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운데) 등 소송인단이 반소장을 제출하고 있다./SKB
SK브로드밴드가 한국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맞고소에 나섰다. 지난 3년간의 망 이용료를 내야한다는 SK브로드밴드와 이를 내지 않겠다는 넷플릭스간의 분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30일 넷플릭스를 상대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장을 접수하고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넷플릭스에 지난 3년간의 실제 망 이용대가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 6월 1심 SK브로드밴드 승소로 끝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이후 넷플릭스가 항소함에 따라 SK브로드밴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7월 항소하면서 망 이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주요 항소 이유로 ▲ 1심 판결은 이미 콘텐츠 제작을 위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있는 CP에게 ISP의 책임까지 전가했고 ▲ 인터넷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 당사자 간의 역할 분담으로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망은 초기 구축 및 매년 유지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수반돼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반소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법리에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남의 망을 사용하면서 돈을 벌고 있고,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지속해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가능하다는 많은 학자의 견해이기도 하며, 부당이득의 기본적인 원리"라고 말했다.
이번 반소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지난 3년간의 망 이용대가를 청구할 방침이다.
강 변호사는 "우선 일부로 10억원을 청구했다"며 "사실상 수백원에 이를 것으로 생각하나, 청구 금액과 관련해 통상의 재판 절차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주관하는 감정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에 글로벌 CP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통신사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망 사용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를 개최하며 국내 콘텐츠 업계에 약 7700억 원을 투자, 약 1만 6000개의 일자리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또 올 한 해에도 약 5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