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박사(카이스트 연구원)/사진=카이스트 제공
장내 미생물 섭취를 통해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인한 만성 질병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네이처 온라인판에 따르면 김보람 박사(카이스트 연구원)가 제1저자로 참여하고 서성배 카이스트 교수, 이원재 서울대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지난 5일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에서 동물이 체내의 필수 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s) 결핍을 감지하는 장세포와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토록 섭식 행동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필수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이 이러한 매커니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규명했다.
단백질은 20여종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10여종의 아미노산은 우리 몸이 합성하지 못하는 EAA로 음식물이나 장내세균을 통해서만 보충된다. 인체는 EAA의 체내 결핍을 본능적으로 인지 할 수 있고 결핍된 EAA를 선호해 효과적으로 보충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량의 EAA 유지가 동물의 생존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진화론적인 요소인지를 시사한다.
공동연구팀은 초파리에 다양한 EAA결핍 상황을 유도해 초파리의 생리학적 변화를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통해 조사했다.
파리의 필수아미노산 항상성 유지 기전 모식도: 음식 또는 장내미생물 유래의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되면 장 세포의 Gcn2-Atf4와 Tor-Mitf 신호전달에 의해 CNMa 호르몬의 발현이 유도된다. 발현된 CNMa 호르몬은 CNMa 수용체를 자극해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는 섭식행동을 일으킨다/사진=김보람 박사
논문에 따르면 EAA 결핍상황이 되면 초파리의 장 호르몬 중 하나인 CNMa 호르몬이 장 상피세포(enterocytes)에서 분비됨을 밝혀냄으로써 상피세포가 EAA를 흡수하면서 결핍여부를 감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CNMa 호르몬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세포 내 아미노산 센서로 잘 알려진 Gcn2(일반 대조군 비억제2)와 Tor(Target of rapamycin) 효소들이 관여한다는 사실과 분비된 CNMa 호르몬은 그 수용체가 발현하는 장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뇌로 신호를 보냄으로서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가지도록 유도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특히 이번 논문은 '동물이 어떻게 체내의 EAA 결핍을 인지하는지?', '인지 후 어떻게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유도하는지?'를 분자적 수준에서 설명한 최초의 논문으로 여기에 장내세균-장-뇌 축(microbiome-gut-brain axis)의 상호작용이 작용한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김보람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장내 미생물-장-뇌축을 통해 아미노산 결핍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장내미생물과 동물의 식습관이 장뇌축을 통해 조절된다면 미생물 섭취라는 방법을 통해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인한 만성 질병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서성배(왼쪽) 교수와 서울대 이원재 교수/사진=카이스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