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박주현 인터뷰 화상 인터뷰 /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괴물 신인' 박주현이 스릴러에 스며들었다. 데뷔 1년 만에 드라마 주연을 꿰차더니, 2년 차를 맞이한 지금은 신예답지 않은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그다. 출연작이 많지 않지만, 매 작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박주현을 드라마 '마우스' 종영 전 화상으로 만났다.
극 중 박주현은 성범죄 생존자이자 극악의 사이코패스 '프레데터'에게 가족을 잃은 '오봉이' 역을 맡았다. 극 초반 까칠한 여고생으로 등장, 이승기와 티카타카를 보여준 박주현은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인물을 그려냈다.
박주현 / 사진: 백상예술대상 제공
혜성처럼 등장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상복이 터졌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영향력을 입증한 것. 전작 '인간수업'이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여자신인상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펜트하우스', '스위트홈' 등 인기 드라마 속 신예들이 노미네이트되면서 여자신인상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쏠렸던 터다. 정작 상을 받은 박주현은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아직까지 실감이 잘 안나요.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다음 작품이 주어지면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마음뿐이에요. 다른 잡생각을 하지 않고 좋은 연기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분들에게 연락이 와서 '고생했다. 축하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내가 이렇게 축하를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더 연기에 집중해서 좋은 연기와 작품으로 인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어요"
'인간수업'에서는 시니컬한 여고생을 연기했다면, '마우스'에서는 까칠하지만 아픔을 가진 인물로 분했다. 같은 여고생이지만, '규리'와 '오봉이'는 성격도 상황도 모든 게 달랐다. 박주현은 미성년자 연기뿐만 아니라 '봉이'가 성범죄 피해자라는 설정도 부담이 됐다고 했다.
"실제 저는 28살인데, 미성년자 연기를 한다는 게 아주 부담이 안 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 겪었던 감정적인 부분들을 위주로 접근을 했고, 봉이 캐릭터 자체가 상처와 트라우마가 크고 깊은 친구라서 되도록이면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요. 제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겪은 친구고, 제가 그 친구를 내 마음대로 정의해서 만들어내기보다는 감독님과 계속 깊은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조금씩 섬세하게 '이렇지 않을까' 추측하면서 준비했죠"
사진: tvN 제공
'마우스'는 박주현에게 배움의 장이기도 했다. 전작에서는 또래들과 연기했다면, 이번엔 연기 경력이 상당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박주현은 이승기, 이희준의 배려 덕에 현장에 잘 스며들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마우스' 자체가 장르물이고 각각 캐릭터들이 깊은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과묵한 분위기에요. 그 와중에도 선배님들이 후배를 잘 챙겨주려 하시고, 힘든 촬영이지만 어떻게든 즐겁게 웃으며 하자는 마인드가 있었어요. 희준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이신데, 저는 그냥 믿고 따라가면 되는 현장이니까 굉장히 듬직했어요. 승기 오빠도 워낙 잘 챙겨주시고 배려심이 많은 분이라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최준배 감독과도 첫 작업이었다. '봉이' 캐릭터가 입체적인 만큼, 박주현은 캐릭터 구축 단계에서도 감독을 의지했다. 그때 최준배 감독의 "네가 마음 가는 대로 연기할 때 더 빛이 나는 것 같다"는 말이 오봉이를 만들어냈다.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봉이가 감정적인 연기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그리는 그림과 제가 생각한 그림에 대해 의논을 하면서 찾아가는 걸 좋아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거든요. 그랬더니 되게 좋다고, 나라는 사람, 박주현이라는 배우는 마음 가는 대로 연기할 때 더 빛이 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박주현이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반의반', '인간수업' 이후 '좀비탐정', '마우스'까지 쉴 틈이 없었다. 에너지가 많을 신인 시절이라지만,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행보임은 분명하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 박주현은 열일 행보의 원동력으로 '설렘'을 꼽았다.
"체력이 워낙 좋은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이 정도로 좋은지 몰랐어요.(웃음) 평소에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체력도 체력이지만,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만날 때 많은 에너지가 소비가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새 캐릭터를 만나는 거에 대한 설렘이 어떤 원동력보다 큰 힘을 주는 것 같아요"
호기심이 많다던 박주현은 실제로도 도전을 좋아한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는 밴드부를 하더니, 어느날 뮤지컬을 보고 배우의 꿈을 꿨고, 이후 쭉 달려왔다. 그가 인생에서 한 가장 큰 도전 '연기'는 그의 꿈과 미래가 됐다.
"배우 하기로 한 거요.(웃음) 저는 즉흥적인 걸 좋아해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그냥 밝고 낙천적인 친구거든요. 연기라는 거에 빠져서 배우라는 꿈을 꾸고 나서는 챌린지가 길어지고 있어요. 원래는 단타로 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평생 죽기 직전까지 배우로서 잘살까 고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하고 싶고,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꿰찬 박주현은 "언제까지나 신인일 수는 없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정말 감사한 수식어다. 이보다 더 좋은 수식어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언제까지 신인일 수는 없으니 배우로서 늘 발전하고 성장하겠다. 연기로 실망 끼쳐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마우스'를 마친 박주현은 최근 첫 영화 '사일런스(가제)' 촬영도 끝냈다. '사일런스'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크리쳐 재난 영화다. '굿바이 싱글'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과함께' 시리즈를 선보인 김용화 감독이 제작, 각본을 맡았다. 여기에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예수정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합세했다. 박주현이 첫 영화 '사일런스'에서는 어떤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