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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여빈 "2분만 더 대답해도 될까요?"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5.01 00:01

영화 '낙원의 밤'에서 재연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이 화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개인적으로 배우 전여빈을 처음 본 것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였다. 달랐다. 전여빈이 보여준 캐릭터는 멜로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였다. 그 행보는 이어졌다. 전여빈은 작품마다 기존의 장르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 마주하는 캐릭터', 그 어려운 것을 전여빈은 해낸다.

전여빈은 영화 '낙원의 밤'에서 재연 역을 맡았다. 재연은 태구(엄태구)가 북성파 도회장(손병호)에게 복수한 뒤, 몸을 피하기 위해 간 제주도에서 만나게 된 인물이다. 재연 역시 복잡하다. 삼촌 쿠토(이기영)와 함께 살고 있지만, 죽음에 더 가까운 시한부 삶을 산다. 과거 가족을 모두 잃었다. 누구와 만나도 반말을 쓰는 이유다.

전여빈은 재연 역을 맡아 "심리상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싶었다. "그 친구가 많은 것을 잃었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친구잖아요. 삶에 애착도 없고, 애착이 없음으로 인해, 두려울 게 없는 친구였어요. 그런 상황을 잘 표현하기 위해 마음을 이해하는게 가장 중요했어요"라고 말한다.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재연을 제안받은 것은 2019년이었다. '멜로가 체질'의 촬영을 마치고, 몇 주 뒤에 바로 영화 '낙원의 밤' 촬영에 돌입했다. '낙원의 밤'에 합류를 결정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봐 온 홍콩 영화에 대한 동경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총을 쏘며 전우애를 나오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영화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멜로가 체질'의 은정이랑 '낙원의 밤'의 재연이는 확실히 결이 다른 인물이잖아요. 어떻게 차별점을 두면서 겹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전작 '죄많은 소녀' 속 영희와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박훈정 감독님과 여러 차례 리딩을 했었어요. 여러 버전의 재연이를 만들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고, 감독님께서 마지막 리딩 때 '이게 재연이야'라고 해주신 말씀에 힘입어 재연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때 준비한 재연에 현장에서 살을 덧붙여서 살렸던 것 같아요."

재연이는 총을 내 몸처럼 다루는 인물이어야 했다. 전여빈은 사격 연습에 매진했다. "아주 규격화되어있지는 않지만, 총을 잘 쏘는 아이가 되기를" 원했다. 사격장에도 여러 번 찾아갔다.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사격장에서 연습할 때, 큰 소리와 반동에 정말 놀랐었어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거예요. '이런 상태면 안 되는데'하고 걱정을 했는데요. 운동신경이 꽤 좋은 편이라, 연습한 만큼 금방금방 늘었어요. 현장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지 않고, 용기를 얻으며 사격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낙원의 밤'을 본 관객에게 태구와 재연의 관계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전여빈은 "자기 인생에 더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재연"의 마음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애증하고 있던 삼촌이 떠나면서 자기에게도 사람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 같아요. 곁에 있었던 태구에게 친구, 동료, 가족 같은 정서를 느꼈을 것 같고, 비슷한 동질감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동병상련, 서로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연애의 감정은 아니지만, 사랑의 한 감정은 아니었을까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함께 연기한 엄태구는 전여빈을 '연기 괴물'이라고 불렀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고 알려졌지만, 전여빈과는 제주도의 자연과 맛집 속에서 친해졌다. '연기 괴물'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별명이었다. 전여빈은 엄태구를 '화보 장인'으로 불렀다. 소속사 블로그에서 엄태구를 설명한 단어 중 하나였다.

