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 / 사진 :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해당 인터뷰에는 '스위트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씩씩했다. '스위트홈'으로 처음 만난 배우 박규영은 '습니다' 체를 쓰며, 생각은 간결하게 끝냈고, 대답은 명확하게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감사합니다"라고 마무리 짓는 관례와 달리 "박규영이라는 사람일 뿐인데 궁금한 점이 있으시고, 질문을 해주시는 게 아직 신기하거든요. 그래서 더 이 시간이 감사하고요"라며 진심을 전했다. 45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 '박규영'이라는 마음이 담겼다.
박규영은 '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았다. 지수는 베이시스트인 뮤지션. 하지만, 욕망으로 인해 사람이 괴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기타 대신 야구방망이를 들고 괴물에 맞서는 터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그린홈에 살아남아 재헌(김남희)과 한 조를 이뤄 괴물에 맞선다.
'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 / 사진 :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위트홈'에 박규영이 합류하게 된 것은 오디션을 통해서였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아니 원작 웹툰을 볼 때부터 박규영의 최애(최고 애정가는) 캐릭터는 '지수'였다.
"오디션은 지수 역할로 봤어요. 지수를 되게 하고 싶었고, 이응복 감독님도 저를 지수를 염두에 두신 것 같았어요. 오디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대본도 읽고 나서 감독님께서 'B팀 감독님과 팔씨름해서 이기면 하게 해줄게' 하셨어요. 팔씨름했죠. '이기게 해주세요' 하고 했는데, 그때 그 눈빛을 보시고 '되게 하고 싶어 하는 구나, 이 캐릭터 사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나가는 길에 '대본 가져가'라고 하셨고요."
지수 캐릭터를 맡아서 베이스 기타 레슨을 받았다. 기타는 지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지하주차장 장면과 함께 박규영은 가장 좋아하는 '스위트홈' 속 장면으로 '첫 등장 장면'을 꼽았다. 첫 장면에서 지수는 입에는 담배를 물고 그룹 송골매의 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연주하며 등장한다. 레슨과 손가락 아픔을 이겨내며 "지금도 손이 어렴풋이 기억하는 곡"이라고 한다.
'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다른 준비도 있었다. 지수의 무기가 되는 야구방망이와 친해지는 것. 박규영은 "지수로 캐스팅된 후에 야구방망이를 잘 다루기 위해서 액션 스쿨도 다녔고요, 스크린 야구장에 가서 야구 방망이와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당시를 생각한다.
'스위트홈'에서 함께 했던 배우 이도현은 박규영의 반팔 투혼을 말한 적이 있다. 한겨울 지하주차장 장면에서 내복도 못 입는 반팔 차림으로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는 전언이었다. 당시 이야기를 묻자, 박규영은 "(이)도현이가 열정 하나로 이겨냈다고 인터뷰에서 언급을 해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했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추위를 이기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참는 것 뿐입니다. 지하주차장 장면에서 지수가 반팔에 스키니진 차림이라 내복도 입을 수 없었는데, 참으면서 그냥 했고요. 중간중간에 보온도 잘하고,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어요. '스위트홈'에서 어려운 점이었다면 야구 방망이. 쇠 방망이가 되게 무거웠어요. 방망이를 접해본 적이 없어서 그걸 익숙하게 다루기가 쉽지 않아 촬영 때가 아니더라도 야구방망이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렇게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박규영은 '스위트홈'이 공개된 후, 다 셀 수 없이 봤다. "일단 정주행은 세 번"이라고 했고, 보내주고 싶은데 넷플릭스만 켜면 '스위트홈'으로 손이 간다는 그다. 그렇게 자주 보았으니 순간순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경우도, 아쉬움이 남는 경우도 생긴다. 그는 첫 등장 장면과 지하 주차장 장면을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지하 주차장 장면을 꼽은 이유는 "지수의 독기 같은 것이 보이는 순간의 표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과 캐릭터에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지수나 '스위트홈'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요. 여기서 좀 더 강렬하게 했다면, 여기서 조금 더 슬플 때 내 눈이 보였다면, 이런 생각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그런 생각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의외였다. 지수는 충분히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기에, '슬플 때 눈이 조금 보였다면'에 포커스를 두고 다시 한번 질문했다.
