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기' 곽시양 화상 인터뷰 / 사진: 드로잉엔터테인먼트, SBS 제공
훈훈한 외모에 듬직한 매력까지, 여심을 설레게 했던 곽시양이 '홍천기'를 통해 제대로된 야성미를 뽐냈다. 극 중 곽시양이 연기한 '주향대군'은 단왕조의 둘째 왕자이자 몸이 약한 큰 형을 대신해 왕좌를 탐내는 인물. 곽시양은 작품의 절대 빌런 '마왕'을 직접 내림받아 역모를 꾀하려는 캐릭터를 연기, 날카롭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홍천기' 종영 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곽시양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향대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점차 점차 싱크로율이 커져갔다고 생각을 해요. 실제로 에필로그 촬영할 때는 '나는 왕'이라고 생각했어요. 주향대군은 왕이라고요. 원래는 의상이 양명과 같은 옷이었는데, 의상팀과 감독님에게 말씀드려서 곤룡포를 입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나중으로 갈수록 싱크로율이 높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호평이 많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잘 찾아보지를 않거든요. 안 좋은 얘기가 있으면 상처를 많이 받을까 봐 위축되지 않으려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들리는 바로는 '홍천기'에서 정말 잘했구나 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좋았고,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영화 '목격자'에서 보여준 섬뜩한 연쇄살인마 연기 이후 오랜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만의 빌런을 만드는 비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빌런이라고 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작가님, 감독님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장태유 감독님과 자주 뵙고 톤 잡는 연습도 많이 했어요. 도움을 많이 주셨죠. 비결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그냥 솔직히 열심히 노력했어요"
마왕이 나오는 신에서는 생소한 CG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마치 마왕이 보이는듯한 리얼한 연기로 호평을 이끈 그다.
"마지막 봉인식에서 마왕을 마주하는데, 촬영하면서도 굉장히 어색한 부분들이 많았어요. 마왕의 손길이 뻗어나간다고 말씀하시면 목이 졸리는 듯한 제스처와 숨이 안 쉬어지는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 같이 어색함을 이기고 열심히 해주셔서 저도 혼자 어색해할 수만은 없었어요. 나름대로 상상력을 많이 발휘하면서 마왕과 촬영을 했죠"
사극에다가 지난해 시작, 해를 넘겨 올해 여름까지 진행된 촬영이었다. 계절이 흘러가는 모습에 아름다운 신이 담겼지만, 배우로서는 힘든 점도 많았을 터.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됐어요. 지난번에 사극할 때 부족했던 점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 현대극과는 다르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는데, 연차가 조금씩 쌓이고, 이 역할이 제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 나름대로 준비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굉장히 추웠고 굉장히 더웠습니다. 그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한복이라 겨울엔 많이 껴입을 수가 없었고, 여름에는 벗을 수가 없으니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봉인식 찍을 때는 속옷이 젖을 정도로 너무 더웠어요"
비록 작품 속 악역이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현장 케미는 좋았다. 김유정, 안효섭, 공명과 함께 작품을 이끈 곽시양은 캐릭터 관계는 차치하고, 현장 호흡에 크게 만족했다.
"일단 효섭 씨는 워낙 알고 지낸지 오래된 친구이기도 해서 두말할 것 없이 잘 맞았어요. 연락을 워낙 자주 주고받기도 하고 같이 소주도 기울일 수 있는 사이여서 편했죠. 친한 사람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구나 큰 장점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유정 씨와 공명 씨는 이번에 처음 뵀는데, 먼저 유정 씨는 굉장히 차가울 줄 알았어요. 얼음공주처럼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고 털털하더라고요. 먼저 살갑게 다가와주고 그 덕에 유정 씨와 친해질 수 있었죠. 촬영하는 내내 유정 씨를 보면 아빠 미소라고 할까요? 흐뭇해지는 그런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분위기 메이커도 유정 씨에요. 유정 씨가 오면 촬영장 분위기가 밝아지더라고요.
공명 씨는 정말 형제인 것처럼 촬영장에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부딪히는 장면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리허설도 굉장히 많이 하면서요"
매 작품마다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곽시양은 롤 모델로 이정재를 꼽기도 했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고, 앞으로도 연기를 오래 하고 싶고 즐겁게 하고 싶어서 변신을 해보려고 해요"
"롤 모델로 생각하는 분들은 굉장히 많죠. 이정재 선배님 같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어요. 정말 많은 매력을 갖고 계시잖아요. 캐릭터 특유의 맛을 굉장히 잘 살리시는 것 같아서 보고만 있어도 배우는 부분이 있죠"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다양한 색을 입은 곽시양이다. 벌써 데뷔 8년 차를 맞은 그는 곧 다가올 10년 차를 맞이하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가졌다.
"벌써 8년 차네요. 이전 연기를 보면 손발도 오그라들고 부끄럽고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여요. 앞으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조금 있으면 10년 차인데 그때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내가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항상 좋은 기회가 있었고, 내가 운이 굉장히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항상 고민이에요. 30대, 40대, 50대, 더 늙어서까지도 일이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캐릭터가 갇혀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