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산어보'에서 창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자산어보'를 처음 마주한 날, 배우 변요한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변요한의 바로 옆에서 영화를 본 배우 설경구는 "남성답고 그런데, 되게 여려요. 많이 울더라고요. 복합적인 이유일 거예요"라고 당시를 전했다. '자산어보'는 왜 변요한의 눈에서 눈물을 나게 했을까.
'자산어보'는 정약전(설경구)이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청년 창대(변요한)와 가거댁(이정은) 등을 만나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저서를 쓰게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약전은 창대의 '글' 스승이 되고, 창대는 정약전의 '바다 생물' 스승이 된다.
변요한은 처음 창대를 만났을 때, 자신과 닮은 점을 찾았다. 어떤 시나리오를 봐도 그러하다. 그런데 창대를 마주했을 때 변요한은 혼란스러웠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창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닮은 구석을 찾아서 파생시켜야 하는데, 뿌리는 있는데 파생시킬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분명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계속 창대만을 생각하다보니까요. 그런데 저 말고 제 친구들과도 창대가 닮아있더라고요. 누구든지 창대와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결론적으로, 제가 창대를 찾기 힘들었던 지점은 정말 많이 닮아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도,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잖아요. 그러다 현실과 부딪히고요. 그 이상으로 이야기할 부분이 많지만, 그런 지점들을 보면서 창대의 뿌리를 조금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창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은 결국 현장이었어요. 설경구 선배님, 이정은 선배님, 류승룡 선배님 등 정말 많은 선배님들을 만나며 그냥 흐르듯이 창대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자산어보'를 촬영하기 전, 변요한은 흑산도 유배지를 찾았다. 그 먼 곳까지 유배길에 오른 정약전을 만나보고 싶었다. "굉장히 멀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당시를 회상한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도 타야 들어갈 수 있고요. 가면서 무언가를 느끼고 싶었는데, 굉장히 멀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도착하고 나서 정약전 선생님 동상과 묘비, 유배오신 분들의 명단을 보는데 '정말 멀리도 오셨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그곳 주민들께 정약전 선생님의 공간을 여쭤보며, 선생님이 걷던 길을 걸어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몸에 대한 준비도 필요했다. 창대는 물질을 하기도 하고, 능숙하게 물고기를 다룬다. 변요한은 "물고기 손질은 전문가가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잘 가서 잘 배운 것 같아요"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실내 수영장에가서 오랜 시간 수영 연습을 하기도 했다. 사투리도 연습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마음에 대한 준비를 강조한다.
"창대의 마음을 아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었던 것 같아요. 이준익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뜨거운 사람 옆에 뜨거운 너가 있고, 내가 있다.' 저도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창대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고요."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자산어보'는 흑백으로 담겨 있다. 변요한이 "거짓말 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눈빛이나 표정, 주변의 풍경,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이런 것들을 모니터링하고 난 후, 과감하게 마음을 내려놓았던 것 같아요. 서툴어도 거짓말 하지 말자. 이해가 안되면 말을 하지 말자. 조금은 완벽하지 않은 형태의 연기일지라도 정말 진실되게 가보자.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심적인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거짓말을 안 하면 되니까요. 두번은 없을 기회인 것 같아요."
덕분에 배운 점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솔되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더니 저 스스로 평가가 된 것 같아요. 분명히 진심은 통한다고요. 처음에는 삐걱댈 수 있지만, 분명 울림이 있을 거라고요. '자산어보'를 통해 느낀 건 좋은 분들을 만나면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그전 분들도 좋았지만, 작품에서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고, 좋은 동생도 만나게 된 현장인 것 같아요."
영화 '자산어보'에서 창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자산어보'의 현장은 자연이 품어주는 곳이었다. 변요한은 "창대를 연기하며 오랜만에 하늘을 보고, 별도 봤거든요. 바다로 배를 밀고 나가며, 하늘과 바다를 마주했고요. 장관이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현장이 가슴에 남아있었기에 흐른 눈물인지도 모른다.
"부끄럽지만 촬영할 때 기억과 뜨거움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참으려고 했는데, 눈물을 잘 참는 편인데, 결국 못 참아서 흘렸던 것 같아요. 감사함의 눈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도 너무 좋았고요."
변요한 역시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됐다. 그 누군가의 청춘처럼, '창대'했고 고되기도 했던 그의 청춘은 어떤 얼굴이었을까. 그는 바로 "이런 얼굴이요"라고 말한 뒤, 활짝 웃는다. 한참 고민한 뒤 다시 입을 연다.
"계속 청춘이고 싶어요. 마음이 창대와 닮아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반항심도 있었고요. 지금도 반항을 하고 있고요. 방황도 하고 있고요. 갈피를 놓칠 때도 있고, 고민이 너무 많을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일은 잘하고 싶어요."
"복합적으로 섞여서 한 단어로 정리가 안돼 뜸을 들였는데요. 그런 것들의 반복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현장에서는 즐기는 법, 그래서 유연하게 하는 법을 배웠어요. 제 시야도 좀 더 넓어지고요. 삶 속에 다양한 시간과 감정을 통해 더 넓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