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엄지원 인터뷰 / 사진: 씨제스, tvN 제공
지난 24일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극본 김지수, 연출 박수원)이 종영했다. 총 8부작으로 편성된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현진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격정 출산 느와르.
엄지원은 극의 최고령 산모 오현진으로 분해 출산과 육아를 통한 여성의 진정한 성장기를 보여줘 호평을 얻었다. 극 초반에는 현 사회 여성의 출산 일대기를 리얼하게 그래녀매 '新 장르' 개척자의 면모를 여실없이 드러냈으며, 이후 초보 엄마가 된 '워킹맘' 현진의 고충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얻어낸 것.
특히 최종 회에서 엄지원은 육아휴직을 하러 회사를 찾았지만, 큰 프로젝트를 보자 욕심이 생겨 복직을 결심하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만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나예요. 내가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어요"라는 은정의 진심 어린 위로에 이내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엄마로서의 진정한 성장이 담긴 지점이었다.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엄지원은 "동시대에 살고있는 평범한 여자의 성장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서 기쁘고, 함께 울고, 웃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애틋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라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산후조리원'은 오직 '출산'을 중심으로, 여성의 감정 변화부터 워킹맘이 된 사정, 모성애 등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없던 소재를 다루었다. 엄지원은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출산을 통해 한 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가 되는, 사회적 위치가 확 대변되는 설정이 좋았다"라고 답했다.
이어 "가장 좋았던 건 시의성을 가지며 코미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었는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더욱 끌렸다"라며 "1부 저승사자 신을 읽고 욕심이 났다. 아이를 낳다가 생사의 경계에 놓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돌아오는 모습이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내게 "이렇게 만들어보면 좋겠다" 키를 쥐어 줬던 장면이었다"라고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돌아봤다.
애정을 갖고 시작한 작품인 만큼, 엄지원은 '오현진'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현진이가 곧 '나'라고 생각한다"며 엄지원은 "지금까지 한 작품들 중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것 같다. 그만큼 공감이 많이 갔고, 내 안에 있는 현진 같은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서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으로는 "집, 회사, 조리원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무엇보다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빌드업의 문제 라기보다 내가 느낀 감정을 느낀 그대로 시청자들이 느끼게끔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엄지원의 바람은 그대로 적중했다. 여성 시청자는 물론, 남성 시청자에게도 공감을 사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엄지원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해끼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다"라며 "촬영하면서 출산이나 육아에 경험이 없으신 분들도 좋아해 주실까 우려도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기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완벽한 '공감캐'를 만들어냈지만, 사실 엄지원 또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험이 없기에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것에 어려움은 있었다. 이에 여배우로서는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증량까지 감행하며 열연을 보였다. 엄지원은 "증량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놀랐다"라며 "산모 같아 보이기 위해 어느정도 살을 찌우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들이 '진짜구나' 라고 느끼기 위한 약간의 노력이었다. 많은 분들이 리얼하다고 해 주셔서 만족스러웠다"라고 답했다.
어려움을 느꼈던 장면을 묻자, 엄지원은 "가장 어려웠다기보다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장면은 아무래도 1부였다. 그 중 출산신이 가장 힘들었다. 현진 같은 경우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하셨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를 위해 실제로 경험을 해본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엄지원은 "대본에 '현진이 불편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는 지문이 있는데, 지문 그대로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어디가 불편하고 아픈지 구체적으로 물어봤고, 현장에서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출산 같은 경우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도 했다"라며 "가장 우려했던 경험자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라고 전했다.
이번 '산후조리원'은 엄지원이 엄마로서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그려내기도 했다. 손숙과 현실 모녀 연기를 펼친 엄지원은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엄마와의 이야기는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읽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내 마음을 많이 움직였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전형적인 모녀연기가 아닌 진짜 엄마한테 떼쓰고 어리광 피우는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모든 신들이 다 좋았고, 손숙 선생님이 엄마같이 제가 하는 연기를 다 받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엄마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다는 엄지원은 "엄마도 현진이의 엄마처럼, 딸이 하는 일과 커리어를 존중해주는 분이다. 다만 엄마도 이제는 연세가 있으셔서 신체가 여기저기 좋지 않으셔서 마음이 아프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엄지원은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일과 워킹 맘 현진이 같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라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 맘 들에게 장혜진 선배의 대사처럼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듯 본인이 선택의 폭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조건 없는 '모성애'를 강요하던 과거와는 분명 다른 결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그럼에도 따뜻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 중심에 엄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간 여성 중심의 서사가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선택해왔던 엄지원은 "책임감보단 사명감이 있다"라며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느끼고 있는 걸 하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늘 있다. 여성이 극을 끌어 나가는 이야기들이 생긴 것이 정말 몇 년 되지 않았다. 그 안에서 조금은 다른, 주체적인 것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늘 새롭고 재미있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방향이 맞는 작품을 만나면 하려고 한다"라고 작품 선택 기준을 밝혔다.
끝으로 엄지원은 이번 '산후조리원'의 의미에 대해 "기존의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 느와르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가 있는 복합 코미디여서 좋았다. "시의성 있는 작품으로도 코미디를 풀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해보고 시작한 작품이지만, 해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내게 있어서 이 작품은 또 다른 기회가 생긴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감하고 또 좋아해 주셔서 그 자체로 행복하다"는 엄지원은 "시청자분들이 저희 작품을 떠올렸을 때 "이런 소재의 재밌는 드라마가 있었지" 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두 편의 드라마부터 영화 촬영까지 바쁜 한 해를 보낸 엄지원은 "남은 한달은 정신없이 달라온 2020년을 돌아보고 싶고, 더불어 21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고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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