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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제훈은 무엇으로 사는가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5.29 00:01

배우 이제훈 / 사진 : 글램 제공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작가 톨스토이가 집필한 책의 제목이다. 책 속에는 톨스토이의 삶을 바꾼 단편이 모여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으로 만난 이제훈과의 인터뷰에서 그 책이 생각났다. '무브 투 헤븐'은 사람을 표현하는 배우, 이제훈에게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무브 투 헤븐'은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상구(이제훈)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그루(탕준상)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후견인이 되어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게 된다. 상구는 불법 격투기 선수였고, 세상과 사람을 등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루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형인 정우(지진희)의 유언으로 그루의 후견인이 된다. 유산을 노린 결정이었다.

"상구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부정적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잖아요. '산 사람이 중요하지, 죽은 사람이 뭐가 중요하냐'라는 대사부터 안하무인의 성격이고요. 그런 부정적인 모습이 캐릭터적으로는 비호감일 수 있지만, 그 모습 자체도 사람들의 일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일면이 유품정리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졌거든요."

'무브 투 헤븐'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외롭게 돌아가신 할머니, 일하다 아파하며 죽음을 맞은 청년, 데이트 폭력, 해외 입양 등 어찌보면 사회면에서 볼 사연들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글을 읽으면서 드라마가 아닌 현실로 바라보게 되기도 했거든요. 보시는 분들께도 어떤 태도와 자세로 사람들을 볼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 영향이 조금이나마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상구는 변화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시작은 '이제훈'의 바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거친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불법 격투기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거친 근육질 몸과 액션 연습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첫 등장 헤어스타일부터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대본상으로 상구가 지저분하다고 했지만, 머리를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냐고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전 조금 더 과감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상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센 지점이 있는데 그런 모습들이 좀 더 과거에 남겨진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상상하기로는 요즘에 전혀 하지 않는 맥가이버 머리. 그런데 사람들은 김병지컷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무브 투 헤븐' 캐릭터 포스터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그런 모습이 그루라는 캐릭터와 반대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루는 순수하고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로 표현되면 상구는 정반대의 지점. 그런 둘이 만나 어떻게 같이 유품정리를 하지? 이런 궁금증이 두 캐릭터의 첫 만남부터 생겼으면 했어요. 그래서 의견도 많이 드렸고요. 비호감으로 보일지언정 더 강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저에게 용기를 내게 해준 것이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이야기가 너무 좋았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몸을 만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기도 했다. 이제훈은 "지금이라면 못할 것 같아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일주일에 6일은 기본으로 하루에 2~2.5시간은 근력 운동만 했던 것 같아요. 상구의 외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몸을 만들었고. 좀 더 처절하고 과감하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적인 지점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몸과 마음을 다해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저에게도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몸을 만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준비와 인내, 고통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남겨질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요. 그런데 또 하라고 하면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하지만요. 좋은 작품 있으면 해야죠.(웃음) 할 수 있습니다."

'무브 투 헤븐'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무브 투 헤븐'의 공개 시점과 드라마 '모범택시'의 방영 시기가 겹쳤다. 이야기하는 태도는 전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사회적인 이슈를 극 속에 담은 작품이다. 이제훈은 "우려"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보이는 이야기를 담은 거잖아요.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에 대해 계속 탐구하고 공부하며 빠져들 수밖에 없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람에 대한 범위는 가깝게는 가족일 수 있고, 친구, 사회, 세상까지 확장될 수 있겠죠. 제가 바라보는 작품에 대한 시각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가 관심을 두고 그들이 어떤 지점에 공감하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죠. 그것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그 작품 역시 제가 생각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베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작품에 연이어 임하며, 너무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에 스스로 한계를 느낀 적은 없었을까.

"언제나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느 지점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데뷔하기 전부터 생각을 많이 했고, 스스로 탐구하고, 연구하며 제 나름의 라이브러리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정리했었어요.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저를 고갈시키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로 보여줄지 모르지만, 시도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고착된 이미지로 저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솔직히 별로였어'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변화하고, 시도하는 배우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배우 이제훈 / 사진 : 글램 제공

이제훈은 '무브 투 헤븐'을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작품이라서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시즌2가 나오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주시면, 제작을 결정하시는 분들이 '해야겠다' 생각해주시지 않을까요. 저는 많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시즌2에서는 상구가 지저분함보다 좀 철들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나쁜 스포츠 도박도 하지 않고요. 다른 모습으로 상구라는 캐릭터가 보여지는 지점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즌2 해달라고 해주세요.(웃음)"

배우 이제훈 / 사진 : 글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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