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인 영화 '화녀'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배우로 출발한 배우 윤여정(왼쪽)이 75살이 되던 해 영화 '미나리'로 '제8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게 됐다. / 사진 : 조선일보DB,아카데미 트위터
"윤여정의 발전여부가 앞으로의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을 가름하는 표본이 될 것."
1971년 '청룡영화제'에서 영화 '화녀'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의 심사평에 적혀있는 글이다. 마치 2021년 4월 26일(한국시각)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게 된 윤여정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이다.
이날 윤여정은 5명의 여배우와 경합했다.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가 함께 후보에 올랐다.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브래드 피트는 "윤여정"의 이름을 외쳤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다.
윤여정은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그의 수상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수상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영화 '사요나라'로 상을 받은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 이후, 무려 아시아 여배우로 63년 만에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는 점이다.
윤여정은 1947년 세 딸 중 장녀로 태어나 스무 살이 되던 1966년 한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는 1971년 영화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주인집 남자에게 겁탈을 당하고 복수하게 되는 하녀 명자 역을 맡으면서다. 이는 윤여정에게 그해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다. 당시 24살이었던 윤여정은 "이번 수상으로 제대로 배우가 되기도 전에 스타라는 인상을 받을까봐 걱정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이후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게 된 것. 윤여정은 처음을 잊지 않았다. 수상소감 말미에 故김기영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님께 이 상을 헌정하고 싶다. 아주 천재적인 영화감독이셨다. 제가 이분 영화로 데뷔했다. 아마 지금 살아계셨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 : 아카데미 트위터
윤여정은 올해 75세가 됐다. 소감에서 윤여정은 자신의 원동력으로 "두 아들"을 꼽았다. 센스있는 말을 덧붙이면서다. 윤여정은 "두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20대에 데뷔해 75살이 되기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장희빈', '사랑이 뭐길래',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의 작품으로 브라운관에 웃음과 눈물을 전했으며, 영화 '화녀', '충녀' 부터, '바람난 가족', '여배우들', '하녀',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등의 작품으로 충격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게 된 윤여정,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이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 사진 : TV 조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방송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