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인터뷰 / 사진: 제이너스이엔티 제공
여진구가 멜로에서 스릴러로 180도 변신에 나섰다. 드라마 '괴물'을 통해 전작 '호텔 델루나'와 완전히 다른 장르에 나선 여진구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능숙한 변신을 보여줬다. 어린시절부터 갈고 닦은 연기력에, 성인이 된 후 점차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여진구. 이제 그의 차기작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대는 당연한 것이 됐다.
여진구는 그런 기대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기도 연기를 통해 이겨냈다. 연기에 진심인 배우 여진구를 드라마 '괴물' 종영 후 화상으로 만났다.
'괴물'은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부터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연기 괴물' 신하균과 여진구의 만남 때문이었다. 기묘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깔려있었고, 그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고 갈등을 하는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가 시청자를 매료했다. 특히, 여진구는 웃음기를 쏙 뺀 경위 '한주원'으로 분해 시니컬한 아우라를 잔뜩 발산했다. 평소 예능에서 보여준 여진구의 모습과는 정 반대였기에, 주변의 반응이 궁금했다.
"주변에서도 '평소에 알던 진구의 모습이 아니다', '괴물에서 더 멋있는 것 같다'는 말을 가끔 해주셨어요. 주변 친구들이나 주변분들이 반응을 해주시니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느점에서 달라보이는지 많이 물어봤어요. 어떤 모습이 주원이에게 더 어울리는지 물어보면서 많은 분들에게 조언을 얻으면서 촬영했어요. 그래서 시청자분들께도 좋은 칭찬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여진구는 자신과 다른 '한주원'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캐릭터를 만나 오히려 '사람 여진구'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작품을 검토할 때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가 '인간 여진구'의 모습과 얼마다 다른지에요. 한주원은 정말 저와 다른 성격과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이었어요. 제가 이제껏 해 온 역할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죠. 그러다보니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배우로서 굉장히 큰 동기를 만들어준 인물이에요"
"제가 역할에 몰입할수록 저와 구분하기가 쉬워지더라고요. 이 역할은 나와 이렇 면에서 다르고, 평소 말투나 사람을 대할 때도 다르니까 몰입을 할 수록 오히려 저와 역할이 분리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얼만큼 더 이 역할을 연구하고 깊이 빠져 있는가에 대해서, 역할과 제 사이를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 장인' 신하균과의 연기 향연은 '괴물'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다. 연기력도 물론이거니와 누구 하나 묻히지 않는 아우라로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도 신하균과의 연기를 고대했었다고 말한 여진구는 작품을 마친 시점에 신하균에게 더욱 빠진 모습이었다.
"실제로 선배님이 농담도 많이 해주시고, 저에게 웃음도 많이 주셨어요.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셨는데,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되게 귀여우세요.(웃음) 엄청 외향적이어서 주변을 밝게 해주시는 스타일보다, 같이 있다보면 왠지 모르게 귀여운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같이 있으면 선배님만의 유머를 해주셔서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더 편하게 작품 얘기도 할 수 있게 되고, 신에 대해서 감정도 편하게 교류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감사함이 많죠"
영화 '화이'에서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은 여진구는 성인이 된 후에도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거둬내고 있다. 여진구는 이 과정에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또 작품을 만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여진구는 점점 더 성장하고 있었다.
"'해를 품은 달'로 많은 분들게 칭찬을 받고 다음에 '화이'로 칭찬과 더불어서 제 인생에 큰 변화가 갑자기 찾아왔던 것 같아요. 그 전부터 연기가 좋아서 배우를 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많은 분들께 칭찬과 관심을 받다보니까 연기가 이전과 다르더라고요. 저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거든요. 급격한 심경의 변화가 오다보니까 제가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점점 저를 틀에 가두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점점 연기가 어려웠었는데, 그 때 '왕이 된 남자'를 촬영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이전까지는 제가 준비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의 조언을 통해 연기했었거든요. '왕이 된 남자' 때에는 제가 물음표를 현장에 가지고 와야 했고, 스스로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저를 믿어주셔서 되게 감사했고, 그러면서 '내가 확신을 가져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죠"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한층 성장해가는 과정에도 원동력이 있었을 터다. 배우 여진구에게 그 원동력은 뭐였을까.
"칭찬만이 원동력은 아니고, 비판이나 쓴 소리도 저에겐 굉장히 큰 원동력이 돼요. 많은 분들이 제 연기에 가져주시는 관심이 원동력이 되는 게 사실이죠.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저도 칭찬을 받을 용기가 나고, 또 비판을 받을 용기도 갖게 되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제 연기에 대해 평가를 내려주시니 모두 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차기작을 확정하지 못한 여진구. '괴물'에서 보여준 장르물 최적화 연기도 좋았지만, 동굴 목소리에 훈훈한 비주얼이라는 무기를 가진 여진구의 멜로 컴백에 대한 기대도 뜨겁다. 다양한 작품을 훑어보고 있다는 여진구는 기쁜듯 입꼬리를 올리며 멜로 차기작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멜로 여진구'를 원하는 시청자분들이 많으시군요. 메모해 놓겠습니다.(웃음) 차기작에 대해서 계속 읽어보고 있는데 딱 어떻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정해둔 상태는 아니에요. 다양한 분들이 불러주셔서 다양하게 읽어보고 있어요. 멜로 여진구를 원하는 시청자분들이 많으시다고 하니 제가 고민을 해볼게요. 저도 보여드리고 싶죠. 다음 작품으로는 멜로 부탁드립니다. 관계자분들. 멜로 여진구 많이 찾아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