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된 5G가 출범된지 1년 반이 지났다. 5G 가입자가 700만명을 넘어서며 연내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지만 5G 통신망 구축은 더디고 서비스는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통화 품질이 좋지 못하다는 비판 여론이 높은 데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이나 실내, 지하철 등에서는 아예 "안 터진다"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6대 광역시 다중이용시설 중 5G망이 구축된 곳은 4000곳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3분의 1가량은 신호가 약해 제대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다중이용시설 유형 중 5G 구축이 완료된 곳은 이통 3사 평균 1275개다. 다중 이용시설의 5G 가용률은 평균 67.93%에 그친다.
교통시설 중에서는 지하철 649개역 중 5G가 구축된 곳은 313개로 절반에도 못미친 상태다. 주요 고속도로 32개 구간중에서는 22.33개 구간에서 5G가 구축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5G망 구축 미비로 국내에서 5G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실제 5G망에 접속하는 시간은 저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의 '6월 한국 5G 사용자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5G망에 연결되는 경우는 이용 시간의 1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상용화된 5G NSA(비단독모드) 방식은 LTE망과 장비를 공유해 5G가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는 LTE로 전환된다. 실내에서 5G가 터지지 않는 경우, 대부분의 시간이 LTE를 사용하는 시간이 된다.
5G에 연결됐을 때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 등을 이용하는 속도는 LG유플러스(237.2Mbps), SK텔레콤(220.4Mbps), KT(214.8Mbps) 순이었다. 통신사별로 자사 4G 평균 속도와 비교한 5G 속도는 LG유플러스가 5.2배였고, KT는 4.8배, SK텔레콤은 3.5배로 나타났다.
◇ 가입자들 5G 속도·커버리지 협소 불만
5G 서비스 이용자들은 서비스 이용시 속도와 협소한 커버리지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5G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감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가 52.9%(4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커버리지가 협소함’이 49.6%(397명), ‘요금제가 비쌈’이 48.5%(388명), ‘커버리지 내에서 5G 대신 LTE로 전환됨’이 41.6%(333명)를 차지했다.
최근 1년 간(2019년 4월~2020년 3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5G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167건이었다. 피해유형은 전화통화·데이터 송수신과 관련된 ‘통신 품질 불량’이 54건(32.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지원금 미지급·단말기 대금 할인 미이행 등 ‘계약불이행’이 51건(30.5%)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5G 커버리지 설명 미흡 등 ‘계약 내용 설명, 고지 미흡’이 25건(15.0%)으로 나타났다.
5G 서비스는 아직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아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고,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용자의 49.6%(397명)가 커버리지가 협소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의 26.8%(214명)는 서비스 가입 시 커버리지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특히 이 중 44.3%(95명)는 5G 커버리지가 아닌 곳의 거주자로 조사돼, 자신의 주거지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5G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계약 시 반드시 5G 커버리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내용에 동의해야 하나, 실제 계약 현장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5G 단말기는 기술적으로 5G는 물론 LTE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도 제한이 없으나, 이동통신 3사 모두 이용약관에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 생활지가 5G 커버리지에 해당되지 않는 소비자들도 최신 모델인 5G 단말기를 사용하기 위해 5G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 생활지 등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LTE로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게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이다.
◇ 5G망 구축시급…이통사 대규모 투자는 부담
5G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코로나에 대규모 투자가 부담으로 이통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감소와 함께 5G 가입자의 증가세도 둔화돼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이통3사는 상반기 5G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2조7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이통사들의 5G 투자금액은 3조4400억원에 그쳐 이에 대한 정부의 투자 확대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이통3사 수장들과 회동에서는 이통 3사와 SK브로드밴드는 5G 조기구축을 위한 유무선 통신 인프라에 오는 2022년까지 24조5000억~25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올해 안에 서울과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상업 점포나 미술관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 2000곳, 수도권 전철 2호선과 9호선, 비수도권 전철, 고속도로 주요 구간 32곳에 중점적으로 5G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전국 85개 시 주요 행정동의 또 다른 다중이용시설 2000곳을 비롯해 모든 지하철, KTX, SRT 역사와 고속도로 20개가 구축 목표다.
2022년 상반기에는 85개시 행정동과 주요 읍면 중심부, 학원이나 전시시설 등 중소 다중이용시설, ITX 새마을호 등 전국 주요 철도역사, 전국 45개 고속도로에 5G망이 구축되면서 사실상 전국구 5G 생활권이 만들어진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5G 이동통신 단독모드(SA)와 28GHz 통신망에 대한 투자도 높일 계획이다. 본래 28GHz 통신망은 하반기에 상용화가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통신장비의 시험이 늦어지면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농어촌지역의 읍, 면 등 ‘돈 안 되는’ 외곽 지역의 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구현모 대표가 3사 공동구축을 제안해 투자 효율성과 구축 속도를 높여 보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는 실제로 농어촌 5G 로밍 전담반(TF)'을 발족하면서 구체화됐다. 지금까지 2개 통신사간 자율협상 로밍이 실시된 적은 있지만, 이번에 추진하는 농어촌 로밍은 우리나라 최초로 5G 서비스에 대해 이통 3사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다.
TF는 이통 3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과기정통부로 구성된다.
과기정통부 이태희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앞으로 농어촌 지역에서 5G 로밍을 하면 효율적인 망 구축을 통해 빠르게 농어촌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기정통부는 5G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