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 김혜수 / 사진 : 영화 '폭풍의계절','101번째 프로포즈',드라마 '짝','장희빈' 스틸컷
한때는 "나 이대나온 여자야"라며 당당한 태도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가, "특급 칭찬"으로 안방극장을 설레게 한, 여전히 '놓칠 수' 없는 그녀들이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기를 이어왔고, 그 연기는 때로는 눈물짓게 했고, 때로는 삶에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배우 김희애, 김혜수의 20대부터 50대까지의 작품 속 모습을 모아봤다.
배우 김희애 / 사진 : MBC드라마 '아들과 딸', 영화 '101번째 프로포즈', KBS2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유튜브 캡처
배우 김희애는 1967년 생이다. 올해 나이 53세.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했다. 커리어를 쌓아오던 김희애는 MBC드라마 '아들과 딸'을 만나게 된다. 귀남(최수종)의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후남 역을 맡아 남아선호사상이 강하던 그 시대에, 차별을 딛고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는 여성의 삶을 눈물과 감동으로 그려냈다. 이후 '101번째 프로포즈'(1993)에서 첼리스트 지원 역으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죽은 약혼자를 잊지 못하면서도 성실하고 순수한 영섭(문성근)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30대가 된 그는 KBS2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를 통해 진한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준이(유승호)를 키우며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의 진심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겨있다.
배우 김희애 / 사진 : SBS '내남자의 여자', JTBC '밀회' 포스터및 제공컷
김희애는 40대에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2007)와 JTBC 드라마 '밀회'(2014)를 통해서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는 불륜녀 이화영 역을 맡았다. 자신의 여고 동창생이자 천사표 아내인 김지수(배종옥)의 남편 홍준표(김상중)를 유혹해 불륜에 빠진 인물. 이화영을 위해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패션까지 선보이며, 과거 천사표 인물의 옷을 완전히 벗고 그 해 SBS 연기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인상깊었냐하면, 13년 뒤 JTBC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남편(이태오)의 불륜을 마주하는 지선오 캐릭터와도 연결되며, 피눈물 나게 한 사람 눈에도 결국 피눈물이 난다는 묘한 결론을 만들기도. 40대에 선보인 또다른 작품 '밀회'에서도 불륜과 연결돼 있다. 김희애가 맡은 오혜원은 예술재단 기획실장으로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의 재능을 발견하며 음악적 교감과 애틋한 사랑을 함께 나누게 되는 인물. "특급칭찬"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수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배우 김희애 / JTBC드라마 '부부의 세계' 포스터,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50대가 된 김희애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보다 영화 '윤희에게'(2019)를 이야기하고 싶다. 엄마 윤희(김희애) 앞으로 도착한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김소혜)이 편지가 온 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복하게 쌓인 눈처럼, 살아가는 시간동안 소복하게 쌓여온 마음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전하는 것은 배우 김희애였다.
배우 김혜수 / 사진 : MBC 드라마 '파일럿', '짝' 유튜브 영상 캡처, SBS 드라마 '장희빈' 제공컷
배우 김혜수는 1970년 생이다. 올해 나이 51세.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후, MBC 드라마 '짝'(1994~1998)에서 밝은 성격의 혜순 역을 맡아 건우 역의 이종원과 호흡을 펼쳤다. 승무원들의 일상과 사랑을 그린 작품에서 김혜수는 발랄한 혜순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이후 30대가 된 김혜수는 KBS2 드라마 '장희빈'(2002)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지략과 미모로 숙종(전광렬)의 사랑을 받는데 성공하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던 희빈 장씨의 모습은 강인한 여성으로서의 김혜수를 돋보이게 했다.
배우 김혜수 / 사진 : 영화 '타짜', '도둑들' 스틸컷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김혜수는 극장가에서 두 편의 영화로 주목을 받는다. 영화 '타짜'(2006)와 '도둑들'을 통해서다. '타짜'에서 김혜수는 고니(조승우)와 만나게 되는 꽃싸움의 설계자 정마담 역을 맡아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강렬한 대사와 함께 당당한 여성 캐릭터로서 우뚝 서는 김혜수만의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이후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김혜수는 50세가 된 올해 영화 '내가 죽던 날'(2020)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절벽에서 실종된 한 소녀의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섬으로 향한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현수는 남편의 외도에 출동 중 교통사고를 낸 형사로 일상이 피폐해진 인물이다. 김혜수는 현수의 모습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표현해 마음 속 깊은 울림에 집중하게 한다. 삶과 죽음을 담은 영화의 메시지는 배우 김혜수가 가진 힘으로 오롯이 전해졌다.
배우 김혜수 / 사진 : tvN드라마 '시그널' 제공컷, 영화 '내가 죽던날'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