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범열 산업부 기자
5세대(5G) 가입자가 올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각지대등 품질에 대한 담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요금제가 과도하게 비싸게 책정됐다는 비난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시민단체와 이용자들의 저가 요금제 출시를 통한 합리적 요금을 책정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가계 부담을 줄이고자 5G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라는 정부와 5G 투자 비용을 인해 여력이 없다는 통신사간 줄다리기도 계속돼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5G 중저가 요금제 기류가 일고 있다. 월 8~13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로 낙인찍힌 5G 요금제가 저가요금제 출시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일이다.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5일 KT는 월 4만원대 5G 요금제를 기습적으로 출시하면서 통신사간 5G 중저가 요금제 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 요금제는 앞서 LG유플러스가 선보인 노인과 청소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제외하면 통신업계 첫 4만원대 5G 요금제다.
문제는 금액만 낮췄을 뿐 턱없이 부족한 데이터에 있다. KT의 '5G 세이브' 요금제는 매월 5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기본 제공량을 소진하면 최대 400Kbps(초당 킬로비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5G 이용자들의 1인 평균 데이터 소비량이 26GB임을 감안하면 2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LG유플러스가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5G 요금제가 같은 가격(월 4만5000원)에 8GB를 제공한 것에도 못치는 셈이다.
통신 산업은 초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장치 산업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기지국 설치비 등 설비 투자비용대비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지만 5G는 고화질의 동영상, 게임, SNS 활용 등이 많아지면서 LTE보다 데이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프로야구 생중계를 5G로 시청한다면 시간 당 2.5GB가 소요됨을 감안하면 야구경기 2시간을 시청으로 기본데이터 모두 소진하게 된다.
문은옥 참여연대 간사는 “LTE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10GB 가까이 되고 있다"며 "KT의 5G 세이브는 실제 5G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에 크게 못 미치는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단순히 가격을 1만원 내린 요금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5G 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앞으로 30GB를 넘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통신3사의 5G 요금제는 월 5만5000원을 주고 8~10GB를 제공받고, 월 6만9000원~7만5000원은 110~200GB까지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5G 이용자가 평균 30GB를 사용한다고 봤을때 데이터량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그만큼 초과비용을 지불하면서 데이터를 구매해 사용해야 하는 요금 구조다.
무엇보다 5G 데이터 구간별로 적정한 요금제를 구성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현재 통신3사 중 10~110GB 구간의 데이터 제공을 하는 요금제는 없다. 그만큼 5G 이용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데이터양에 맞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KT에 이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르면 내달부터 4만~6만원대 5G 중저가 요금제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들의 압박에 '면피용'으로 싼 요금제를 내놓을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소비자의 효용성을 생각한 요금제가 출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