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사고 난 차에서 깨어났고, 나도 상처가 있다. 막연하게 서울에서 시청이 어디에 있고, 강남이 어디인지는 알겠는데, 정작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거울을 봤는데, 내가 생각한 내 모습도 아니다. 게다가 12시간이 지나니, 순간 이동해 또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답답한 상황 속에서 일단 누구에게라도 확인을 해야 한다. 12시간이 지나, 두 번째 몸 유부장(유승목) 속으로 들어간 그는 자신의 사고를 처음 발견한 노숙자(박지환)를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깨어난 사고 차량으로 향한다. 차 안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속에 있는 여인(임지연)은 내가 누구인지 알까. 과연 그는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영화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고 깨어난 강이안(윤계상)이 7명의 몸을 거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독특한 소재 속에 '나'를 찾아가는 추리와 액션을 담았다. 이는 개봉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도대체 7명의 몸에 빙의된다는 설정을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증도 있었다. 이를 영화적으로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게 한 것은 배우 윤계상과 윤재근 감독의 몫이었다. 먼저 윤재근 감독은 통일성 있는 앵글을 사용했다. 거울이나 창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는 빙의된 사람의 모습이, 자신을 볼 때는 강이안(윤계상)이 등장했다. 이를 통해 윤계상이 어떤 사람의 몸속에 있는지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완성해낸 것은 배우 윤계상의 몫이었다. 윤계상은 7명의 옷을 입었다. 배우 유승목, 박용우 등의 타인의 몸 속으로 들어간 것을 표현해야 하는 그는 철저하게 그들의 굽은 어깨 정도, 보폭의 정도, 움직임의 속도 등을 따라갔다. 옷이나 반창고의 위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윤계상식 '디테일' 표현이 완성됐다.
'유체이탈자'는 윤재근 감독의 새로운 소재가 담겨있는 시나리오와 '범죄도시'의 제작진이 만난 작품이다. 윤계상이 7명의 연기를 소화한 만큼, 볼거리 역시 7배 그 이상 화려하고, '범죄도시' 액션의 온도 이상 뜨겁다. '범죄도시'가 악을 처단하는 강한 주먹이 담긴 작품이라면, '유체이탈자'에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속 뜨거운 감정이 담겨 있다. 차의 폭정도인 좁은 길에서 아슬아슬하게 벌이는 카체이싱부터 타격, 총기 액션 등이 담겨있지만 그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한 인물의 '감정'이었다.
'범죄도시'에서 만난 박지환은 노숙자 역을 맡아 윤계상과 함께하며 극의 무게를 맞췄다. 극이 무거워질 때는 가볍게, 가벼워지려 할 때는 다시 주춤하며 자신의 자리를 공고하게 했다. 여기에 처음으로 마주한 배우 박용우의 얼굴과 그와 관련된 캐릭터들은 촘촘하게 '유체이탈자'를 완성해낸다.
물론 아쉬운 면도 있다. 7명의 몸과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참신한 소재는 개연성의 면에서 물음표를 던지는 순간도 있다. 기억을 잃은 강이안이 어떻게 노숙자를 찾아가는지 등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어느 정도까지 영화적으로 허용하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영화 속에서 던진 굵직한 의문들은 모두 회수되며 깔끔한 마무리를 짓는다.
윤재근 감독은 "영화 전면에 드러난 건 아닌데 생각해보면 전체적 이야기가 이안이 몸도 잃고 기억도 잃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찾아가는 동안 영화는 관객은 '자기를 찾는다'는 게 뭘 찾는다는 것인지를 만날 수 있다"라며 '유체이탈자' 내면에 담고 싶었던 철학적 의미에 대해 밝혔다.
철학적 의미까지 다가가지 않아도, 배우 윤계상, 임지연, 박용우, 박지환 등이 보여주는 적절한 유머와 긴박한 카체이싱, 액션 등은 상영 시간 108분을 빈틈없이 가득 채운다. 오는 11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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