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6' 김현수 화상 인터뷰 / 사진: kth 제공
"같은 캐릭터를 오래 하다 보니까 한 가지 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또 그러려고 하고 있고요. 이전보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한 모습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데뷔 10년 차인 김현수가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동시기에 드라마와 영화로 대중을 만나게 된 그는 인기를 실감할 겨를도 없이 연기적 성장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한 작품 한 작품 필모를 쌓아가는 과정이 김현수에게는 선배들의 노련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여고괴담6'로 '공포퀸'에 도전한 김현수를 영화 개봉 전 화상으로 만났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김현수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됐다. 게다가 이전 시리즈 '여고괴담5'도 김현수가 열 살 무렵에 개봉했다. 그만큼 역사도 깊고, 작품을 거쳐 지금은 톱 반열에 오른 배우들도 많았다. 김현수는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는 '여고괴담' 시리즈에 참여하면서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역사도 깊고 팬분들이 많은 작품이라 이런 작품에 제가 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담감보다는 서형 선배님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었고, 그래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죠"
극 중 김현수가 연기한 '하영'은 교내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인물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인 그는 늘 허리춤에 화장 도구가 담긴 가방을 차고 다닌다. 평소엔 시니컬하고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는 교내 인기 교사 박연묵 앞에서만큼은 날을 세운다. 무언가를 숨기듯 경계심을 가득 드러내고 있는 하영. 김현수는 그런 하영을 표현하기 위해 반항적인 눈빛을 가득 담았다. 평소의 자신과 너무도 달랐지만, 그래도 하영의 서사를 위해서라면 가릴 게 없었다.
"감독님께서 하영이가 초반부에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고, 반항적인 문제아로 보이기를 바라셨어요. 그래서 나중에 반전처럼 아픔을 가진 아이였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점에 맞추려고 했죠. 실제로는 반항적이고 욕하는 것도 처음이고 해서, 센 모습을 더 보여주려고 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여고괴담6' 속 하영은 극 후반부로 향할수록 감정의 극단을 보여준다. 사건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은 인물을 연기했기에, 정서적으로도 힘들었을 법했다. 그럼에도 김현수는 감정을 끌어내고, 또 폭발시키는 힘이 있었다. 데뷔 10년 차 배우인 만큼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을까.
"벌써 10년이 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10년이 되었어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고, 현장에서도 늘 부족한 게 많아서 배우는 게 더 많죠"
"노하우 같은 건 없는 것 같고요, 현장에 가면 감독님이나 연기할 때 상대 역을 해주시는 선배님들의 에너지를 받고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여고괴담6'에서는 하영이의 감정이 가장 격해진 부분이 서형 선배님에게 멱살 잡히는 신인데, 감독님께서 서형 선배님의 기세를 맞받아치면서 더 불량스럽게 보이기를 원하셨어요. 선배님이 멱살을 쥐는 에너지와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가 있어서 그 에너지를 받아서 더 세게 하려고 했죠"
상대 배우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김현수. 이번 현장에서 김서형과 처음 호흡을 맞춘 그는 김서형을 향한 팬심을 가득 드러냈다.
"'SKY캐슬'를 보고 나서 꼭 같이해보고 싶었고, 팬이 됐어요. 서형 선배님이 그동안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하셔서 걱정이 있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뵙고 보니 너무 좋으시고 재밌으시더라고요. 선배님이 촬영장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대본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서 여쭤보기도 했어요. 선배님이 항상 전 신과 뒤 신을 생각하면서 찍는 신을 흐름에 맞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선배님은 가만히 있어도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넘쳐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모습과 현장에서의 노련함을 보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아역 시절부터 전지현, 손예진 등 당대 톱스타 전문 아역 배우로 이름을 알려온 김현수다. 이제는 새로운 수식어를 원하지는 않을지 궁금했다. 김현수는 "앞으로 연기가 더 발전하면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듣고 싶다. 탐이 난다"고 했다. 배우 인생에 롤모델로 꼽는 선배도 있다고 했다.
"김혜자 선생님은 되게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셨잖아요. 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엄마 같은 이미지이신데, '마더'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마더'에서와 '디마프', '눈이 부시게'에서는 또 다르시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시죠"
김혜자의 연기를 보고 감탄을 했듯, 김현수도 이젠 교복을 벗고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매번 교복 입는 역을 해와서, 이제는 교복을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워낙 많고요. 저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하고 싶거든요. 인상 깊게 본 드라마가 '비밀의 숲'인데, 검사나 변호사, 경찰 같은 전문직 역할을 하면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사실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어요. 그래도 캐릭터의 감정에 근접한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에 있을 때 성취감이 있어요. 영화 개봉을 하거나 드라마 방영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위로가 됐다는 반응을 들었을 때 가장 행복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