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6' 김서형 인터뷰 / 사진: kth 제공
"제 입으로 말하긴 뭐 하지만 '독보적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고, 그런 이미지를 쌓아온 것 같아요. 만족이라기보다는 저 나름대로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감사한 수식어가 됐죠. 제가 노력하고 성실했던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센 캐릭터를 저에게 주시다 보니 매번 뭔가라도 조금씩 달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긴 하죠"
김서형은 작품과 예능에서의 갭이 크다. 스스로 유쾌하다고 말하는 김서형이지만, 그간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김서형은 배역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자신을 캐릭터에 담아내는 것보다, 캐릭터에 자신을 스미게 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렇기에 그가 '여고괴담6'에서 보여준 또 다른 모습이 반갑다. '아내의 유혹', '자이언트', 'SKY캐슬', '아무도 모른다'에 이어 '마인'까지 매 작품 센 캐릭터를 보여준 그는 '여고괴담6'에서 가련하지만 단단한,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처연한 눈빛만으로도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 연기 호평을 이끈 김서형을 '여괴괴담6' 개봉 후 화상으로 만났다.
'여고괴담6: 모교'는 무려 12년 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김서형은 '여고괴담4'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후, 이번 시리즈에서는 작품을 이끄는 주연으로 나섰다. 공포 영화를 싫어한다던 그는 출연 제의를 받고 "의아하면서도 좋았다"고 했다.
"'여고괴담' 시리즈에 제의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여고괴담'의 여섯 번째 이야기라는 얘기를 듣고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죠. 제가 무서운 영화를 못보다 보니까 내용의 흐름은 다 알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편하기도 했어요. '여고괴담'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모교'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죠. 게다가 '여고괴담'에 두 번 이상 출연한 배우가 저밖에 없는 거로 알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극 중 김서형이 연기한 '은희'는 교감이 되어 모교로 돌아온 인물이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교로 향한 은희는 의문의 여학생이 자신을 따라오는 환각에 휩싸인다. 캐릭터 감정선도 그렇지만, '은희'의 서사를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전개도 복잡했다.
"저도 과거의 은희와 '송재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헷갈렸어요. 저도 재연이가 은희의 친구로 나오는 건지, 아니면 제 기억의 망상, 트라우마를 겪는 입장에서 어떤 존재를 부여하고 싶었던 건지. 저는 피해자로서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은 감독님과 얘기를 해가면서 바뀐 부분도 있어요.
영화가 편집되면서 그런 부분이 빠져서 다들 어려워하고 복잡하다, 헷갈린다 하시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은희가 모교로 돌아올 때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잃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은희가 정말 기억을 잃었을까 하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못 보신 것 같아요. 저는 어렵게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어요"
상담 선생님을 자처한 교감 역할인 그는 학생 역의 배우들과 마주하는 신이 많았다. 특히 김현수가 연기한 '하영'은 '고스트스폿'으로 불리는 3층 화장실에서 은희를 마주한 이후 계속해서 엮이는 인물이다. 김서형은 김현수와의 현장에 대해 "제가 선배라는 생각보다 동료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현수가 촬영 들어오기 전에 'SKY캐슬'을 봤다고 해서 (저를) 더 어렵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몇 개월을 연기하더라도 그 배우를 다 알지는 못하고 헤어지잖아요. 현수는 저와의 대면 신에서도 살뜰히 준비해왔고, 또 흐트러짐 없는 자세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 점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또 몸싸움을 하고 현수를 부둥켜안고 우는 신에서는 현수가 저를 의지하고 믿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죠"
김서형은 'SKY캐슬'을 마친 후 '여고괴담6'에 돌입했다. 'SKY캐슬'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작품 이후 헛헛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걸 털어내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선택한 게 '여고괴담6'였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여고괴담6'는 'SKY캐슬' 끝나고 바로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SKY캐슬'을 끝내고 헛헛함이 컸거든요. 연기에 대한 아쉬움, 뭔가를 다 꺼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스스로 있었어요. 그래서 '여고괴담6'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심리적으로 쉼 없이 한 번에 끌고 가는 역할에 매력을 느꼈어요. 과감하게 몸으로든 뭐든 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한 번은 푹 주저앉아서 다음 작품을 만나기 위해 털어내야 할 저만의 뭔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감정선 하나로 쭉 뻗어 나가는 부분에서는 속이 시원했어요. 그때 제 감정을 제가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라는 게 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다 보니 저만 즐거울 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조금 마음이 쓰립니다"
과거 'SNL', '아는 형님' 등 작품 홍보차 출연한 예능에서 극강의 반전 매력을 보여준 김서형이다. 예측할 수 없는 웃음을 자아낸 그의 모습은 대중을 매료했다. 매 작품 강렬한 캐릭터만 연기해왔지만, 그덕에 '사람 김서형'의 모습을 작품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많아졌다.
"저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유쾌하기도 하고요.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매력이 있다면, 제가 예능에서 보여드린 그런 모습을 작품에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거죠. 워낙 '세다 세다'해주셔서 예능하러갈 때도 연기만큼, 쓰러질 만큼 열심히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더 잘 보여주고 와야겠다는 생각인 거죠. 그렇다고 꼭 코미디로 연결된다기보다는, 제 그런 면면을 작품에서 만나면 시너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인'에서는 성소수자 역할을 맡아 짧은 멜로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서형에게 '센 캐릭터' 말고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는지 묻자, 그는 '로맨스'라고 답했다.
"'마인'에서 멜로를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쉬운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로맨스가 해보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시나리오가 왔을 때 공포라 하더라도 서사가 좋으면 물불 안 가리고 할 것 같아요. 아직 안 해본 게 많아서 체력이 될 때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죠"
"다른 걸 해보고 싶어도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배우라는 이름 앞에 뭐든 가릴 수는 없으니까요. 피할 바에는 잘 버무려서 보여드려야겠다는 게 제 입장에서는 당분간의 숙명일 것 같아요. 밀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는 방법 중에 하나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