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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트홈' 김남희, 선함을 반전으로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1.03 00:01

'스위트홈'에서 재헌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 / 사진 :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해당 인터뷰에는 '스위트홈'의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왠지 악인이 되는 반전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오해해서 미안했다. 배우 김남희가 보여준 '스위트홈' 속 재헌 캐릭터를 보고 관객이 하게 되는 말이다.

3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재헌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가 화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재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국어 선생님이다. 욕망으로 인해 사람이 괴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검을 들고 맞서는 인물이기도 하면서도, 알코올 중독자였던 과거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재헌의 서사는 '스위트홈'을 전체를 통털어 조금씩 등장하고, 그 서사가 나올 때마다 반갑고, 다른 의미에서 애잔하다.

김남희는 "좋은 원작이 있어고, 이응복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신 덕분에 드라마에서 조금 더 나아진 인물이 되었던 것 같아요"라면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 '재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재헌은 알다시피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기독교 신자에, 국어선생님에, 재미도 없고, 초반에는 나쁜 사람처럼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도 있고요"라고 덧붙이며 말을 이어간다.

'스위트홈'에서 재헌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독실한 기독교 신자의 안 좋을 수 있는 이미지에서 남들을 위한 희생까지 쭉 밀고 나가다보니, 좋은 캐릭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입체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묘하게 나쁜 인물처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선역으로 끝나고. 대본 처음 받았을 때부터 제일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였어요."

입체적인 인물인만큼, 전체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했다. 김남희는 "재헌에게도 안 좋은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라며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했는지에 대해 말했다.

"재헌이 다 잃고, 허무한 삶을 술로 이어가다가, 종교로 극복하고, 검도로 심신을 단련하고 다시 돌아와 국어선생님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재헌이 만들어졌다고요. 그런 과거를 지나왔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대화를 하든, 중립적인 위치에서 조심스럽게 표현하려는 지금의 재헌이 된 거죠."

'스위트홈'에서 재헌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 / 사진 :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국어선생님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재헌은 유독 문어체의 대사가 많다. 명대사가 많은 이유기도 하다. 김남희는 "고전 연극 대사 톤의 말투가 많거든요. 학교다니면서 문어체 위주의 고전 연극을 많이 해봤어요. 그 경험을 살려 연기해서 어려움은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와닿았던 재헌의 명대사도 언급했다.

"재헌이 중간에 알코올 중독자였다고 고백하면서, 술을 참는다고 얘기하잖아요. 제가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장면이기도 한데요. 재헌이 처음으로 술을 마시며 편상욱(이진욱)에게 진심을 얘기하거든요. '주님께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주시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인간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요'라고요. 그 장면에 인간적인 모습이 담긴 것 같아요."

'스위트홈'에서 편상욱,재헌 역을 맡은 배우 이진욱,김남희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재헌과 지수(박규영)의 러브라인도 관객들이 뜨겁게 응원하는 요소 중 하나다. 김남희는 "첫 눈에 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라며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지수와 재헌의 동선이 우연히 맞춰져서 같이 움직이게 되었죠. 지수도 거칠어보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인물이거든요. 근육 괴물을 향해서도 지수가 먼저 달려나갔어요. 그 모습에 재헌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린홈에서 생존하다보니 지수에게 마음이 향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재헌 입장에서 그 마음을 표현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이 와중에 사랑까지? 이렇게요. 마지막으로 '좋아한다'고 하고, 그건 '제 뜻'이라고 했던 건, 이 순간 이후로 나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주님이 부르시는구나.' 그래서 지수에게 일말의 따뜻함을 남기고 떠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재헌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뜨거운 사랑 표현이 아니었다. '저는 당신이 좋습니다'라는 담백한 표현이었다. 김남희는 현장에서 감정적으로 더 움직였다. 하지만 이응복 감독님의 의견은 담백한 표현을 만들었고, 조금 더 여운을 전했다.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더 갔었어요. 그런데 이응복 감독님께서, '아니다, 여기에서 감정적으로 가면 지수가 나중에 더 슬플 수가 있다. 너가 본능적으로 죽음을 느낀 것을 지수가 모르게, 담백하게 말하고 나가서 싸우자'고 하셨어요. 제가 한 말을 들은 사람의 감정도 중요하니까요. 고백은 하되, 부담감을 주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그 장면을 만들어나갔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스위트홈'의 시즌2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김남희는 "배우가 대본의 흐름을 역행해서 욕심을 부릴 수는 없으니까"라며 "더 나올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있지만, 결말의 장면이 멋있게 나와서 만족하고요.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고,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움과 애틋함이 있어서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시즌2에 가장 궁금한 인물로 지수를 꼽았다.

"제 부러진 칼을 가지고 생존해서 남은 지수가 '스위트홈' 시즌2'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가장 궁금한 것 같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지수,재헌 역을 맡은 배우 박규영,김남희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김남희는 '스위트홈'에 대한 지인들의 솔직한 평을 들으며, 온라인상에서 이어지는 관객의 리뷰를 찾아보며 인기를 실감한다.

"전체적으로 그런 평이 기억에 남아요. 나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나니 내가 오해해서 미안했다. 이런 말들이 많이 기억에 남았고요. 재헌은 죽어서도 사람을 지켰지만, 그의 칼은 그의 여자를 지킨다. 이런 평도 있었거든요. 재헌의 칼로 지수가 살아남잖아요. 그렇게 해석해 주신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 멘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미스터 선샤인'으로 주목을 받은 뒤, '스위트홈'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의 호평이 이어지고, 주목받고 있다. 김남희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를 해 나갈 생각이다.

"배우로서 마냥 잘되자, 스타가 되자, 성공하자. 이런 욕심보다는 이제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런 욕심이 많았는데요. 그런 역할을 많이 맡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아쉽고 서운한 때도 있었죠.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이지만, '삶이 내맘처럼 흘러가지는 않는구나, 시기와 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담금질을 했던 때가 있었어요."

"앞으로도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역할 열심히하고,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그래도 연기는 잘한다, 연기는 잘하는 친구다'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재헌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 / 사진 :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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