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아이파크시티 조감도/사진=권혁민 기자
10년째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건립 약속을 외면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용도변경을 통해 기반시설이 들어설 자리에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을 짓기로 해 논란이다.
수익성이 없어 방치된 상업용지에 용도변경을 통해 집을 짓겠다는 얘기인데, 지자체인 수원시는 토지소유자인 HDC현산을 관련법 상 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원성을 사고있다.
10년째 HDC현산의 '사기 분양'을 외치고 있는 입주민들은 이번 HDC현산의 용도변경으로 '제2의 사기 분양'이라며 절규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12월 권선지구 도시개발구역(222-1번지 일원, 98만7493㎡)으로 지정돼 부푼 꿈을 안고 입주한 경기 HDC현산의 수원아이파크시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이곳은 현재 6700여세대 2만2000여명이 거주하는 수원 최대 아파트 단지 중 한 곳이다.
입주민들이 토로하는 문제점 4가지를 짚어본다.
◆10년째 도시개발 약속 미이행
2009년 분양 당시 HDC현산은 2012년까지 주거시설과 더불어 테마쇼핑몰, 복합상업시설, 의료시설, 공공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10년째 '수익성 없다'는 이유로 사업에 손을 놓고 있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대로 수원 광교신도시 보다 높게 책정됐다. 그러나 올 10월 기준 HDC현산이 약속한 기반시설은 지구 내 한 곳도 없다.
당시 김정중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아이파크시티 조성을 위해 수정 또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현대산개발이 축적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유닛 완성도가 거의 100%에 가깝다"고 홍보했다.
수원시 고시문을 통해서도 사업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12월18일 수원시 고시문에는 '권선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에 따라 구역지정일 이후 2012년 12월까지 사업이 시행토록 명시돼 있고, 이후 개발계획 변경에 따라 공사완료 공고일을 2014년 5월로 고시했다.
입주민들은 위와 같은 기반시설 입점을 위해 시에 조건부 승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9년 7월 수원시-HDC현산과 가진 권선2동 주민센터 간담회에서 "망포4지구 아이파크&캐슬 2차(3~5단지) 아파트 분양 준공 승인 전 권선지구 도시개발을 약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3단지 분양부터 사업 승인권이 있는 수원시가 승인 전 현산 측에 권선지구 도시개발 약속을 먼저 이행하라고 조건부로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파크시티 추진위원회는 "10년 전 이미 HDC현산은 기반시설을 만들 의도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모든 건설사가 분양광고 대로 지어지지는 않는다. 고시문 내용의 공사완료 공고일은 큰 틀일 뿐 구체적 사업 계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수원시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시와 협의해서 진행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획지계획도/사진=권혁민 기자
◆현산의 용도변경과 기부채납 미이행
2018년 1월 HDC현산은 지구 내 용도변경을 수원시에 요청했고, 시는 이를 승인했다. 입주민들은 당시 용도변경에 대해 HDC현산측이 주민들과 어떠한 간담회 조차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이 변경 요청한 부분은 단독주택부지 가구수(3·4가구→5·6가구) 변경과 연립주택부지를 8층 이하 아파트 부지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단독주택부지 가구수 변경을 통해 세대수는 기존 601세대에서 998세대로 397세대가 늘었다.
HDC현산은 시가 용도변경을 허용하면서 동사무소부지(1314㎡)와 공공복합용지(1666㎡) 기부채납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는 "단독주택용지 공급전까지 공공복합용지와 동사무소를 기부채납 하는 것으로 제안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단독주택용지 공급계획은 2018~2022년 점차 공급 예정이었지만, 구체적 공급일정은 나오지 않아 기부채납은 깜깜 무소식이다.
◆또 다시 용도변경 나선 HDC현산
그런 HDC현산이 주민과의 갈등의 불씨를 또 다시 재점화했다.
HDC현산은 지난 10월말 주민설명회를 열어 지구 내 4곳(D1, F1~F2, C8)의 용도변경 계획을 시에 알렸다. D1은 1만2101㎡, F1은 8976㎡, F2는 1만12㎡, C8은 8365㎡ 규모다.
상업복합용지인 D1은 '공동주택'으로, 판매시설용지인 F1~F2는 '오피스텔'으로, 기존 8층 이하인 아파트용지 C8은 '층수완화'로의 변경이다.
HDC현산이 분양 당시 각종 기반시설을 약속한 자리에 집을 짓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입주민 관계자는 "편의시설은 나몰라라 하면서 돈만되는 집을 짓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며 "이미 지난 5월께부터 현산 측의 용도변경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HDC현산의 이같은 결정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 '수원시 도시계획 건축 공동위원회'를 통해 고시가 확정된다.
판매시설용지로 지정된 F1~F2 앞에 위치한 7단지(C7)를 포함한 모든 주민들은 앞으로 진행되는 공사 등으로 불편을 겪게 됐다.
특히 7단지 입주민은 집 앞에 기반시설이 들어서게 대 가장 높은 분양가를 지불하고 입주했지만, 10년간의 기다린 보람은 기반시설 아닌 오피스텔 공사현장이다.
시 관계자는 "HDC현산 측이 사업성이 없는 부지를 그냥 두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위원회를 통해 시민들이 우려하는 주차난과 조망권 등의 우려되는 모든 부분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수원시와 협의해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주민들이 수원시청에서 '실외 체육시설 조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권혁민 기자
◆누구를 위한 '실외 체육시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수원시가 아이파크시티 내 추진중인 '실외 체육시설' 건립이다.
입주민들은 "도시개발계획이 2020년 현재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늘날 주거지역에 아무도 원치 않는 실외 체육시설이 들어서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체육시설의 발단은 이렇다.
2018년 12월 김진표(민주·수원무) 국회의원과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주제는 '국방부 소유 공군관사 남측 R-1 부지 활용 관련'이다. 당시 참가자들은 빠른 시간 내 다목적체육관을 만들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 10월 수원시는 해당 부지 체육시설을 '실외 체육시설'로 확정, 관련 공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지구 내 편의시설이 없자 다목적 체육관 설립을 원했지만, 최종 결정은 실외 체육시설로 확정된 것이다. 주민 모두가 사용하는 체육관이 아닌 특정인을 위한 체육시설이라는 것.
시가 체육시설을 조성하려는 부지는 권선동 225번지 일원 1만7072㎡ 규모 국방부 땅이다.
시는 국방부와 협의해 이곳에 축구장 1면, 족구장 2면, 테니스장 5면을 조성할 계획이다. 부지조성은 국방부(수원10전투비행단)가 9억원, 시가 시설개선 등에 16억원을 투입한다. 시는 연내 부지조성을 마무리한 뒤 내년 3월 시설개선공사 착수해 6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주민들은 '소통 행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인데다 제대로 된 공청회조차 없어 사업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게 입주민들이 주장하는 문제제기의 본류다.
한 입주민은 "안 그래도 비행기소음 때문에 힘든데 축구장과 족구장, 테니스장 등이 생길 경우 주차난과 소음 공해까지 참기 힘들 것"이라며 "단지 바로 옆 체육시설을 조성하면서 제대로된 공청회 한 번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처음부터 주민들이 요청했던 실내 다목적체육관 신설을 원한다. 미세먼지, 기상상황에 영향을 받지않고 아이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실내 다목적체육관 건립"이라며 "실외 체육시설에 대해 전면백지화 및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입주민들은 16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실외 체육시설 반대입장이 담긴 주민 2800여명의 성명서를 김진표 의원 측과 민주당 측에 각각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