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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굴' 조우진 "영화 스태프 회식? 훌륭한 선배님들께 배운 것"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0.11.07 10:10

영화 '도굴'에서 존스박사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조우진은 행복하다. "찍었던 영화가 있고, 개봉하는 영화가 있고, 촬영하는 영화가 있고, 촬영할 영화를 협의 중"인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내적 발악"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조우진이다.

그런 조우진이 4일 개봉한 영화 '도굴'로 관객과 만난다. 고미술 전문가인 존스 박사를 맡았다. '내부자들'에서 보여준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과는 정반대다. 빈틈이 확실하게 보이는 인물이다. "여러분은 내일을 사시죠? 전 오늘을 삽니다"라고 자꾸만 멋있는 '척'을 하는데 그 '척'이 도드라져, 귀엽게 느껴진다. 인디아나 존스의 모자를 쓰는 타이밍에도 해리슨 포드 부럽지 않은 아재미가 담겨 있다.

"치밀한 계산을 통해서 인물을 그리지 않았어요. (이)제훈 씨가 맡은 강동구가 한 반의 반장이고, 저 같은 애들은 반장이 잠깐 쉴 때 오락부장 좀 해주는 거죠. 신혜선 씨가 반에서 1등인데, 알고 보니 반장이랑 사귀고 있고. 저 뒤에서 (임)원희 형은 엎드려 자다가, 한 번씩 개인기 좀 해줘서 빵 터트리고. 그렇게 분위기를 이끌어갔어요.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로서 접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고민한 지점은 보기에 편한 사람이었어요."

영화 '도굴'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굴'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도전 의식이 생겼다. 인디아나 존스의 이름을 딴 도굴꾼 존스 박사는 전작에서 조우진이 맡았던 그 어떤 캐릭터와도 교차점이 없는 듯했다. 조우진은 "시나리오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고 겸손하게 캐릭터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인디아나 존스' 착장은 있었고, 저는 그 모자 쓰는 타이밍을 고민했어요. '인디아나 존스'에서 보면, 제일 인상적인 부분이 해리슨 포드가 모자를 언제 벗고 쓰느냐 거든요. 그 타이밍이 영화의 극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고요. 존스 박사에게도 시그니쳐인데요. 처음 등장할 때도, 금액을 보고 태세 전환하면서 프레임 밖으로 사라졌다가 모자를 쓱 쓰고 나타나요. 현장에서 다양하게 촬영했는데, 그 장면이 마음에 드셨나봐요."(웃음)

"과거에도 키덜트 감성이 있던 것 같아요. 조카들, 동생들 데리고 가서 영화를 같이 봐요. 그리고선 자기가 흥분해서 영화를 더 흉내 내요. 그런 모습을 옛날에 적잖이 목격했거든요. 그 감성을 존스 박사에게 넣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어른 같은 분들의 빈틈이 보이는 감성, 영화를 대하는 천진난만함,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 '도굴'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믹한 존스 박사를 그리면서 현장에서도 달라졌다. 조우진은 "현장에서 조금 더 웃게 되더라"고 말했다.

"전에는 인상을 쓰고 있거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거나 했어요. 현장 촬영컷을 보면, '뭘 저렇게 인상 쓰고 있나, 안 그래도 웃는 상도 아닌데'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도굴' 촬영 때는 자주 웃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캐릭터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태프들에게 농담을 걸어도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았는데, '도굴' 때는 더 오버했어요. 이분들이 웃으면서 나를 쳐다봐야, 저도 그 기운 받아서 밝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적 발악을 해봤죠. 그게 고스란히 영화 속에 담기길 바랄 뿐입니다."

영화 '도굴'에서 존스박사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태프들의 웃음을 위한 노력은 그들의 배를 배불리 해주는 노력부터 시작됐다. 언론시사회에서 박정배 감독은 "조우진이 팀별로 회식을 시켜주셨다"는 미담을 꺼내기도 했다.

"회식을 다 못 시켜 드렸어요. 그냥 노력의 일환이죠. 협업에 대한 소중함이 가장 컸고요, 스태프와 편하게 소통해야 저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고요. 소통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의 밀도는 다를 거로 생각했고요. 1단계예요. 스태프와 편하게 지낸다. 그렇게 실천에 옮기는 선배님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거기에서 오는 보람이나 성취감, 연기한 장면에 대한 좋은 반응, 칭찬을 받았을 때의 쾌감이 있더라고요. '같이 만들고 있다, 같이 기뻐하고 있다, 같이 해냈다'는 그 쾌감이 있더라고요."

영화 '도굴'에서 존스박사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다작하는 조우진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여러 작품에 다양한 캐릭터의 옷을 입고 등장하면서, 그것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고, 피로감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이기에 당연한 거로 생각했다.

"부담감과 다양한 인물을 맡으면서 오는 피로감은 다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과거를 떠올리고, 초심을 떠올려요. 거둬내기 바빴습니다. 가리지 않고 뭐든 해보겠다, 도전해보겠다, 취향과 상관없는 것도 있고, 도전해봐야겠다는 원동력이 있어요. 더 큰 원동력은 앞서 함께 연기한 훌륭한 선배님들의 모습이에요. 저 사람은 이룰 만큼 이뤘으니, 편하게 해도 되겠지? 그런 평가와 잣대도 있을 텐데, 정말 끊임없이 질주하고 도전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배워야겠구나'라고 생각해요."

"제가 운이 좋잖아요. '놈·놈·놈'(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세 분과 다 만나보고. 누차 말씀드리긴 했는데 찍었던 영화가 있고,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고, 촬영하는 작품이 있고, 또 작업할 영화에 대해 협의를 나누고 있고, 거의 근 과거에 7~8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상상할 수 없는 오늘 하루거든요. 정말 축복처럼 주어진 날들인데, 오늘 이런 상황이 너무 행복하고 좋습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영화 '도굴'에서 존스박사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 당일, 배우 이제훈은 수트를 입고 현장에 나타났다. 저녁에 있는 '도굴' 시사회에 수트를 입고 정중한 모습으로 서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를 제안한 것은 배우 조우진이었다. 관객 앞에서 예의와 정성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문득 소중한 자리니까 조금 더, 멋있게. 그렇다고 캐주얼하게 입고 인사드리는 게 예의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정성을 다하고 싶었어요. 사실 언론 시사회에서 배우들이 직접 간담회에 참석한 것도 오랜만이었잖아요. 오랜만에 '시사회'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오시는 분들 앞에서 조금 더 예의를 갖춰서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영화 '도굴'에서 존스박사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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