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에서 태호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영화 '승리호'는2092년, 우주에서 돈을 벌기 위해 쓰레기를 쫓아 다니는 승리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송중기는 조종사 태호 역을 맡아 장선장(김태리), 타이거박(진선규), 그리고 로보트 업동이(유해진 목소리)와 함께했다.
송중기가 조성희 감독으로부터 '승리호'의 제안을 받게 된 것은 "촬영 들어가기 약 1년 전" 쯤이었다. 하지만 처음 이야기를 들은 것은 영화 '늑대소년'(2012) 때였다. 조성희 감독이 '늑대소년'보다 더 먼저 초안을 짜둔 작품이 '승리호' 였다.
"10년 이라는 과정 동안 수정을 하면서 지금의 태호와 승리호 크루들이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처음에 감독님께서 대본을 보냈다고 문자를 하셨는데, 정말로 저는 이미 '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어요. 영화사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조성희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었고요. 시작을 같이해서 그런지, 다시 한 번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그래도 대본이 궁금해서 한 번 봤는데, 역시 선택에 대한 확신이 오더라고요."
'승리호'는 한국영화 최초의 SF물이기도 하다. 어떤 단어 앞이든 '최초'라는 말이 붙으면 무게감이 쏠리기 마련이고, 그 무게감은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송중기에게 그런 부담감은 없었다. 그는 "새로운 장르, 안해본 장르라서 그냥 다 반가웠어요. 그런데 개봉을 하면서 한국에서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하는 장르구나, 뭔가 의도한건 아닌데 국가대표같은 기사가 나오니까 그다음부터 부담감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선택할 때는 없었어요"라고 웃음 짓는다.
태호는 변화가 큰 인물이다. 비시민권자를 잡는 UTS(Utopia Above The Sky) 기동대 에이스에서 우주 청소선 조종사가 됐다. 송중기는 태호에 대해 "삶의 모든 걸 내려놓고, 생각도 없이 정체돼 있는 인물"이고 "송중기라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비슷했다"고 생각했었다. 영화 '승리호' 촬영이 지난 2019년 여름에 진행됐으니, 배우 송혜교와의 이혼 직후 현장에 복귀한 작품이기도 하다. 송중기는 캐릭터 태호에 담긴 '자포자기'에 대해 말한다.
"말 그대로였던것 같고요. 태호라는 캐릭터에 제가 그 단어를 쓴 건 실제로 그랬던 거고, 그 당시 비슷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개인사라서 그냥 여백의 미를 남겨두고 싶네요."
비슷한 마음이었지만 어려웠다. '대중이 내가 아빠 역할을 하는 것을 받아들여줄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정작 저는 아버지 역할을 한다는 것에 1도 부담감도, 고민도 없이, 안 해본 캐릭터라 신났는데요. 막상 준비하면서 보니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제 접근 방식이 잘못됐던 것 같아요. (유)해진이 형, (진)선규 형, (김)태리랑 이야기 하면서 많이 풀린 것 같아요."
"태호가 바뀌었다고 생각해서 막힌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태호는 그대로였는데요.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서 막혔던 것 같아요. 큰 에피소드로 인해 잠깐 정체된 인물이지, 변한 인물은 아니라고 결론이 나더라고요. 대신에 영화적으로 태호의 서사를 짧게 표현해야해서, 어떻게하면 그 몽타주 안에서 관객에게 강한 콘트라스트를 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태호에게 '승리호'의 장선장, 타이거박, 업동이가 있었듯, 송중기에게는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있었다.
"셋 다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이건 아마 넷 다 똑같이 느꼈을텐데요.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 만나는 날부터 그랬고요. 촬영하면서 저희가 너무 친해져서, 장난을 많이 치는 바람에 감독님께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제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배우들과 터놓고 촬영을 하고, 지낸 작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넷이서 고스톱 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그만큼 부담을 가진 장면이었고요. 그런데 다들 결론적으로 '잘 풀렸다'고 이야기했어요. 업동이는 사실 로봇이잖아요. 숫자를 이야기할 때 억 단위든 조 단위든 정확하게 이야기해야하는게 맞고요. 그런데 업동이는 '그게 얼마였더라, 2만 5천원 정도였나?'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유)해진이 형 아이디어였어요. 업동이가 원래 현장에 없어도 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걱정했는데요. 형이 현장에 나오면서 알맹이가 많이 찬 건 사실인 거 같아요. 업동이가 다했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런 반응도 많더라고요."(웃음)
송중기는 영화 '승리호'를 통해서 "정말 좋은 스태프, 감독님, 그리고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이렇게도 큰 행복"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는 드라마 '빈센조' 촬영현장에서도 이어진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다, 그게 되게 큰 행복이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는 그다.
생각해보면 작품 속에서 만나는 송중기는 항상 새로운 옷을 입었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늑대소년' 등 '대작, 최초' 등의 수식어가 그의 작품 앞에 붙었다.
"선택할 때 끌려서 하는건데요. 제일 가까운 주변에서 저보고 '변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왜 고생하는 것만 하냐'고요. 그냥 저는 본능적으로 끌려서 하는 건데요. 결과적으로 수식어가 그렇게 붙더라고요. 제가 한 것을 또 하고 싶어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 말씀을 듣는 것 같아요. 영화 '보고타'를 선택했을 때도 '왜 멀리까지 가서 고생하냐'는 분들도 많으셨어요. 어떡하죠, 좋은데. 제가 끌리는 대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상업예술을 하는 직업이다보니 결과에 대한 책임감은 언제나 있고요. 부담감도 당연히 있죠. 그런데 그런 것에서 의연해지려고 하는 편이에요. 모든 배우나 관계자들이 똑같지 않을까요? 제작자와 투자자는 더 피부로 와닿겠죠. 비법은 없는 것 같아요.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제 롤안에서 책임감 있게 임하는게, 정답인 것 같아요. 저도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네요. 혹시 성공 비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웃음)
드라마 '빈센조'로 시청자들과의 만남도 앞두고 있는 송중기, 그에게 새해 계획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새해 목표는 바닥에 앉아서 쭉 펴도, 손이 발가락에 안 닿아요. 유연성을 기르는게 제 개인적인 목표인데요. 정말이에요. 너무 하고 싶은데, 유연성이 없어서. 이런 걸 말씀드려도 되나 모르겠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