"재헌(김남희)이 죽고 나서, 지수가 억눌러온 여린 모습과 슬픔을 가장 크게 표츨하는 장면이에요. 사실 애정도 많이 가는 장면인데요.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눈이 꼭 보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랬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지수와 재헌의 첫 만남은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그리고 1층에 도달했을 때, 두 사람은 함께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들과 이에 겁먹은 생존자들을 마주한다. 그런 혼란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한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특정한 상황 속에서 같은 꿈을 꾸게 된다.
"지수의 전사를 보면,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줄 것 같지 않거든요. 재헌을 처음 봤을 때, 나랑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특정한 상황 속에서 전우애, 동료애, 그리고 이성 간의 호감. 그 사이 어느 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최후에 고백을 받았을 때, 재헌이 처음으로 주님의 뜻이 아닌 제 뜻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지수의 마음이 열리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헌의 무기는 칼이었다. 주인을 잃은 부러진 칼은 지수를 살리는 무기가 되어 준다. 그 칼에 대해 박규영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스위트홈' 시즌 2가 나온다면, 지수에게 칼은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아요. 원래 무기였던 야구방망이를 자신을 위로해준 은유(고민시)에게 주게 되고요. 그러면서 지수의 주 무기는 칼이 되는 거죠. 그렇게 자신의 몸을 던져 최후를 맞이한 재헌을 생각하며 그 칼에 대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수와 재헌의 러브라인은 '스위트홈'을 본 관객들이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요소 중 하나다. 박규영은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어요"라며 "지수와 재헌의 서사만 연결해서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어주신 영상을 봤어요. 너무 뿌듯하고 감사드려요"라고 관객의 반응에 감사함을 전한다.
'스위트홈'에서 지수,재헌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김남희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박규영은 외고를 나와서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올해(2021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마지막 9학점 중 두 과목을 "A+와 AO"를 받았다며 기쁜 미소를 짓는 그다. 배우가 되는 것을 꿈꾸진 않았다. 우연한 기회로 연기를 접하게 됐고, 배우가 됐다. 그렇게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속 신입사원 지율이가 됐고,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간호사 주리가 됐다. 사실 촬영 순서대로 보면, '스위트홈'의 지수는 두 작품 사이로 들어간다. 사실 순서가 뭐가 중요하랴. 같은 사람이 표현했다는 것이 무색하게, 다 다른 사람으로 다가오는 캐릭터다.
"'스위트홈' 공개 후, 너무 좋았던 반응이 있어요. '대박, '사이코'에 간호사래. 대박, '로별'에 신입사원이래, 나만 이제 알았어?' 이런 반응이 역시나 너무 짜릿하고 재미있어요."
'스위트홈'과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지수, 주리가 너무나 달라서 물어봤다. 박규영과의 싱크로율은 어떻게 될까.
"외적인 모습은 다르지만 지수랑도 한 50%, 주리랑도 한 50%인 것 같아요. 아주 본질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평소 말투는 주리랑 비슷한 것 같기는 하고요. 엄청 액티브하지는 않고, 정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주사 면에서는 주리랑 다른 것 같아요. 지수는 술을 안 먹는 거 같아서, 둘을 적절히 섞으면 '박규영'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 / 사진 :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모든 캐릭터를 '박규영' 식으로 캐릭터를 녹여내는 그다.
"제가 특별하거나, 화려하거나, 너무 예쁘거나,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어찌 보면 옆집에 있을 것만 같고, 그냥 편한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른 스타일링이나 조금의 다른 연기를 얹었을 때, 더욱더 다르게, 다양한 모습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을 재미있어하시는구나'를 '스위트홈'을 하면서 확실히 느꼈어요. 특정한 모습이라기보다,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유는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해주면서 좋은 사람이 되면, 그 에너지가 연기에도 묻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 / 사진 :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