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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55조원 쿠팡, 미국 증시行 이유는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21.02.15 13:09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조선DB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쿠팡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통주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1년 "2년 안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10년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 가치는 500억달러(약 5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19억7000만 달러(13조2500억원)다. 전년(7조10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운 약 91%, 7년 전인 2013년(478억원)보다는 약 277배 폭풍 성장했다. 이는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망인 전국 이마트 매장의 지난해 매출(14조2138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8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인터넷 쇼핑 인구 3분의 1 가량이 쿠팡을 사용하는 셈이다.

반면 쿠팡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누적적자만 41억 달러(4조5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쿠팡이 한국보다 상장 장벽이 낮은 뉴욕 직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2010년 창업 이후 급성장을 했지만 조 단위 누적 적자를 안고 있어 국내 증시에는 상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의 경우 상장 요건에서 사업 이익과 매출, 자기자본 등을 평가하는 ‘경영 성과 및 시장 평가’ 항목이 있다. 미국에선 플랫폼 기업에 대한 평가 가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쿠팡 입장에서는 뉴욕 증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차등의결권 부여 여부도 뉴욕 증시 상장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쿠팡은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보유 주식에 ‘일반 주식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다고 SEC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상장 후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는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김 의장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쿠팡은 애당초 창업주 지분을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설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이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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