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였다. 길었던 공백기를 가진 유진이 선택한 작품은 '펜트하우스'였다. '펜트하우스'는 세 시즌에 걸쳐 방송되며, 유진은 약 1년이라는 시간을 '오윤희'로 살아왔다. '펜트하우스', 그리고 오윤희에 대한 유진의 솔직한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10일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가 종영했다.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 '펜트하우스'에서 유진은 배로나(김현수)의 엄마이자, 자격증 없는 부동산 컨설턴트 '오윤희'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진은 "오랜만에 출연을 결심한 작품이었다. 캐릭터가 어렵게 느껴져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망설이기도 했지만, 도전에 대한 후회는 없다"라며 "제가 오윤희 캐릭터를 얼마나 잘 이끌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굉장히 열심히 했고, 즐거웠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오윤희라는 삶을 살면서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갈수록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간 것 같다"라며 "드라마 전개가 빠르다 보니까 편집도 많이 되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니까 아쉽기도 했는데, 극 전체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 나중에 이러한 신들이 미방영분으로 나와서 보시면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라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극 중 오윤희는 '선'과 '악'을 오가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욕망, 혹은 딸을 위한다는 마음 아래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러한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자 "정말 많이 고민했다. 대본도 많이 읽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계속 고민했다. 나중에는 오윤희라서 이럴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오윤희가 유진으로서 이해하기 쉬웠던 부분은 엄마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오윤희의 변화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는지 묻자 "'펜트하우스'를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 부분이 아닐까"라며 유진은 "매번 변화하는 캐릭터였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업앤다운도 심하고, 겉으로 보이는 성격과 내재되어있던 것이 드러났을 때가 달랐다. 이러한 변화에 제가 먼저 대본을 받을 때마다 놀랐지만, 적응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렇게 오윤희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점차 오윤희화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극과 극 감정을 오갔던, 오윤희로 살아간 후유증은 없을까. 유진은 "후유증 같은 것은 없지만, 촬영하는 동안 쉽지는 않았다. 정말 감정이 극과 극을 왔다갔다하면서 감정의 최고치를 늘 찍었다. 후유증보다는, 그 신을 끝냈을 때 '이걸 끝냈다'라는 마음으로 희열이나 속 시원한 마음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선과 악을 오가던 오윤희는 결국, '악' 그 자체였던 평생의 라이벌 천서진(김소연)에 의해 죽게 된다. 이러한 결말에 만족하는지 묻자 "사실 예상했던 결말은 아니었다"라며 "제가 기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작가님의 선택이고, 극의 흐름에 맞는 결말이라 만족한다. 어쨌든 긴 드라마에서 오윤희라는 한 롤을 맡았고, 여기까지 같이 끌어오고, 죽음을 맞이했다. 생각보다 일찍 죽었지만, 헛된 죽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죽고 나서 시청자 입장으로 보는 재미도 있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펜트하우스'는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지며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물론 충격을 받은 것은 시청자만이 아니었다. 배우들 역시 대본을 처음 받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유진은 "대본을 받기 전에는 조금도 아는 게 없었다. 민설아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도 그 회차의 대본을 받고 알게 됐다. 그래서 대본이 정말 기다려졌었다. 배우들끼리도 서로 '뭐 아는거 없냐'라는 식으로 물어보면서 지냈다. 그래서 더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작품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민설아를 죽인 범인'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았다. 술에 취한 오윤희가 잘못 기억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부터 주단태(엄기준)의 누명이라는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지만, 결국 진범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윤희가 민설아를 죽였다. 하지만 유진 역시 오윤희가 민설아의 진범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민설아를 죽였다는 설정 자체가 설득되기가 힘들었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고민을 많이 했고, 작가님과 대화를 하면서 이해하고 제 자신을 설득시키는 그 과정이 길었다"라며 유진은 "저도 제가 범인이라는 대본을 받았을 때는 충격이 컸다. 시청자분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진은 "이번 작품은 특히나 감독님, 작가님과 대화가 많이 필요했던 작품이었다. 저도 대본을 보고 수긍이 되지 않거나 이해가 안 되면 주저하지 않고 연락 드려서 여쭤보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가 그 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설정이나 대사를 바꾸는 것도 많았는데, 그런 것도 작가님께서 다 수긍해주시고 OK를 해주시는 편이었고, 감독님께서도 오픈되어 있어서 배우들의 의견 수렴을 잘 해주셨다. 그래서 이 작품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느낌이 강해서 더 즐거웠던 것 같다"라고 김순옥 작가, 주동민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유진은 "오랜 공백을 깨고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고, 이런 캐릭터를 해본 것도 처음"이라며 "자극적이고 세고, 선악을 오가며 감정 기복도 심하고, 뭔가 되게 성취감이 있는 역할이었다. 100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하면서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공감대를 얻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오윤희 역할에 대해 돌아봤다. "오윤희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고, 오윤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오윤희에 파고들수록 더 애착도, 애정도 갔는데, 정말 제 현실이라면 살고 싶지도 않은 그런 쉽지않은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애증으로 남을 것 같다."

[인터뷰②] "연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요"…이제는 성공한 배우, 유진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