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보도국장.
화천대유 사건을 들여다보면 우연치 않게 인터뷰했던 언론인이 화천대유를 설립하고, 대장동 토지 관련 수사와 재판을 담당했던 이해관계자들이 고문과 투자자 등으로 재등장한다. 2015년 수원지검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로비 의혹 수사를 할 당시 피고인과 변호인, 담당 지검장이 모두 화천대유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다. 수원지검장이던 강찬우 전 검사장은 퇴임 후 약 3년간 화천대유 법률 자문을 맡았다. 남 변호사를 변호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고, 조현성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남 변호사의 부인인 J모 前 MBC기자가 위례신도시 개발회사와 투자회사에 임원으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고구마 줄기처럼 꼬리를 물고 있다. 대장동과 흡사한 방법으로 아내는 위례에서 남편은 대장동에서 거액의 배당금 잔치를 벌인 것이다. SPC의 지분을 가지고 투자비율에 따라 배당을 받는 주식회사 ‘위례투자이호’ 이름만 들어도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떠오른다. 화천대유가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 퇴직 당시 50억 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수천억 배당금과 수십억 퇴직금을 그동안 들어본 적이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관계자들의 계좌를 추적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여기서 우연치고는 밀접한 인연의 고리가 등장한다. 특정대학 동문, 법조계 선후배, 똑같은 형태의 SPC(특수목적법인) 고문 및 이사 위촉, 수의계약. 법조, 정치인과 그가 영입한 지인들.
국민들은 기자와 전직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 시도지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등장하는 한편의 대국민 사기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고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추석 연휴 고향인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의 제2의 수도이자 피난 도시라는 특성상 영호남과 이북 실향민 등 다양한 출신지역 인구분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필자의 이웃도 호남이 더 많다. 추석 때 만난 이웃집 아줌마왈 “좀 배운 놈들은 머리를 써가며 도둑질을 밥먹듯 쉽게한다”며 “동네 담배꽁초 줍는 공공근로를 뽑아도 경쟁이 높아 떨어지는 마당에 눈에 뻔히 들여다보이는 황금알 사업을 경쟁자 없이 수의계약한다는 자체가 구린내가 진동한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이웃 아주머니도 “저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나라를 말아먹는다, 법조인들이 법을 아니까, 교묘하게 자기들 끼리 판짜고,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놓고, 국민들 이용해 자기 배불리기 급급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는 “국회의원 놈들 가가가지(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모여서 다 도둑질 모의하고 하는데 법적으로 하자있게 했겠어? 뻔하지, 사돈에 팔촌 친구에 지인까지 모조리 계좌 추적해서 몰수하고 평생 징역살려야해!”라고 역정을 냈다. 부산의 동네 어르신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엔 모두 뼈가 있다.
그럼 화천대유 사건의 기본부터 되짚어 보고 싶다. 이 사건의 본질은 수도권에서도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고 있는 지역인 판교 시내 5분 거리 땅을 개발하면서 수의계약 형식을 취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특히 앞서 이권이 커 수사 등 논란이 있었다면 더더군다나 특정인에게 이익이 과도하게 몰아지는 형태를 피하는 방식을 설계했어야 한다.
네이버 검색의 지식백과에 나오는 수의계약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그대로 인용했다.
“수의계약이란 매매, 대차, 도급 등을 계약할 때 경매, 입찰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여 맺는 계약을 이르는 말로 경쟁계약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국가의 계약은 일반경쟁계약을 원칙으로 하나 경쟁에 붙이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경우나 계약의 성질이나 목적이 경쟁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 가격이 낮은 경우 등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수의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 한해 수의계약을 인정하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경우 경쟁하는 상대방이 없어 공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계약과 관련하여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많고,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을 진행할 경우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성남시 대장동 사건에는 판검사와 기자, 현직 도지사 등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관련자들은 법조를 출입했던 기자와 법조인들로 사건에 의혹에 대해 부인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국민들 상당수는 여야가 자기 진영을 지지하고 상대 진영을 훼손하는 편들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대한 불신도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웃 부산시민들과 같은 보통사람들은 권력층이 대거 연루된 이 사건을 은근슬쩍 덮어버린다면 반드시 심판의 칼날이 그들을 향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시민이 수사관 머리위에 있어 보인다. “미그적 거리는 사이 다 도피하고 증거인멸 했겠지” 이웃시민들의 자조 섞인 예상에는 공감이 200배 가며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국민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대장동 사건처럼 수천억 원의 천문학적 이익을 몇 명이서 나눠가짐으로 해서 피해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장동 땅을 고액의 배당금도 없이 넘겼을 땅주인들과 과도하게 책정된 분양가로 입주한 대장동 신도시 주민, 또 이렇게 특혜성 수의계약이 되지 않았더라면 발생했을 수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성남시민일 것이다.
가진자들의 도둑질을 막는 수의계약 방지법(가칭)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그런데 여당은 진영논리에 빠져 자기진영에 분리한 기사를 막기 위한 의심의 눈초리를 뒤로한 채 언론중재법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 국민이 얼마나 이 혜택을 누릴까? 그들만의 사법개혁과 부동산법 강행 처리를 바라보면서 ‘나만 우월해’라는 자가당착에 빠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 집값 폭등과 전세대란을 보면서 현실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 사건을 정치 진영 논리로 몰고 덮는다고 국민의 마음까지 덮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