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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가 죽던 날' 노정의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게 목표예요"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0.11.15 00:20

'내가 죽던 날' 노정의 인터뷰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무살이 된 지금은 그걸 경험으로만 두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조금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목표가 높고 많기도 하지만, 그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끊임없이 올라가고 싶어요. 제 자신이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목표예요"

'내가 죽던 날'에서 자신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냈다고 말한 노정의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올해 딱 스무 살이 된 노정의는 아역 시절 덕인지, 똑 부러지는 눈빛과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노정의는 참 연기에 욕심이 많은 배우였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 꾸준한 노력과 성장으로 이어진 듯 했다.

'내가 죽던 날'은 외딴섬 절벽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녀, 그리고 그 소녀의 행적을 좇는 형사,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노정의는 사건의 중심인물 '세진'으로 분했다. 세진은 사망한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 소녀다. 아버지가 죽고, 새엄마는 떠나고, 오빠는 수감된 상태에서 홀로 남은 세진은 외딴섬에 고립돼 경찰의 보호를 받는다. 유복한 가정에서 살아온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삶에 좌절하고, 공허한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소녀가 태풍이 부는 어느 날, 유서를 남기고 인근 절벽 아래로 사라져버린다.
'내가 죽던 날' 촬영 당시 노정의의 나이는 열아홉. 극 중 세진의 나이도 그 무렵이다. 동년배였던 탓일까 노정의는 세진의 섬세한 심리와 표정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표현했다. 그는 "또래 캐릭터라 누구보다도 제가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라 힘들기도 했을 텐데, 노정의는 상당한 연기경력을 가진 두 선배 김혜수, 이정은의 조언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예를 들어 대본에 '눈물을 흘린다'고 적혀있으면 그게 감정신인데, 선배님께서 '꼭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슬픈 신은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오히려 눈물 없이 슬픔이 나올 수 있었죠. 슬픔이 꼭 눈물로 전달되는 건 아니라고 해주셔서 세진이라면 슬픔을 어떻게 삼켜낼지 표현하면서 관객분들이 세진이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그런 미션을 주신 것 같아요. 저만의 색깔로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게끔 도와주신 것 같아요"
'내가 죽던 날' 속 세진이는 대사가 많은 인물은 아니다. 세진이는 아버지의 사건으로 낯선 경찰들이 들이닥쳤을 때도, 외딴섬에서 홀로 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말을 아꼈다. 자신에게 집을 내어준 '순천댁'에게도 '나와 엮이면 귀찮아질 것'이라며 관심을 거절한다. 말을 아끼는 것이 가족과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모든 희망을 잃어서 일수도 있다. 노정의는 세진이의 그런 행동이 '경멸'에서 나왔을 거라고 했다.

"세진이가 초반에는 말이 없긴 해요. 부잣집에서 모자랄 것 없이 풍족하게 살아온 아이인데,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을 때 그 충격에 말을 잃었을 것 같아요. 익숙한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낯선 사람을이 꽉 차게 되니 말을 많이 할 수 없었을 거에요.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건 지금의 저희라도 기분이 좋지 않잖아요. 어린 나이에 그러니 더 싫고 경계했을 것 같아요. 한마디로 경멸한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아이의 쓸쓸함. 사람들로 인해서 상처 받고 소중한 사람을 다 잃은 상태인데, 아무도 오지 않는 쓸쓸함 속에서 CCTV를 향해 옷을 던지고, 치고 하는 것들이 당연하잖아요"
노정의는 현장에서 김혜수-이정은의 모습만 봐도 "감탄이 나온다"고 했다. 두 배우의 연륜과 경력이 묻어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꼈을 노정의. 작품 속 사건의 중심인물이자 막내로서 부담도 됐을 법하다.

"부담감이 훅 왔을 때는 다 같이 모인 대본리딩 때였어요. 이제 실제로 뵙고 대사를 주고 받고 모든 걸 했을 때 '나만 잘하면 되는 영화구나. 정말 열심히 해야지'라는 부담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안 그러면 제가 정말 부족하게 보일 것 같았어요"

"정말 신기한 게 그냥 (선배님들을) 보고만 있어도 감탄이 나오고 깨달음이 와요. 저만의 생각이 나게끔 해주세요. (아역 출신인) 김혜수 선배님은 제가 아역이라는 걸 아시니까 챙겨주시고, 많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이정은 선배님은 대사가 없으신데도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모든 감정과 말들, 대사를 하지 않아도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걸 통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게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극을 받았죠"
노정의는 세진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힐링이 됐다고 했다. 입시철이라 여러 고민이 많았을 시기, '내가 죽던 날'이 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와닿았다고 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큰 일일 수 있잖아요. 저는 당시 가장 큰 마음의 짐이 입시였겠지만, 입시를 하면서도 배우의 일, 연기를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커서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였어요"라며 그때 만난 한 줄의 대사가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무너져 내리고 있을 때, 영화가 주는 '네가 남았다' 이 대사가 그냥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고, 힘든 시기에 내 삶은 나만이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어요. 제 삶에도 분명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무너지는 시기에 그걸 세진이 역할에 투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 힐링 되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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