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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자본주의 발전 단계와 ESG

등록 2021.04.08 05:00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

ESG로 대표되는 ‘착한 기업’ 경영이 단순히 기업 경영 차원뿐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투명한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경영 철학이자 일종의 실천 지침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이 경영의 산출 적인 차원에서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면 ESG는 기업 내부의 투명한 지배구조부터 기업활동의 사회적 임팩트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그 확장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ESG의 의미와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발전 단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 자본주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1776년부터 대략 1929년 미국의 대공황까지의 시기로 지칭된다. 이 시기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이 최선이라는 자유방임주의가 자본주의의 최고 원리였던 시기다. 자본주의1.0이라고도 지칭되는 이 시기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자본주의2.0, 혹은 수정자본주의라고 불리는 그다음 시기는 대략 1930년대 초부터 1970년대 말까지의 기간이다. 1930년대 초래된 세계 대공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자본주의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졌던 시기다. 이 시기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시기다. 정부는 시장에의 개입만이 아니라 복지영역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국가가 직접 복지를 담당하고 복지에 대한 공적 자원의 확대가 급격히 확대된 시기다. 이 시기는 ‘복지국가의 황금시대’로 불리던 시기이기도 하다.

1970년대의 원유 파동에 따른 국제 경제의 불황과 정부의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민간 부분의 자율적 역량을 침해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의 문제가 두드러지면서 자본주의는 또 한 차례 궤도 수정을 하게 된다. 1970년대부터 악화하기 시작한 재정적자와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정부의 개입 지양과 시장 역할의 복원에서 찾게 된다. 신자유주의 혹은 자본주의3.0이라고 지칭되는 19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말까지의 이 시기는 영국에서는 1979년 대처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집권과 미국에서는 1980년 공화당 후보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시작된다. 이 시기는 ‘복지국가의 위기론’이 부상된 시기로 정부 주도의 공적 자원의 확대만을 통한 복지의 확대는 지속할 수 있지 않다는 반성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공적 복지의 축소가 나타난 시기다. 경제 부문에서는 흔히 시카고학파라고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을 정점으로 한 일군의 신고전학파 학자들의 주장이 대폭 반영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이 시기는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으로 촉발된 정보 혁명과 세계화가 급격히 확대된 시기다. 기존의 산업경제에서 소위 지식경제 사회로 경제·사회적 패러다임이 변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1989년 독일의 통일과 1991년 소련의 붕괴를 통해 그동안 자본주의와 경쟁해왔던 공산주의 체제의 실패가 가시화되고 체제경쟁에서 자본주의의 승리를 선언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발전은 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그 대표적인 문제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대두된다. 소득분배 차원에서는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이는 중산층의 축소로 귀결되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은 국경을 초월한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해나갔지만, 세계화에 동참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위축의 길을 걷게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노동의 양극화로 연결되었고 근로빈곤층의 증가로 귀결된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대분출 되는 계기를 맞는다. 약육강식의 시장 일변도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는 급기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는 시민운동 형식으로 표출된다. 각 부문에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모색되게 된다.

ESG는 21세기 자본주의4.0 시대의 개막을 예고한다. 환경이 파괴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면 우리 삶의 터전이 유지될 수 없고 소비도 지속될 수 없으며 기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ESG가 지향하는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그리고 투명경영을 통해 공존과 상생의 사회가 될 때 사회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동시에 담보될 수 있다. 단순히 듣기 좋은 구호로서의 ESG가 아니라 21세기 자본주의4.0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실천하는 ESG 기업경영의 확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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