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해당 인터뷰에는 '스위트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는 독특한 정서가 담겨있다. 크리쳐(Creature)물답게 분류돼 사람을 해하는 괴물이 등장하지만,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21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화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응복 감독은 앞서 드라마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선샤인'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온 감독이다. 그의 차기작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동명의 웹툰 원작 '스위트홈'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에, 그의 새로운 도전이 궁금증을 더욱 높였기 때문이다.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에 합류하게 된 것에 "소통이 되지 않았을 때,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소통이 되는 괴물, 겉으로 보이는 겉모습이나 이런 편견 때문에 사람마저 괴물로 보이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웹툰은 그것에 대한 좋은 상징이었던 것 같다"며 "사회적 갑질 문제나, 사회적 약자 등 여러 문제를 상징적으로 구현된 괴물에 대한 소재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하면 서로 소통하며 살 수 있고, 인간이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질문하고 싶었다"고 '스위트홈'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위트홈'에서 열연한 배우 박규영,김남희,이진욱,고윤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한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욕망에 의해 괴물로 변하게 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괴물에 맞서게 된다. 이응복 감독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연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마주하게 되는가'가 가장 고민이었다. 재헌(김남희)과 지수(박규영)는 같은 아파트에서 서로에 대해 알지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 마주했다가 가장 뜨거운 인간애를 느끼며 이별을 하는 과정이 있다. 괴물의 사투와 못지않는 드라마틱한 순간 상욱(이진욱)은 살인청부업자로 사람을 죽이는 사람, 이미 괴물이 된 인간이라면 유리(고윤정)는 평생을 사람을 간호하는 상반되는 치유의 이미지가 있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남자와 사람을 살리는 여자. 이런 대립 구도가 재미있는 부분이지 않았나 싶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이응복 감독은 현수(송강) 캐릭터에 대해 영화 '가위손'의 에드워드(조니뎁)를 떠올렸다고 했다. 현수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겪으며, 스스로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죽기로 결심한 날,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들로 인해 먼저 망해버린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괴물로 변하지만, 그 힘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감염인이 된다. 역설적인 상황 속에 놓인 역설적인 캐릭터다.
'스위트홈'에서 현수 역을 맡은 배우 송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이응복 감독은 현수에 대해 "원작 웹툰의 작가님이 구현한 동화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으로서 최후를 맞으려는 현수가 괴물의 힘을 얻게 된다. 사람들은 그런 현수를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기로 사용하는데, 이후에 현수의 마음을 엿보고 하나가 된다. 그런 부분이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현수의 욕망은 사실, 욕망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이 된다. 하루아침에 온 가족을 잃고 삶이 무의미해진다. '꼴랑 삼천만원 가지고 어떻게 사냐'고 소리는 지르지만, 세상을 혼자 이겨나가기 힘든 성숙하지 못한 나이인 그에게 남겨진 것은 죽고자 하는 욕망밖에 없었다. 죽을 날을 기다리다 세상이 먼저 망하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본인 스스로 몰랐던 마음이 하나씩 꺼내어진다. 그 첫번째가 어린아이의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이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던 모니터를 던지면서 시작된다.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서 사람을 살리려는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괴물같은 인간 군상들이 위기를 갖고 오며 사람들을 살려야겠다는 욕망이 아이러니하게 자해흔에서 나오게 된다. '스위트홈'이 '가위손'과 일맥상통하지는 않는다. '가위손'은 비극으로 끝맺어지지만, '스위트홈'은 이중적인 괴물의 형태로 발전된 것 같다."
여성캐릭터 역시 눈에 띈다. 이경(이시영), 은유(고민시), 지수(박규영), 유리(고윤정)은 각각 가진 서사와 능력으로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나간다. 이응복 감독은 "'미스터선샤인'부터 생각한 부분인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주체적으로 나서왔다. 단지 기록되지 않거나, 잊혀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미스터선샤인'때도 기록을 찾아보며 여성분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뛰어든 모습을 봤다. 상징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연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여성분들의 군상들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인공인 현수의 이야기만큼 생존자들의 서사는 '스위트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기면서, 중후반 부터 크리쳐들의 모습보다 인간 군상이 많이 나온다는 시청자들의 지적도 있었다. 이응복 감독은 "전체를 10회로 놓고, 괴물이 나오는 순서대로 구상했다. 1~4회에는 괴물이 등장하고, 괴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가 엮이게 된다.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생존자의 서사가 전개되며, 괴물이 살짝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을 이어간다.
"근육괴물이 비대하게 커졌다. 이는 주변 괴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커진 건데, 이를 처단하며 어느 정도 클리어가 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를 처단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주변 상황이 클리어해졌다. 이후 정말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인간들이 들어와서 쑥대밭이 된다. 그 속에서 현수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더 많은 크리쳐를 기대한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이런 극적인 구도를 구상했다고 봐주시면,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스위트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인간 군상, 그리고 그 속의 연대감. 겉으로 드러나는 러브라인보다 그 속에 내재된 러브라인에 시청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졌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 은혁(이도현)과 은유(고민시)의 러브라인도 시청자들의 상상이 더해진 몫이었다. 이응복 감독은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혼자 남게 된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인간미는 좀 떨어지지만, 가족애가 넘치는 은혁(이도현)의 비밀스러운 속마음을 좀 그려보고 싶었다. 은혁과 은유는 사랑은 아니다"라며 "큰일납니다"라고 웃음지었다. 또한 "러브라인이라기보다 서로의 연대감이 진해지는 순간이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 같다. 사실 재현도 지수에게 '사랑'을 말하기보다 '좋습니다'라고 한다"고 러브라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스위트홈'은 크리쳐들과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가 더해져 몰입감을 준다. 배우들은 완벽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보여줬다. 이응복 감독 역시 '스위트홈'의 몰입감이라는 칭찬에 대해 "배우들의 몰입감이 강했다. 몰입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면, 배우들의 진지한 표정이나 눈빛에서 나온 것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나의 에피소드도 밝혔다. 이응복 감독은 배우들이 현수에게 몰입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현수(송강)가 괴물화된 검은 눈을 하고 거미괴물을 처치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모든 출연자들이 있었는데, 괴물을 처치한 현수를 향해 기립박수를 치시더라. 원래 그러면 안되는 장면이지만, 다같이 상황에 몰입한 그 순간이 재미있었다. 현수를 응원하는 그 분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감동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편, 배우 송강, 이시영,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을 비롯해 송강, 이진욱, 이도현, 김갑수 등이 열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지난 18일 공개 후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응복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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