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구·경북 통합 앞서 도청소재지 안동·예천 통합이 우선

윤요섭 기자 ㅣ ys501@chosun.com
등록 2020.09.28 11:48

"군주가 아첨만 가까이하고 충고를 멀리하면 나라가 망한다"

권기창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원장

이 시대의 화두는 국토의 균형발전, 지방분권, 주민자치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을 위해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2022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지난 21일 발족해 활동을 시작했다.

공론화위원회는 대구·경북이 통합되면 인구 510만명에 지역내총생산 165조원으로, 경기(1324만명, 473조원)와 서울(973만명, 422조원) 다음으로 세계무대에서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초 광역 지방정부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와 같이 통합을 하면 수도권에 맞서는 지방정부를 출범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현재 제시한 인구와 지역내총생산은 현재의 대구와 경북을 합친 수치이다. 통합을 하면 인구와 지역내총생산이 시너지 효과로 인해 체감할 수 있도록 늘어나야 한다. 단순 더하기를 해서 지자체의 규모가 크게 된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속빈 강정과 같다는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수도권 중심의 정책에서 지방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수도권에 생활하는 것보다 모든 면에서 더 좋은 환경이 돼야 한다. 통합을 하면 앞으로 인구는 늘어날 것인가. 현재와 같은 상황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수도권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겠지만 대구·경북의 인구는 곧 500만도 무너지게 된다. 과거 3대 도시는 서울, 부산, 대구였다. 그러나 대구는 3대도시의 명성을 잃고, 인천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의 통합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제도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은 대폭 축소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주민자치 실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작지만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강한 지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논리로 통합을 하게 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학습한바 있다. 마산·창원·진해의 경우 통합 당시 인구는 약 108만 명으로 2025년 150만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기준으로 약 100만명으로 내년이 되면 100만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게 된다. 지금 현재 상태에서는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경기, 서울 다음으로 3순위로 급부상한다고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이 통합을 하게 되면 4순위가 된다. 이러한 논리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통합으로 인한 지자체 규모의 경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많은 인적·물적 자원만 낭비하고 정체성 혼란만 가져 오게 된다.

행정구역 통합은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선행 조건으로 꼭 필요한 곳에 한정해 추진해야 한다. 2012년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 위원회에서 지방의 역량강화와 국가경쟁력 제고,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해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기본 방향을 정해 놓았다. 그 내용 중에 도청 이전지역인 안동과 예천, 홍성과 예산이 통합 권고 지역으로 설정됐다.

따라서 경상북도는 대구·경북 통합에 앞서 도청신도시를 경북의 성장 거점도시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제인 안동과 예천의 통합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도청신도시를 경북의 성장거점도시 만들어 놓은 다음 대등한 위치에서 대구와 통합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지금의 경북 도청 신도시로 도청을 이전한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경북 통합을 논의하면 경북의 성장을 견인하는 자족도시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대구와 경북은 상생과 경쟁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경상북도 역사 702년, 경상북도 개도 124년, 산격동 시대 50년, 대구시와 분리된 지 35년 만에 경상북도 안동·예천으로 이전했다. 경상북도에서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 분리된 것도, 경북도 도청을 대구 산격동에서 안동·예천으로 이전한 것도 대구 경북이 상생발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대구·경북 통합을 하자고 한다. 그것도 내년 1년 안에 공론화 과정을 거처 2022년 출범시키고자 하면서 주민들에 의한 진정한 상향식 통합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산격동에서 도청을 안동으로 옮기는데 얼마나 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995년 도청이전 후보지로 안동이 1순위로 결정됐지만 집행부의 의지 부족과 의회 합의 도출 실패로 무산됐다. 이후 민선4기 김관용 도시자의 공약으로 다시 출발해 2008년 6월 도청 이전지를 최종 결정하고 2016년 2월에 도청을 이전했다. 도청 이전까지 약 30년의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

대구와 경북이 통합되면 재정자립도가 높은 대구는 경북에 많은 예산을 나누어 주어야 함으로 자생력에 문제가 생김과 동시에 대구의 정체성이 상실된다. 또한 경북은 대구를 중심으로 한 남부권의 발전 심화로 결국에는 실질적으로 대구에 예속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경기, 충남·북, 전라북도보다 큰 면적을 가지고 있는 경상북도 북부권은 인구 소멸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경상북도는 남북으로 분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의 효과로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가 행정의 효율성이다.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단체장의 선출이다. 통합이 되면 통합단체장만 선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특별자치도지사, 특례시장이 각각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대구광역시의 자치구는 준 자치구로 구청장을 직접선출하고, 구의회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2계층제의 지방행정체제를 3계층제로 만들고, 설상가상으로 지방의회를 폐지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도청을 이전한 것이 대구 경북의 상생발전과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북도청을 이전할 당시에 왜 이들은 반대하지 않았을까. 즉 '군주가 暗愚(암우)하고, 신하가 아첨하면 나라는 망한다'는 옛말처럼 군주가 좋아하는 바에 따라 신하가 모이기 마련이다. 대구와 경북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군주가 '아첨만 가까이하고 충고를 멀리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기창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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