석구는 이를 완벽하게 완성한다. '저 배우의 실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이어질 정도로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은 한 번쯤 사랑이 힘들어진 순간을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특히, 촬영 전 4시간 그 이상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많은 리허설로 완성해낸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관객을 두 사람의 술자리에 자연스럽게 초대한다.
'버닝', '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종서의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 도전이었고, 손석구는 실제 나이와 약 10살 정도 차이 나는 캐릭터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도전'이라는 단어가 머쓱할 정도로 캐릭터와 밀착된 모습이다.
다만, 15세 이상 관람가라기엔 다소 수위가 높은 장면들과 언어들이 포진돼 있다. 정가영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관람 등급에 대해 고민은 하지 않았다"며 "신체 노출에 포커싱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젊은 사람들의 썸타는(호감을 느끼며 만나는) 이야기에 집중되길 바랐다"라고 등급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정가영 감독은 "여자가 중심이 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자영(전종서)이라는 '센 캐릭터'는 일과 사랑에서 방황하는 모습 이후,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고, 우리(손석구)가 결국 관계의 끈을 쥔 듯한 모습은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그런 아쉬움도 이 발칙한 강렬한 마라 말맛 영화의 매력을 가릴 수는 없다. 오랜만에 만나는 솔직 당당한 로맨틱 코미디 '연애 빼고 로맨스'는 오는 11월 2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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