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넷플릭스 제공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가장 처음 질문은 '이름'을 묻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로 '나의 이름'이라는 제목의 작품 속 주인공은 정작 '나의 이름'이 분명치 않다. 그가 '나의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고등학생 지우(한소희)부터 위장 잠입한 경찰 오혜진(한소희)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등학생 지우는 학교생활이 지옥 같다. 3개월째 연락 없는 아빠를 잡겠다고 형사들이 지우의 주변에 맴돈다. 그래서 같은 반 친구들은 "범죄자 딸"이라고 지우를 몰아세운다.
이 악물고 살아가던 지우에게 아빠가 찾아온 날, 대문 밖에서 아빠는 누군가가 쏜 총을 맞고 죽었다. 지우는 아빠의 복수를 하기 위해, 최무진(박희순)을 찾아간다. 동천파 조직의 막내로 조직원을 꿈꾸는 남자들 사이에서 지옥 같은 훈련을 거듭하던 중, 최무진에게 임무를 받는다. "오혜진, 넌 이제부터 그 여자 이름으로 산다." 지우는 오혜진이 되어 경찰 내부로 들어간다. 최무진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오혜진으로 아빠를 죽인 사람을 찾아 한발 한발 걸음을 뗀다.
'마이 네임'의 3화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다. '마이 네임'의 메가폰은 김진민 감독이 잡았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감독이다. 그는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영웅시대' 등의 작품을 연출한 바 있다. 그 말은 액션, 누아르 장르에 '이유 있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인간수업'은 10대들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선에서 풀어내며 화두를 던졌다. '마이 네임'의 시작도 지우의 10대부터다. '인간수업'으로 쌓은 '김진민 감독'의 신뢰감으로 단단하게 시작을 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액션, 지극히 감정적인 눈물, 울분을 터트리는 그 시점, 한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지점을 적절하게 파고든다.
훌륭한 영상미가 이를 뒷받침한다. 빛은 빠르게 움직이고, 앵글은 다양하게 움직인다. 특히 1인칭 시점의 앵글은 관객을 '마이 네임'이라는 게임으로 초대하며, 마치 한 명의 경찰인 듯, 조직원인 듯 작품 속에 임하게 한다. 또한, 대역 없이 직접 한 액션은 원 없이 원테이크(한 앵글로 장면을 이어가는 것)를 보여주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성을 화자로 한 '누아르'라는 시도를 했음에도, 언더커버 장르에서 등장하는 클리셰를 답습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를 이끌고 가야하는 한소희는 많은 몫을 도전한 모습이다. 화장을 지우고, 얼굴에 표정도 지웠다. 한소희에게는 오롯이 도전의 몫으로 보이지만, 지우와 오혜진이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진 한 인물보다는 액션에 무게감을 두는 듯하다. 특히, 지우보다 오혜진으로서의 모습에 관객까지도 물음표가 뒤따른다. 한소희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 관객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배우 박희순, 김상호, 안보현, 이학주, 장률 등은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해내려 한다. 하지만, 지우와 오혜진(한소희)에 크게 쏠린 무게감으로 무진(박희순), 필도(안보현), 정태주(이학주), 도강재(장률)에 대한 궁금증이 덜해진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던져둔 이들 사이의 '관계성'은 '마이 네임'을 완주하게 만들 큰 힘이 될 것.
결론적으로, 장점과 단점이 확실했던 3화까지 본 상황에서 4화가 궁금해진다. 김진민 감독이 표현한 것처럼 "한 사람이 복수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야기"의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우와 오혜진 중 '마이 네임'을 찾게 될까. '마이 네임'은 오는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될 예정이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