"차승원 선배님께서 한 인터뷰에서 하신 말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랑하는 일을 업으로 가진 사람이라면, 저 정도의 열정, 저 정도의 진심은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엄태구를 보며) 생각하셨대요.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어느 순간에는 엄태구 배우의 엄청난 노력이 상대방을 부끄럽게 하더라고요. '나도 더 할 수 있는데, 왜 여기서 멈춘 것 같지?' 생각하며 더 좋은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보통의 누아르 장르 속 여성 캐릭터라면, 주체적이기보다 주인공의 '각성'을 위해 사용됐다. 희생양이 되거나, 유혹하는 등의 행보를 통해서다. 하지만 재연에게는 그런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여빈 역시 "통상적으로 봐왔던 여주인공이라면 안 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배우 전여빈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다른 지점이 있었기에 꼭 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10분이 '낙원의 밤'을 선택한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10분으로 인해서 정통 누아르의 결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그 10분의 재연이로 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요, 그 10분을 위해 연습을 했었고요."

"재연이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그 속의 불이 터져 버리는 상태였기 때문에 재연이로 분한 전여빈으로서는 마음도 몸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재연과 맞았던 것 같아요. 가장 격한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이기 때문에 표현하면서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게 중심을 잘 잡으려고 했습니다."

다른 지점이 있다. 마지막 방송을 앞둔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그렇다. 차영은 변호사이지만, 초반에는 정의롭지 않았다. 빈센조(송중기)와 멜로라인이 있지만 뜨겁지 않은 직진을 하는 오묘한 라인이다. 전여빈의 행보에는 '어딘가 다른'이라는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이런 행보를 선택한 전여빈의 기준이 있을까.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작품 선택할 때는 오히려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글이 제일 중요하고요.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 들을 때 마음이 반응하더라고요. '이 작품, 하고 싶다' 혹은 '이 작품, 한발 물러서도 되겠는데' 이런 동물적인 반응이라고 해야하나요.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이 '마음의 끌림'인 것 같아요. 궁금함. 제가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 시간 동안 그 사람으로 살게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작품이 공개되면, 완전히 보내지고요. 그렇게 인생이 완료되어져버린 캐릭터에게 미안해하지 않기 위해서 그걸 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제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어두울 땐 어둡고, 밝을 땐 참 밝아요. 양쪽의 마음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극복해내는 기운이 강한 사람인 것 같아요. 좌절해서 쓰러질 때도 있지만, 일어서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믿음이 있어요.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것. 저 자신에 대한 사랑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저도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랑'이 있어요. 이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영화 '낙원의 밤'을 두고 진행된 인터뷰였다. 하지만, 이 날은 '빈센조'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된 날이기도 하다. '빈센조' 속 차영의 모습으로 전여빈은 '낙원의 밤' 화상 인터뷰에 응했다. 정해진 45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질문은 남아있었고, 인터뷰는 마무리 되려했다. 그때 전여빈은 "보이는 질문 2분 정도만 더 대답해도 될까요"라고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대답을 이어갔다.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빈센조'의 메이킹 영상에서 송중기가 전여빈에게 한복이 잘 어울린다고 '사극을 하라'고 조언했다. 전여빈은 "한복 입는 것도 참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한복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어요. 사극 너무 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 꼭 보내주세요"라며 센스있게 답을 이어갔다.

전여빈은 영화 '낙원의 밤'과 드라마 '빈센조'에서 모두 사람을 얻었다. '낙원의 밤'에서 "차승원의 재치, 이기영의 패기, 엄태구의 집중력과 열정을 배우고 흡수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빈센조'에서 "정말 멋진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의 태도를 배우고 거울삼아 저를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빈센조'에서 홍차영을 얻었습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음 짓는 그다.

"배우로서 목표는 항상 현재 진행형인 것 같아요. 이제는 배우라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배우라는 꿈, 연기라는 작업은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거고, 한 작품 끝났다고 배우 인생이 끝난게 아니니까요. 살아있는 한 좋은 배우로, 사람 전여빈과 배우 전여빈을 같이 가고 싶거든요. 소망이 있다면 전작보다 조금이라도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나, 함께하는 사람을 대하는 면이나, 기술적인 면 등 한발자국 씩이라도 늘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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