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보도국장.
사모펀드 사기 계약으로 수많은 국민들에게 1조 원대의 투자 손실을 초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여야 정치인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등 고위층이 대거 등장한다. 수사과정에서 연루자들의 전방위적 로비와 외압이 작용해 수사가 미뤄졌다는 등의 합리적 의심이 가는 대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다 옵티머스 건이 불거지자 지난 6월 물러난 옵티머스 대주주 행정관이 자신의 비위를 감추기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여야 진영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충분히 들고 있는 상황이다.
고위층이 대거 연루된 것이 드러난 이상 시간끌기를 멈추고,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하루빨리 특별검사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사인력을 구성하고 공정한 수사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훗날 고위층이 연루됐기 때문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논란의 불씨를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와 양호 전 고문의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10월부터 금감원을 통해 회사의 회생 조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기록도 총 9차례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함께 전방위 로비를 한 의혹을 받는 양 전 고문의 녹취도 나왔다.
2017년 10월 양 전 고문은 한 금감원 직원에게 “00월 0일에 000 원장(전 금감원장)을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며 만남을 신청했다. 이 직원은 출장을 이유로 “11월 6일 이후 만나자”고 답한다.
닷새 후에 양 전 고문은 회사 직원에 “다음 주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경영진을) VIP 대우를 해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줘라”고 지시한다. 11월엔 양 전 고문이 앞서 전직 금감원장과 식사 자리를 권유한 한 직원을 거론하며 금감원의 다른 팀원과 또 다른 직원에게도 “000에게 소개를 받았다”고 연락하며 회사와 관련한 조언을 받았다.
옵티머스 경영진이 금감원과 접촉하던 시기는 회사가 경영개선명령(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위기에 몰린 때와 맞물린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017년 7월 말 내부 횡령과 부실 운영 등으로 자본금이 적기시정조치(70%) 받을 요건 밑으로 내려갈 처지였다.
금감원은 이에 같은 해 8월 옵티머스에 대한 검사를 두 차례 실시했다. 이후 옵티머스는 11월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금감원에 제출했고 12월 20일 금융위원회에는 ‘적기시정조치 유예안’이 통과된다.
극히 일부가 공개된 단적인 면만 봐도 옵티머스 김 대표와 금융감독을 하는 금감원이 깊숙이 개입됐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이미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수사가 오랜 기간 지연됐다는 의혹들이 흘러나왔다. 전직 검사도 거론된 만큼 사법당국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꾸려 투명하고 공개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수사의 칼날을 세운 윤 총장의 수사지휘마저 배제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은 특검 외에는 수사 결과의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민심(民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