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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CU 매력 다 담지 못한 '이터널스'…큰 그림이 궁금하다

이우정 기자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1.11.02 12:01

'이터널스' 리뷰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분명 기존과는 다르다. 우리가 알던 마블 시리즈와는 다른 무드에, 인류와 지구, 우주의 근본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화려하고 눈을 뗄 수 없는 액션보다는 세계 곳곳의 경이로운 자연을 보는 재미가 있다. 마블을 이끌어갈 새 히어로 군단의 첫 시작치고는 아쉽지만, 그래도 큰 그림이 기대되는 '이터널스'다.
'이터널스'는 마블 페이즈 4를 이끌 새 시리즈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아 가장 상업적인 영화와 비상업적인 감독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감독의 전작이 멋으로 가득해야 하는 히어로 무비와는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출연과 마동석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에서 국내 팬들의 기대가 컸다.
'이터널스'는 7천여 년 전, 인간을 해치는 괴물 '데비안츠'를 없애기 위해 지구에 온 히어로 군단이다. 열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적 생명체를 잡아먹는 데비안츠를 없애 인간의 발전과 진화를 돕는 신격화된 존재다. '도모'라는 우주 비행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한 이터널스는 아리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전사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구 어딘가에서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던 이들은 멸종한 줄 알았던 데비안츠가 다시 나타나자 인류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캐릭터 설정부터 클로이 자오 감독의 애정이 가득했다. 백인 미국인이 주축이 되던 기존 히어로와 달리, 유색인종에 아이, 장애인, 성소수자까지 이터널스를 구성하는 인물은 다양성 그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강력한 파워를 가진 남성 히어로가 리더가 됐던 것에서도 벗어났다. 이터널스 리더 '에이젝'(셀마 헤이엑)은 치유의 힘을 가진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힘의 균형을 다양성에서 찾았다.
그 덕에 각 캐릭터의 정서적 서사도 깊어졌다. 가장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처럼 살고 싶어하는 '세르시'(젬마 찬), 인류의 분열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룰을 견디지 못하는 '드루이그'(배리 케오간), 12세 소녀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스프라이트'(리아 맥휴) 등 각 캐릭터의 고뇌와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터널스는 마치 고대 신화 속 신처럼 인간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터널스가 누구보다 인간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점, 그리고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 이야기는 이터널스 '이카리스'(리차드 매든)를,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모티브로 했고, 고대 수메르의 왕이자 인류 최초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 '길가메시'(마동석) 역시 이터널스 멤버였다는 설정으로 이미 이터널스가 인류사에 스며들었음을 이야기한다.
특히나 '이터널스'에서는 삼각 로맨스까지 더해져 이목을 끌었다.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세르시'와 '이카리스'의 사랑, 그리고 사람으로 살아가는 세르시에게 다가온 연인 '데인 휘트먼'(키트 해링턴). 존재를 초월한 삼각 러브라인이 히어로 무비에 담기니 신선하기도 했지만, 갑작스러운 러브신은 전개상 튀는 느낌이 있었다.
모두 다른 능력을 가졌지만, 캐릭터의 매력이 강렬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분명 각기 다른 캐릭터인데, 10명이나 되다 보니 각각의 매력을 보여줄 시간이 적었다. 게다가 비슷한 디자인의 포멀한 전투 수트 역시 개성을 죽이는 요소 중 하나였다. 10인 10색 전투는 시원시원한 타격감은 있었으나 긴장감 넘치는 매력은 적었다. 그나마 '테나'의 창을 사용한 화려한 전투, '길가메시'의 강력한 펀치와 귀싸대기 액션이 볼만했다.
여러모로 이터널스의 매력을 다 담지 못한 첫 편이 나온 듯하다. 세계관 설명이 주가 되다 보니 러닝타임 155분도 길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셀레스티얼 아리솀과 이터널스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지, 이터널스 대장정에 기대를 걸고 싶다. 11월 3일 개봉하는 '이터널스'는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55분, 쿠키 영상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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