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한호열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특유의 하이톤의 목소리. 그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등병 안준호(정해인)이 황장수 병장(신승호)의 눈에 띄었을 때, "어떻게 돌아가긴요~ 잘 돌아가지요"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 그는 정말 센스 가득한 유머에도 '멋있음'을 포기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군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군대물 중에서도 드물게 헌병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군무 이탈 체포 전담조(Deserter Pursuit, 줄여서 D.P.)를 보여준다. 이등병 준호(정해인)과 상병 한호열(구교환)은 탈영한 군인들을 잡기 위해, 그들의 삶의 궤적을 되짚어본다.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2010년부터 구교환과 한 번쯤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10여 년 만에 두 사람은 'D.P.'를 통해 만났다. 구교환은 한준희 감독과 김보통 작가가 함께 쓴 'D.P.' 시나리오가 러브레터처럼 느껴졌었다. 그는 "인물과 이야기, 그리고 한호열이 가지고 있는 유머에 매혹돼 'D.P.'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D.P.'에 대해서는 시나리오가 가장 큰 힌트지만, 제 주변에도 디피 출신인 분들이 많았어요.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가장 크게 마음을 움직인 건 '디피가 특별한 것이 아니고, 결국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D.P.'라는 보직을 의식하기보다 한호열을 옮기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한호열은 "한 마디만 더 해봐"라는 황장수 병장의 눈을 보며 "한 마디"라고 덧붙이고, 박범구 중사(김성균)의 전화를 늘 프리스타일로 응대한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노출된 가족사진을 통해 외아들인 점을 미뤄 알 수 있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늘 그 인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캐릭터를 선택한다는 구교환은 호열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졌었다.
"호열이 점퍼를 2화에 걸쳐서 입는 것을 보고 '호열은 한 가지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도 좋아하는 옷이 있으면 빨고 또 입고 빨고 또 입고 하거든요. 호열은 연애할 때도 오래 하는 성격일 것 같고, 뭔가에 빠지면 깊게 파는 성격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시나리오, 상황, 소품 등 호열이의 여러 모습을 계속 상상했던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여러 전사가 있었는데, 이를 정확하게 할수록 제 안에서 갇히는 게 많아서요. 많은 전사를 만들었지만, 장면과 상황에 순간적으로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호열은 군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서 상병이 됐겠지만, 준호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디피였던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함께 집에서 라면을 먹는 장면에서는 호열이가 누군가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이 준호가 처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게 호열이에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이고, 행복한 시간인지도 생각해봤고요."
'D.P.' 속에서 호열이가 가장 무서워했던 것에 대해 구교환은 "호열이는 다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큰 무기를 장착한 것 같아요. 무서움을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답한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아닌 '호랑이'를 호열이의 레퍼런스로 생각한 이유다.
"호랑이라고 피지컬이 강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마음이 호랑이일 수도 있어요. 호열이라고 하면, 호랑이가 생각나더라고요. 호랑이가 되고 싶어서 '호랑이 열정'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호열과 준호는 'D.P.'를 끝까지 정주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탈영병의 삶의 궤적을 쫓는 두 사람은 주인공이라기보다 화자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즐겁게 공감하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구교환은 "정해인 배우와는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 것 같아요"라며 현장 분위기를 회상했다.
"상대 배우와 교감하는 법은 여러 방법이 있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대사를 계속 주고받아요. 작품에 꼭 필요한 긴 대사를 하는 장면이라면, 촬영 직전까지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아요. 그냥 그 대사를 툭 던지면, 상대배우도 툭 받아줘요. 같이 듀엣곡을 부르듯이요. 희극적인 무드로 가는 장면에서는 그 무드를 유지하려고 촬영 전까지 서로 농담을 주고받다 들어가기도 해요.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함께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게 교감하는 거라면, 굳이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정해인 배우에 대해서는 언제든 부담스럽지 않게 서로 작품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동료를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한호열로 있게 해준 것이 사실 정해인 배우도 있지만, 저와 함께 장면을 만든 모든 배우가 그랬던 것 같아요. 'D.P.'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모든 배우가 각자의 방식으로 티키타카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한호열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그중에서도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바로 메가폰을 잡은 한준희 감독이었다. 정해인 역시 인터뷰에서 한준희 감독이 모든 배우를 "형"이라고 부르며 배려했던 점을 이야기했었다. 구교환은 "한준희 감독님이 모니터하면서 계속 배우들의 연기를 시청자처럼 바라봐주고, 계속 애정을 가지고 편안하게 디렉션을 준 그 뒷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한다.
호열 역을 통해 '40살이라고 하면, 놀라운 그 남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호열의 바람막이 점퍼까지 사랑을 받고 있고, 구교환의 동안에 놀라기도 한다. 구교환은 호열의 의상 디테일은 "한준희 감독님과 의상 감독님이 전적으로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안이라니 감사하죠. 신기해요. 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오해라고 판정 짓겠습니다. 땅땅땅. 동안이 아니고 그 역할이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그만큼 호열 역을 잘 봐주신다는 칭찬으로 듣고 있어요."
마흔이 되어서 더 좋은 점이 있을까?
"20대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었어요. 20대 때 몰랐던 맛들을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맛있는 게 최고입니다."(웃음)
'D.P.'에서 한호열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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