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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화영→어른들은몰라요' 이유미, 20바퀴 뱅뱅 돌며 느낀 것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4.17 00:01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세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미 /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뀨뀨로 대화해 보신 적 있으세요?"

배우 이유미가 물었다. 이유미는 '뀨'로만 대화를 해본 적이 있다. 예를들면, '밥 먹었냐'를 '뀨 뀨뀨뀨'라고 말하는 식이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런 영화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모르는 이야기, 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할 이야기다. 배우 이유영이 바라는 것도 그것이었다.

이유미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세진 역을 맡았다. 세진은 임신을 하게 된 후, 무책임한 어른들에 지쳐 동생 세정(신햇빛)과 사는 집을 나선다. 길 거리에서 주영(안희연), 재필(이환) 등을 만나 유산 프로젝트를 펼친다.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행동하고, 그 결과 다치고, 아프다. 스크린을 투과해 객석에까지 전해지는 아픔이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세진이라는 캐릭터를 맡게 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화영'을 함께 했던 이환 감독은 이유미에게 거의 날 것의 시나리오를 건넸다. '세진이는 왜 이럴까?' 이유미는 궁금해졌다. 어른이라서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싶어서, '세진이가 되어 보면 이해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합류했다.

"말투나 이런 것은 '박화영' 속 세진의 느낌을 많이 가져왔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세진이의 캐릭터와 개성은 그대로 가져오자'고 말씀하셨거든요. 그걸 많이 극대화한 것 같아요. 아이 같은 말투요. 시나리오에 '크흑, 뀨'이런 대사들이 다 쓰여 있었어요. 뀨는 정말 난생 처음인 거예요. 감독님께서 세진이라는 캐릭터를 살려주는 핵심적인 행위라고 말씀해주셔서 열심히 연습했죠."

"뀨로 대화할 때 정말 웃기기도 했어요. 상대 배우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거예요. 저는 앞에서 그게 실시간으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저도 해야 하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웃거나 '뀨'라고 하는 걸 부끄러워하면 더 창피해질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뀨'를 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워크숍을 하면서 여러 번 연습했기 때문에 촬영할 때는 오히려 재미있게 했었죠."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워크숍은 이환 감독의 전작인 '박화영' 때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 이유미는 분량이 적었기 때문에 거의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해보고 싶었다.

"워크숍이 1~2달 정도 했는데요. 역시나 재미있는 거예요. 다양한 감정을 사용해볼 수 있고, 하고 싶 은대로 다 해볼 수 있으니까 배우로서 그 순간이 너무 자유로운 느낌이었어요. 그 순간이 너무 재미있어서 워크숍만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도 재미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편의점에서 달걀 까먹고, 컵라면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들이 그냥 너무 좋고 소중했던 것 같아요."

좋은 추억으로 남았지만, 세진의 감정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다. 임신, 자해, 성매매, 약물 등 거리에 방치된 10대들이 빠져들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을 흡수해야 했고, 보여줘야 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세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미 /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무 바퀴를 뱅뱅 돌다가 누우면 온 세상이 뱅뱅 돌잖아요. 그게 약물을 한 느낌인가. 정말 많은 방법을 동원하면서 최대한 느껴보려고 한 것 같아요. 영상도 찾아보고, 경험담도 들을 수만 있다면 찾아가 보고요. '어떤 상태다'라는 것을 깨우치려고 노력했어요. 워크숍 때 찍고, 보고, 다시 찍고, 다시 확인하고 이 과정의 반복이었어요."

세진이가 이유미는 안쓰러웠다. "너를 이해할 수 있는데, 꼭 그런 방법이어야 했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미안했다. "세진이라는 세계에 이유미가 들어가면, 어떤 어른으로 보일까요? 세진이 주변에 있던 나쁜 어른들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그런 의문을 갖고 뒤돌아보곤 했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세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미 /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유미가 배우의 길에 발을 올린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쯤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유미는 부모님과 함께 영화관을 자주 찾았다. 심심하면 자연스레 영화관에 갔다. 그때는 외동이었고, 지금은 10살 어린 동생이 있다. 신기했다. "저 배우는 이런 사람인데, 전혀 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나왔네"라는 생각이 들며 궁금했다. 중학교에 간 후, 엄마에게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제 말에 '드디어 유미가 하고 싶은게 생겼나보다'는 마음이 드셨대요. 인터넷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광고, 단편영화, TV 프로그램 등 오디션 정보를 찾아보시는 것을 매일 새벽까지 하셨어요. 덕분에 다양한 일을 해본 것 같아요. 공익광고도 찍어봤고, 엑스트라 보조 출연도 해봤고요. 심지어 홈쇼핑도 해봤어요. 그때도 재미있어서 계속했거든요.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재미있어요."

"더 궁금해진 것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니 궁금한 것이 없이, 그저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러니 더 재미있어졌죠."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세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미 /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궁금한 것들이 더 많아져서, 현장이 더 즐거워진 이유미는 욕심이 많다. 최근 촬영을 마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고 수줍게 말한다.

"앞으로 어떤 필모를 쌓을 것이라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다 좋아요. 욕심이 많은 걸 수도 있는데요. 다양한 궁금증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아무리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라도 사실 다 다른 인물이잖아요. 그러니 다 해보고 싶어요. 찐한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 킬러도 해보고 싶고, 액션도 해보고 싶고요.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른들은 몰라요' 속 세진을 위해 롱보드를 배우기도 했다. 이유미는 약 3개월 정도 롱보드를 배웠다. 현장에도 계속 가지고 다녔었다. 스탭 밟는 건 대역이 해줬지만, 타는 건 직접 탔다. 롱보드를 연습하는 곳에서는 모두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안녕하세요" 말한다.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인사를 하는 보드 문화. 인터뷰 시작 전 "화이팅"이라고 애교 섞인 인사를 건넨 응원 요정 이유미와도 맞닿아있다.

"저는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좀 많아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사람들을 나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나이를 떠나서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좋은 점을 응원해주고 싶어요. 친해질수록 응원하는 강도가 높겠죠? 하지만 다 응원하고 있어요."(웃음)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세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미 /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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