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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선 후보, 자주국방 위한 ‘방위산업 육성 비전’ 밝혀야

이종필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1.09.09 17:18

/박진호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여야 대선 후보들은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한미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라는 공염불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반세기 이상 동안 정책적 성과가 미흡한 방위산업 육성에 대한 비전을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표심은 그럴듯한 속빈 강정이 아니라 못생겨도 속이 알찬 강정에 동요된다. 국내 방위산업 육성은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토대를 보다 확실히 마련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1석2조의 정책이다.

현 정부를 비롯한 과거 보수 정권 역시 방위산업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하였지만 그 정책적 성과는 너무나 초라하다. 박정희 정부 시절,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첫 단계로 군사무기를 국내에서 제조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19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가 설립되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국내 방위산업 기업들의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국내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 성장 동력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잇단 방산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 2006년 1월 방위사업청이(이하, 방사청) 출범되었다. 방사청은 최근 자주국방의 근간이 되는 국내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방위력개선비의 국내 및 국외 지출 상한을 각각 80%, 20%로 설정하고 ‘한국산 우선획득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5년 동안 국내 방위산업의 발전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최근 발표된 한국산 무기 우선 획득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무기체계 획득 절차 및 제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국내 방위산업 환경의 변화가 여러 이유로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산 우선획득 제도’는 무기체계 획득제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 사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이번 제도 시행이 국내 방위산업 육성에 미칠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근본적인 무기체계 획득제도 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2가지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소요군의 작전요구성능(ROC) 수준에 대한 정책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군이 요구하는 무기체계의 국내 생산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요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이다. 둘째, 무기체계의 도입 시기 결정시 ‘군의 전력 공백 방지 입장에서 도입의 시급성’과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입장에서 진화적 개발의 중요성’을 균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소요 검증 절차가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의 소요 검증 절차는 ‘도입의 시급성’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다.

물론, 이번 ‘한국산 우선획득 제도’ 시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국외구매 사업 추진시 ‘국내업체 참여, 국산부품 비율 평가, 국내업체의 MRO 참여’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긍정적 기대 효과 역시도 국내 방산시장 환경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국내 방위산업 육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다. 해외에서 도입되는 무기체계에 전략기술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빈번해서 외국 정부의 정책적 기조(예, 수출 통제 등)가 사업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업체 참여, 국산부품 활용, MRO 참여 등은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 보다는 국외 기업이 판단하는 경제성 위주로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기체계 첨단화가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진행되고 방위산업 분야 선두주자인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어 ‘한국산 우선획득 제도’와 같은 보조적 수단이 아닌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국내 방위산업의 환경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혁신시켜야 한다.

국내 방산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선 ‘전문화 및 계열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반세기 이상 동안 국내 방위산업 기술이 발전되면서 기업별로 차별화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어, 방위산업에 참여하는 기업들 간 ‘전문화 및 계열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상당 부분 성숙되었다. 과거에는 ‘전문화 및 계열화’가 방산비리의 원인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국내 방위산업 육성을 넘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문화 및 계열화’ 부활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 시급하다.

방위산업의 ‘전문화 및 계열화’ 제도가 정착되면 무분별한 경쟁으로 초래되고 있는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어 국내 기업 간 출혈 경쟁이 사라지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진화적 개발 전략의 효과도 상승될 것이다. 또한, 국내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외 기업들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가지게 될 사업 협상력도 크게 개선되어, 우리 기업들이 국외 기업들의 해외 사업에 참여하는 계기도 자연스럽게 마련될 것이다.

박진호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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